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T 바이크, 교통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조회수 2019. 3. 27. 18: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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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교통수단일까, 레저용품일까? 당연히 둘 다지만, 사람마다 비중은 다르다. 자전거 출퇴근을 한다면 교통수단 역할이 크고, 주말 라이딩을 즐긴다면 레저용품에 가깝다. 자전거 출퇴근 인구를 제외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자전거가 비싸고 주행거리가 길수록 교통수단보다는 레저용품으로 사용된다. 서울시는 교통수단분담률 통계에 자전거를 포함조차 하지 않았고, 2007년 자전거 도시를 선포했던 대전의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2015년 기준 2%에 불과하다.

자전거를 세우고 잘 묶어 뒀음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린 적이 있다면, 보관의 불안함 때문에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활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보관이 어려운 것은 내 자전거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등록을 하지 않아 잃어버렸을 때 찾기도 어렵고, 잃어버렸던 자전거가 당장 눈앞에 보여도 내 것임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페달을 돌려야 해서 힘들고 땀이 난다는 점도 자전거 이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근처 피트니스센터나 사우나 등록비는 차비보다 비싸다. 운동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자전거를 탈 이유가 없다. 회사에 샤워장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갈아입을 옷을 챙겨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보관의 어려움과 힘들고 땀이 나는 두 가지가 해결되면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개인이 보관하기 어려우면 공공 자전거를 활용하면 된다. 힘들고 땀이 나는 것은 전기를 활용하면 된다. 공공 전기자전거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이 올라갈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점에 착안해 지난 3월 6일부터 공공 전기자전거 서비스인 카카오 T 바이크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업이 먼저 시작된 곳은 인천광역시 연수구와 경기도 성남시다.

작년 12월 업무협약을 맺은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가 제작한 전기자전거로 구성되며 성남시에 600대, 연수구에 400대가 배치된다. 개정, 시행된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의 자전거도로 주행 요건에 맞춘 제품이며, 별도의 보관소 없이 대여와 반납이 가능해 목적지까지의 도보 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용은 스마트폰 카카오T 앱을 활용해야 한다. 간단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돼 있어 설명대로 따라하면 어렵지 않다. 카카오T 앱에서 바이크 탭을 선택하면 아직 준비 중인 지역이라는 안내 옆에 서비스 지역 보기 버튼이 있고 그 부분을 터치하면 경기 성남시, 인천 연수구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서비스 지역을 선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좌측 하단의 이용 안내를 터치하면 카카오 T 바이크의 특성과 헬멧은 착용하고 음주운전은 하지 말라는 안내를 볼 수 있다.

이용 안내까지 확인했으니 이제 직접 가서 카카오 T 바이크를 체험할 시간이다. 두 곳 모두 사무실에서 한 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거리지만 조금이나마 가까운 성남으로 이동했다. 판교역 출구 바로 앞의 자전거 보관소에 카카오 T 바이크 두 대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라이언, 다른 하나는 어피치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고 자전거 형태도 서로 달랐다.

두 대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휠 사이즈다. 어피치가 그려진 자전거에는 20인치 휠이 장착돼 있고, 라이언이 그려진 자전거 휠은 24인치다. 크랭크축에서 핸들까지 하나의 파이프로 이어지며, 그 부분에 배터리가 장착된다. 전체적으로 노란색이며, 배터리가 장착되는 메인프레임 부분에는 네이비 컬러가 적용돼 있다.

어피치가 그려진 자전거 배터리는 옆으로 장착되는 방식이며 배터리 관리는 지역별 운영팀이 담당한다. 잔량 10%를 기준으로 교체하는데, 카카오 T 앱에서 이용자가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곳에 여러 자전거가 모여 있어 실수로 배터리가 적은 자전거를 골랐을 때는 1분 안에 취소하면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또한 배터리 잔량이 기준치 이하일 경우 인증이 되지 않도록 했다. 배터리가 충분한 자전거를 골라도 이용시간이 길어지면 방전될 수 있는데, 그때에는 모터의 도움 없이 일반 자전거처럼 이용할 수 있다.

안장 높이는 QR레버를 이용해 조절할 수 있다. 시트포스트에는 눈금이 있어서 사용자 키에 따른 적정 안장 높이를 추천해 준다. 물론 키가 같아도 다리 길이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아무런 정보 없이 앉아 보고 높이를 정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주어진 상태에서 조절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전기자전거는 모터가 도움을 주는 만큼 안장 높이에서 오는 효율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저 숫자만 보고 맞춰도 어느 정도 편하게 탈 수 있을 것이다.

핸들 앞에는 바구니가 달려 있다. 핸들과 일체형이고 상당히 튼튼해 보인다. 바구니 안쪽에는 이용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다. 이용법과 규정에 대한 1번, 3번 설명보다도 2번 설명이 중요하다. 페달을 돌리면 전기 모터가 구동되는데, 처음에는 깜짝 놀랄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쓰여 있다. 전기자전거는 일반자전거와 달리 모터가 돌기 시작할 때 갑자기 튀어 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자전거를 꽤 오래 탔어도 전기자전거가 처음이면 놀랄 수 있다. 처음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을 향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바구니 아래에는 라이트가 달려 있다. 모터 구동용 배터리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별도의 충전이나 배터리 교체가 필요 없다. 자전거도로 위주로 주행하겠지만 일반 도로도 이용해야 하는데, 자동차 운전자의 눈에 잘 띄지 않아서는 곤란하다. 아침 일찍 전철역에서 사무실로 이동할 때, 저녁 퇴근 후에 전철역에서 집까지 이동할 때 상당히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변속 장치 없이 기어는 1단이며 모터는 뒤 허브에 장착돼 있다. 체인스테이를 따라 전선이 배터리와 연결된다. 힘들게 땀을 흘리지 않게 해 줄 고마운 장치다. 자전거를 탈 때 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건 일상복을 입고도 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체인으로 인해 옷이 더러워져서야 땀나지 않는 의미가 없다. 카카오 T 바이크에는 체인 커버가 있어서 일상복을 입고 타는데 전혀 부담이 없다.

두 가지 자전거가 있는 만큼 어떤 자전거가 나의 사용 목적에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제 라이언이 그려진 자전거를 살펴보자. 휠 사이즈가 다르고 좌우에서 동시에 받쳐 주는 듀얼 스탠드가 장착됐다는 차이 외에 프레임 형태나 바구니, 체인 커버, 뒤 허브 모터 등은 어피치가 그려진 자전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은근히 많은 차이가 있다.

라이언이 그려진 24인치 휠 자전거에서 특이한 점은 시트포스트다. 산악자전거에 많이 쓰이는 가변 시트포스트가 달렸다. 산악자전거에서는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고 조작할 수 있는 리모트를 활용하지만, 이 자전거에서는 안장 아래 레버를 쓰게 했다. 레버를 위로 당긴 상태에서 아래로 누르고 손잡이를 놓으면 그 위치에서 고정된다. 한 손을 놓을 수 있다면 주행 중에도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가장 높이 올려도 대한민국 평균 신장의 남성이 효율적으로 페달링을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직 시범 운영 단계인 만큼, 이후 서비스가 확대될 때에는 개선될 것을 기대한다.

1단 기어가 장착됐던 어피치 자전거와 달리 라이언 자전거에는 7단 변속장치가 달려 있다. 엄지로 밀어서 조작하는 방식의 썸시프터(Thumb Shifter)인데 현재 몇 단에 걸려 있는지 알기 쉽게 숫자가 쓰여 있다. 검정색 레버를 엄지로 밀면 가벼운 기어인 1단 쪽으로 변속이 되고, 반대로 조작하려면 레버 아래에 보이는 회색 버튼을 누르면 된다.

어피치 자전거는 앞에 V브레이크, 뒤에 밴드브레이크가 달려 있는 반면 라이언 자전거는 앞뒤 모두 디스크브레이크가 달렸다. 둘 중 어떤 자전거를 탈지 고민하다가 변속장치와 브레이크를 보고 라이언 자전거를 타기로 결심했다. 결코 캐릭터 때문에 고른 게 아니다.

카카오 T 바이크를 이용하려면 1만원의 보증금이 필요하다. 교통카드 보증금이나 다른 대중교통 요금과 비교하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다가 정비나 수리를 할 경우 1만원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각 지역 운영팀은 배터리 관리 외에도 자전거 관리, 재배치, 수리 등의 업무를 진행하는데 비용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보증금은 언제든지 환불 받을 수 있다.

보증금을 결제하고 QR코드를 찍어 자물쇠를 푼다. 스마트폰 앱에서 사용을 위해 인증하기에 들어가면 파란색으로 자전거의 어떤 위치에 QR코드가 부착돼 있는지 보여준다. 자물쇠와 배터리, 뒤 물받이까지 세 곳에 있고, 그 중 어떤 것을 찍어도 자물쇠가 열린다.

간혹 QR코드가 손상돼 있거나 스마트폰이 QR코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경우 화면 우측 하단의 손전등 버튼을 눌러서 손전등을 켜거나, 좌측 하단의 직접 입력 버튼을 눌러서 자전거에 부착된 번호를 입력할 수도 있다. 낮 시간이었고 QR코드를 잘 인식해서 다른 방법 없이 QR코드를 찍는 것만으로 자물쇠가 열렸다. 드디어 카카오 T 바이크를 이용할 준비가 끝났다.

스프링 장치가 있는 자물쇠가 열리면서 ‘텅’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에 기분이 들뜬다. 다만, 출발 전에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자. 이용하고자 하는 거리에 비해 배터리가 부족하다면 1분 이내에 자물쇠를 다시 잠그고 주변의 다른 자전거를 찾아보자. 1분 이내에 취소하면 이용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배터리가 충분히 있어서 가볍게 한 바퀴 돌아 봤다. 화면 위쪽에는 사용 요금, 사용 시간, 배터리 잔량과 주행 거리가 표시되고, 가운데 지도에는 이동 경로가 보인다. 특별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카카오 T 바이크를 이용하고 싶다면 기본요금으로 가는 판교-분당 추천코스를 적극 활용하자.

전철을 이용해 다시 돌아와야 해서, 주변의 다른 전철역까지 주행했다. 여전히 배터리는 100%로 표시되고, 주행거리는 3.43km, 주행 시간은 21분, 요금은 2,000원이다. 이용 중에는 멀리 나가도 되지만, 반납은 정해진 구역 안에서 해야 한다. 주행 중에 서비스 지역을 벗어나면 앱 푸시와 플러스친구 메시지를 통해 안내를 해서 어디까지가 서비스 지역인지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다. 서비스 지역 밖에서 종료할 경우 공공 부지를 무단 점거하는 상황이 되고, 카카오모빌리티에서는 수수료 1만원을 부과한다. 자전거를 공공 부지에 배치하는 것이므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서비스 지역 내에서 안전하고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는 위치에 자전거를 세우고 자물쇠를 잠그면 서비스가 종료된다. 자물쇠를 잠글 수 없을 경우에는 화면 우측 하단의 빨간색 램프 표시를 터치하면 바로 이용이 종료되고 현재까지의 요금이 결제된다. 다만, 램프 표시를 터치해 이용 종료를 하기 전에 자물쇠 사용법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확인하자. 그냥 밀어서는 내려가지 않는다. 빨간 고정 장치를 눌러야 자물쇠를 조작할 수 있고, 자물쇠가 내려가다가 바퀴살에 걸리지 않았는지도 확인해 보자. 잠깐의 부주의로 인해 모두가 함께 사용해야 하는 자전거가 도난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제대로 자물쇠를 잠그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용 완료 화면이 나온다. 기본요금인 1,000원으로 15분을 사용할 수 있고, 이후 5분에 500원씩 요금이 부과된다. 단, 4월 5일까지는 카카오 T 바이크를 처음 이용하는 고객 중 선착순 10만 명에게 기본요금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 판교역에서 한 바퀴를 돌아보고 수내역까지 이동하면서 총 3.43km를 달렸고, 택시 기본요금 거리인 2km보다는 많이 이동했다. 그럼에도 비용은 1,000원밖에 들지 않았다. 기본요금 무료 제공 이벤트가 끝나도 2,000원으로 현재 3,800원인 택시 기본요금의 절반 수준이다. 지금은 경기도 성남시와 인천광역시 연수구에서만 운영하고 있지만, 서비스 지역이 확대되면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힘들지도, 보관이 어렵지도 않고, 환경과 건강에도 좋다. 카카오 T 바이크가 교통 흐름을 새롭게 바꾼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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