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끔찍한 혼종인가? 새로운 탈것인가?

조회수 2019. 2. 27. 15:31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천오백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극한직업에서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라는 대사가 나온다. 수사 목적으로 인수한 통닭집에서 장사가 잘 돼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로 갈비 양념과 통닭의 만남은 좋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렇게 의외의 것들이 만나서 좋은 효과를 낼 수도 있고, 반대로 악영향을 불러올 수도 있다. 우리가 탈것들 역시 그렇다. 예전에는 칼로 그은듯이 카테고리를 구분하고 서로의 교집합을 인정하지 않았던 탈것들이 어느샌가 서로의 장점을 합친 새로운 개념의 탈것들을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

자전거에 서스펜션이 달리면서 MTB의 영역이 확장됐고, 모터와 만나고 전기자전거가 등장했다. 자전거에 경첩을 달아서 접이식 자전거를 만들기도 했고, 자전거 프레임에 보드를 달아서 스노우스쿠터를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이름이 있는 것들은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것들도 있다. 너무 이것저것 뒤섞여 시작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합쳐진 결과물인지도 알 수 없다. 제대로 된 이름을 얻지 못하고 비하하는 뜻인 끔찍한 혼종 등으로 불린다. 대중의 지지는커녕 일부 마니아층조차 형성을 못하고 사라진다. 당연히 일반명사화 되지 않고 만든 사람이 불렀던 그 이름만이 고유명사처럼 남았다가 오래 지나지 않아 잊혀 진다.

요즘에도 새로운 것은 끊임없이 등장한다. 과연 이것들이 이름을 얻을지, 사라지고 잊혀 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옛날 영화에서 표현했던 미래 중 이미 현실이 된 것들도 많다. 과거에 콘셉트 바이크라고 했던 것들이 지금은 비슷한 형태의 제품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지금은 낯설고 생소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는 그것이 표준이 될 수도 있다. 상상력과 기술력의 만남은 어디까지 왔을까?

자전거만이라면 과거에 상상하던 것들이 거의 대부분 현실화 됐다. 겉으로 드러났던 변속 케이블은 무선 방식의 등장으로 사라지거나 프레임 안으로 숨겨졌다. 브레이크만큼은 무선으로 만들 수 없겠지만 이 역시 핸들바와 프레임 내부로 들어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전에 콘셉트 바이크라고 했던 그림이 이제 현실이 됐다.

그러나 자전거의 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모터와 만나고 전기자전거가 되면서 발전 가능성은 더욱 늘었다. 전기자전거, 스쿠터, 모페드, 아직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퍼스널 모빌리티까지 자전거와 상상력의 만남은 뭔가 더 새로운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등장하거나 발표한 새로운 탈것들을 만나보자.

 

 

 

모터사이클 제조사의 전기자전거

두카티, 허스크바나, BMW, KTM의 공통점은 모터사이클 제조사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있다. 전기자전거를 만든다는 점이다. BMW는 스페셜라이즈드와, 두카티는 쏘크(THOK E-BIKE)와 합작해 만들지만 KTM과 허스크바나는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전기자전거라고는 해도 스페셜라이즈드와 합작한 BMW를 제외하고는 모터사이클 형태와 상당히 가깝다.

자전거 제조사에서 만든 e-MTB 배터리는 프레임 다운튜브 내부로 들어가거나 다운튜브 위쪽에 놓는다. 반면 두카티 MIG-RR의 배터리는 다운튜브 아래에 위치한다. 다만 배터리 커버는 프레임 일부처럼 도색이 돼 있어 배터리가 외부에 있다기보다는 프레임이 두껍다는 느낌이다. 엔진이 아래쪽에 위치하는 모터사이클의 느낌을 준다.

두카티가 배터리 위치로 차별화를 보여줬다면 허스크바나는 모터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전기자전거 모터를 드러내지 않는 요즘 추세를 정면으로 반박하듯 스켈레톤 인터페이스라는, 모터를 드러내는 디자인을 사용했다. 엔진이 밖으로 드러나는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제조사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KTM은 배터리를 다운튜브 안에 넣었지만 모터 부분은 크게 드러나게 했다. 모터 아래쪽의 커버는 KTM의 상징인 주황색으로 돼 있어 특별히 더 눈에 띈다. 다른 부분은 자전거 제조사가 만든 e-MTB와 상당히 비슷하지만 모터 부분만은 예외다.

스페셜라이즈드와 합작으로 만든 BMW 전기자전거는 사실상 스페셜라이즈드 터보 리보 FSR이다. 거의 모든 부분이 스페셜라이즈드 터보 리보 FSR과 같고 BMW 로고가 찍혀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전의 BMW 로고가 찍힌 자전거들은 일부 모델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스포츠 자전거의 성능을 보여주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스페셜라이즈드와의 합작은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닌다.

 

 

 

어디까지를 자전거로 봐야 할까?

자전거와 모터사이클은 상당 부분 겹친다. 자전거 장르가 과격해 질수록 더 그렇다. 심지어 다운힐용 MTB와 모터사이클에 같은 서스펜션이나 브레이크를 쓰기도 한다. 비록 부품이 같아도 엔진 유무에 따라 자전거와 모터사이클을 구분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전기자전거가 등장하면서 구분이 어려워졌다.

스쿠터처럼 생겼는데 페달을 달아서 전기자전거로 판매하는 제품도 있고, 자전거처럼 생겼는데 페달이 안 보이는 제품도 있다. 있던 경계를 허물어 버리는 크로스오버가 유행하는 시대에 굳이 경계를 나눌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탈것들을 소개한다.

페달 부분을 가리고 오닉스 RCR을 보면 누구나 모터사이클이라고 할 것이다. 프레임 형태나 휠, 서스펜션은 물론 라이트, 브레이크까지 거의 모든 부분이 모터사이클처럼 생겼다. 하지만 페달이 달려 있으니 전기자전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전거도로 주행 가능한 요건 중에는 속도도, 무게도, 구동 방식도 충족되지 않지만, 페달을 돌려서 주행할 수 있기에 자전거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먼데이 젠7(Gen7)은 겉모습으로 봐서는 자전거인지 모터사이클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파이프로 만든 프레임과 페달을 돌려서 주행할 수 있는 것은 자전거 같은데, 스로틀 기능이 있고 최고속도도 상당히 빠르다. 특허 받은 구동계를 사용했고, 앞에는 디스크브레이크가 달려 있다.

모터와 페달이 달린 이런 제품들을 흔히 모페드(Moped)라고 부른다. 면허나 등록이 필요 없어서 편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도 된다. 오닉스 RCR과 먼데이 젠7의 최고속도는 각각 96km/h, 72km/h로 차도에서 교통 흐름에 큰 방해를 주지 않고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규정을 잘 지켜도 가끔 사고가 나는데, 규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빠르게 도로를 달릴 수 있는 만큼 사고 위험이 더 높다. 도로를 달릴 때는 항상 주의하고 규정을 준 수하자.

 

 

 

자전거 같이 생겼는데 페달이 없다?

경계가 허물어진다고는 하지만 전통적인 자전거와 모터사이클은 한 눈에 봐도 분류가 가능했다. 하지만 조만간 그것도 옛날 얘기가 될 듯하다. 할리데이비슨이 이미지로 공개한 콘셉트 모델은 자전거처럼 보이는데 페달이 없다.

시티 라이딩을 위한 제품은 BMX와 비슷하다. 클러치도, 변속도 없고, 가벼우면서 타기 편하게 만드는 것이 할리데이비슨이 말하는 목표다. 배터리는 탈부착이 가능한 형태이며 배터리 옆에는 넓은 발판이 있다. 아직 판매용 제품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는 공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운힐 MTB를 닮은 모델도 있다. 앞바퀴와 앞바퀴에 달린 디스크브레이크 로터는 아무리 봐도 MTB용이다.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리어쇽 스프링이나 포크에서도 자전거 부품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프레임 중심부에 있는 모터와 발판 대신 크랭크 암과 페달을 달고 상단의 안장 부분 대신 시트포스트와 자전거용 안장이 있으면 MTB라고 해도 될 것 같은 비주얼이다. 그러나 할리데이비슨은 모터사이클과 닮은 안장, 모터와 발판을 달았다. 이것 또한 시티 모델처럼 아직 판매용 제품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오지 않은 미래

몇 년 전 휠세트 광고에서 특별한 이미지를 본 기억이 있다. 바퀴 두 개가 놓여 있고 사람이 발은 뒤 허브에, 손은 앞 허브에 놓고 웅크린 형태였다. 인상적이긴 했지만 그 상태로 주행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것이 등장했다.

인도에서 만든 전기 콘셉트 바이크 니스타키아(Nisttarkya)가 그 주인공이다. 뒤 허브 옆에 발을 놓을 수 있는 발판이 있고, 앞 허브 옆에 핸들을 달았다. 손이 허브 옆에 위치하는 만큼 높이를 극단적으로 낮출 수 있다. 프레임 형태와 사람이 탄 모습은 상당히 불편하고 위험해 보인다.

  

 

 

무한한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 기술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하다.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줄 기술이 부족했을 뿐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상상하는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들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 상상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과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 할 시간이다. 여기에 실패하면 열심히 만들어도 그저 사라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자전거의 기계적 순수성을 지키기엔 기술이 너무 많이 발전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자전거의 모든 부분을 직접 정비하고 싶어 했지만 이미 전동 변속 시스템과 무선 가변 시트포스트를 사용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전거와 전기의 만남은 더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누가 어떤 상상력으로 놀라운 무언가를 만들어 우리의 생활과 취미활동을 더 편하고 즐겁게 만들어 줄지 기대가 된다.



글: 함태식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