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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자전거의 진정한 주인 되기

조회수 2019. 5. 2. 0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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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주인은 구입한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책이라는 종이덩어리의 주인은 구입한 사람이지만, 책의 본질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생각해보자. 자전거는 엄연히 금전적 가치를 지니는 물건이고, 구입한 사람이 주인이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주인에게 달렸다. 자전거 교육기관에서는 정비 연습용으로, 자전거 박물관에서는 전시용으로, 어떤 사람은 과시용으로 쓴다. 그러나 자전거의 본질은 주행이다. 달리지 않는 자전거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안 한다고 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주인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잘못된 생각 때문에 자전거 도난이 발생한다. 이미 몇 대의 자전거를 잃어버렸고, 각각의 가격을 더하면 수백만 원은 족히 넘는다. 개인의 자전거는 개인의 것으로 인정하고 욕심내지 않는 양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공자전거라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구나 탈 수 있게 공공장소에 배치한 자전거가 있고, 이런 자전거야말로 타는 사람이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이용객이 꽤 많다. 개인 자전거가 있더라도 자전거를 안 갖고 나왔을 때는 종종 이용할 만큼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짐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도 있고, 전조등도 기본으로 장착돼 있어 야간에도 탈 수 있다. 다만 대여, 반납 장소가 정해져 있어 자전거 반납 후에 최종 목적지까지 꽤 걷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다.

 

 

 

개인의 양심이 중요한 공공자전거 이용

어느 곳에서든 대여와 반납을 할 수 있는 공유자전거 시스템 운영을 시도한 지역도 있다. 하지만 성공사례보다는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에 편하게 쓰려고 지하나 건물 안에 자전거를 숨겨 놓거나, 아예 집안으로 들여가는 경우도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주인이어야 할 공공자전거를 개인의 소유물처럼 다뤄서 생기는 문제다.

그러나 이런 행동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아직 없다. 그렇게 다루는 사람이 자전거를 꾸준히 잘 활용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몇 번 사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치된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방치된 자전거에는 먼지가 쌓이고 타이어와 브레이크패드의 고무는 경화된다. 뒤늦게 발견된 자전거는 많은 정비를 필요로 하거나 폐차할 수준이다. 공공자전거 운영 주체가 일반 사업자일 경우 사업자의 손해일 뿐이지만,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라면 분실과 손상은 세금의 손실로 이어진다.

처벌 규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사용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고, 규정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자전거 손상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최종 사용자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그 이전에 손상된 부분에 대해서는 원인제공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특히 사용하고 시간이 지나면 닳는 타이어나 브레이크 패드 같은 소모품은 운영하는 측에서 부담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공공자전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지금 당장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편의를 위해 양심을 속이는 사람이 사라지리라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전거에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이런 사람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공공자전거를 운영하는 기업이나 지자체는 수시로 자전거를 점검, 관리한다. 숨겨 놓고 혼자 타면 당장은 편할 수 있지만, 자전거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결국 고장으로 이어진다.

 

  

 

의외의 해법, 공공전기자전거

인식 개선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의외의 방법으로 비양심적인 행위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공공자전거도 있다. 전기자전거가 그 주인공이다. 경기도 성남시와 인천광역시 연수구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 T 바이크는 지역별 운영팀이 배터리 관리를 담당한다. 잔량 10%를 기준으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식이다. 제때 배터리 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인증이 되지 않는다. 혼자 타겠다고 숨겨 둬서는 배터리 교체를 받을 수 없다.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많은 사람에게 알린 카카오 T 바이크는 경기도 성남시와 인천광역시 연수구에서 운영되고 있다. 정작 인구도 수요도 많은 서울에서는 운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에도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가 있다. 마포구와 신촌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일레클이다. 차량 공유 업체 쏘카의 투자를 받았고, 도시의 이동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자전거 이용이 더 활성화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전거의 도로 주행은 합법이다. 두 개 이상의 차선이 있는 상황에서 우측 가장자리를 정상적으로 주행함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위협하는 차량 운전자들이 있으니 공공자전거 이용자들의 인식만큼이나 차량 운전자들의 의식 개선도 필요하다.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질타를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모두가 규정을 지키고 자전거는 보행자를, 자동차는 자전거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렇게 모두가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미래는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해 본다. 자전거를 타기 좋은 환경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탈 수도 있다. 자동차가 줄어든 도로는 복잡하지 않고, 공공전기자전거를 이용해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한다.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헤맬 일도 없다.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위치라면 어디든 공공전기자전거를 세우고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더라도 여기저기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다. 전부 자동차를 위한 공간인 우리나라 주차장과 달리 대만에서는 주차장 일부가 자전거와 스쿠터를 위한 공간으로 된 모습을 봤다. 자전거 인구가 많아진 미래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고 싶다.

 

 

 

공공전기자전거 서비스가 나아갈 방향

카카오 T 바이크 사용 요금은 택시비보다는 저렴하지만 비싸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레클 사용 요금도 카카오 T 바이크와 비슷한 수준이다. 자전거 가격과 관리의 수고를 아는 입장에서는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 않지만, 대부분이 비싸다고 느끼는 만큼 요금 조정은 필요해 보인다. 카카오 T 바이크도 일레클도 전철역 주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환승 할인 제도를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전철을 내려서 사무실까지 버스를 타는데, 버스를 타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이 비슷할 정도로 짧은 거리다. 일레클을 이용하면 금세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기다리는 이유는 환승 할인 때문이다. 전철 이후에 버스를 타면 100원이면 사무실 근처까지 갈 수 있는 반면 일레클은 10분을 이용하면 1,000원을 내야 한다. 공공전기자전거에 환승 할인 시스템을 도입하면 이용객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서비스지역 확대다. 일레클은 5월 중 서울대, 고려대 등 중단거리 이동이 필수적인 대학 캠퍼스와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며 다른 지자체와도 도입 논의를 진행 중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일레클이든, 카카오 T 바이크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지금의 제한된 대여, 반납 장소는 더 넓혔으면 한다. 전기자전거는 모터의 힘을 빌려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충분히 도시 경계를 벗어나 달릴 수 있는 탈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주차 가능 지역을 넓히면 운영 팀의 업무가 과중될 뿐이다. 서비스 지역을 늘리면서 겹치는 구간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운영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조금 더 먼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공공자전거가 지나온 과정과 공공전기자전거의 등장,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 그러다 보니 더 먼 미래는 어떨지 상상하게 된다. 1985년에 개봉했던 영화 ‘빽 투 더 퓨쳐’에서 그렸던 미래는 이미 현실이 됐고, 지구에서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자원 고갈의 위기, 환경오염 등으로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 탐사 우주선을 보내는 1989년에 방영됐던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의 배경인 2020년은 바로 내년으로 다가왔다. 당시 예상과 달리 내년에 당장 지구가 살기 어려운 환경일 것 같지는 않으니, 좀 더 먼 미래를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자전거에는 인력을 사용했다. 그러나 전기자전거는 인력 외에도 전기를 사용한다. 전기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에너지가 아니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에너지원이 필요하고, 그 에너지가 전기로 바뀌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그 후 배터리가 모터를 돌릴 때에도 손실이 생긴다. 전기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결과는 계산을 해 봐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휘발유, 경유, LPG 같은 화석연료를 직접 연소시키는 것보다 전기를 생산하고 배터리에 저장한 다음 모터를 돌리는 과정에서 더 많은 손실이 생길 수도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조력 같은 자연 발생 에너지를 활용하는 획기적인 장치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에너지원의 고갈은 문명사회를 과거로 회귀시킬 수도 있다.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도, 모터가 멈춰 버린 무거운 전기자전거도 사라지고 자전거만 남은 미래. 상상이 여기까지 진행되면 겁이 나기 시작한다. 아무리 자전거 타기 쾌적한 환경을 원한다고 해도 그런 날이 오면 마음 편히 자전거를 탈 수 있을 리 없다. 다행히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이런 날이 오지는 않을 듯하다. 하지만 미래에라도 이런 날이 오지 않도록, 지금 살아가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어지간히 먼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공공자전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공공자전거의 주인은 운영주체가 아니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다.



글: 함태식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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