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업그레이드의 계절

조회수 2019. 1. 10. 13: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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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풀리고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고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어떤 겨울을 보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겨우내 자전거를 타지 않아서 자전거를 타기 전 상태로 몸이 돌아가는 것을 초기화라고 하며, 심한 경우 자전거를 타면서 변화된 식습관은 유지하고 운동은 하지 않아 전보다 체중이 늘어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겨울이 지나고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장비가 바뀌기도 한다. 체중이 늘든 실력이 늘든 장비가 늘든 간에 겨울은 업그레이드의 계절이다.

 

 

 

떠나자, 따뜻한 곳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라면 실력 업그레이드가 가장 바람직하다. 운동이란 정직해서, 하는 만큼 는다. 자전거를 타는 것만큼 실력 향상에 좋은 방법은 없다. 그러나 겨울에 자전거를 타기는 쉽지 않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는 지금 여름이다. 동남아는 연중 따뜻한 기온을 유지한다. 일본 오키나와도 좋다. 최저기온도 10도 이상이고 최고기온은 2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날도 있다. 해외가 어렵다면 부산은 어떨까? 가장 춥다는 1월 일기예보에서 낮 최고기온은 7-8도 정도로 표시된다. 약간의 방한장비만 있으면 라이딩하기가 그리 괴롭지 않다.

 

 

 

추위가 나를 막을 순 없다

해외는 꿈도 못 꾸고, 부산도 어려운 사람이 많을 것이다. 라이딩을 위해서 멀리 떠나기엔 생계가 막막하다. 전지훈련은 실업팀 소속 선수들이나 할 수 있는, 다른 세계의 얘기로 들린다. 그러나 실력은 늘리고 싶다면 추위를 뚫고 달리면 된다.

전과 달리 요즘의 겨울용 자전거의류는 가볍고 움직이기 편하면서도 따뜻하다. 몸보다도 손, 발, 귀처럼 신체 말단 부위가 추위를 가장 많이 느끼는데, 요즘에는 그런 부위를 보호하기 위한 장비도 많이 나와 있다.

손을 보호하는 장비는 당연히 장갑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두꺼운 겨울용 장갑은 움직임을 둔하게 만든다. 브레이크와 변속 조작을 해야 하는데 두꺼운 장갑은 불편하다. 두꺼운 장갑을 끼지 않고도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제품으로 바미츠가 있다. 레버 위를 감싸고 그 안으로 손이 들어가는 형태로 돼 있어서 외부의 바람을 막아준다.

여러 제조사에서 슈커버를 만들지만 여름용 신발 위에 슈커버를 씌우는 것만으로는 추위를 막을 수 없다. 본격적인 겨울 라이딩용 신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껏 겨울용 신발을 구입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클릿 장착 부분은 뚫려 있고, 스티커나 테이프로 막아야 발바닥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을 수 있다. 신발에 따로 스티커가 없다면 박스테이프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손발의 추위는 잘 막으면서 쉽게 간과하는 게 얼굴이다. 귀마개가 달린 모자를 챙겼지만 마스크를 빠뜨렸던 날, 동작대교를 건너다가 얼굴이 마비되는 줄 알았다. 장비가 늘어날수록 빠뜨릴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합칠 수 있는 건 하나로 합치는 게 좋다. 모자, 귀마개, 마스크까지 세 개의 역할을 바라클라바 하나로 감당할 수 있다.

 

 

 

추위는 기본, 빙판이나 눈길도 달린다

의류와 용품으로 추위는 막았지만 눈이 오고 길이 얼어붙으면 로드바이크는 아무래도 불안하다. MTB를 탈 수도 있지만, 요즘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간 형태의 자전거도 존재한다. 눈길에서 타기 위한 자전거, 바로 팻바이크다. 해변의 모래사장을 고려해 만들어진 비치크루저와 같은 맥락으로 눈이 많이 쌓인 곳에서의 라이딩을 생각해 만들어진 게 팻바이크다. 여기에 스파이크가 달린 타이어까지 장착하면 빙판길도 문제없이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눈이 많이 쌓이면 바퀴가 굴러가기 힘든 상황이 된다. 특히나 스키장은 자전거의 출입을 통제한다. 눈에서의 라이딩을 즐기고 싶다면 스노우스쿠터도 괜찮은 선택이다. 프레임과 핸들은 BMX를 닮았으나 바퀴 대신 보드를 장착하고, 일부 스키장에서 탈 수 있다. 페달링을 통해 강해진다는 개념과는 별도로 겨울에도 라이딩을 즐기고 싶다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추위도 싫고 떠날 시간도 없다면 실내에서 라이딩을 즐기면 된다. 롤러 트레이너 하나만 있으면 얼마든지 따뜻한 실내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다. 근력과 파워를 높이고 싶으면 고정롤러를, 페달링 기술과 균형감각을 높이고 싶으면 평롤러를 선택하면 된다. 강한 의지가 있으면 실내 라이딩을 통해 더 강해질 수 있다.

문제는 어지간한 의지로는 오랫동안 페달을 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평롤러는 그나마 좀 낫지만 고정롤러에 올라가는 순간 자전거의 재미는 사라지고 괴로움만이 남는다. 야외 라이딩과 달리 바람도 불지 않아서 금세 땀에 젖는다.

선풍기를 켜고, 라이딩 영상을 보면 약간은 의욕이 생긴다. 그러나 결국 혼자다. 어떤 활동이든 혼자보다는 함께 할 때 즐거운 만큼 실내 라이딩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면 더 즐겁다. 즈위프트 같은 가상 라이딩 프로그램은 함께 라이딩하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가상 라이딩 프로그램은 일반 롤러와 속도센서를 기반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스마트 트레이너를 활용하면 더 좋다. 프로그램에서 표시하는 경사도에 따라 트레이너의 부하가 달라지기 때문에 실제 라이딩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와후는 키커 파워 트레이너와 키커 클라임으로 가상 라이딩 프로그램의 경사도까지 구현해 낸다.

실제로 다른 사람과 함께 실내 라이딩을 즐기고 싶다면 로라방이나 훈련센터에 방문하는 것도 좋다. 백만키로 사이클 아카데미, 그릿 그라운드, GYCC 등 전직 선수들이 훈련을 도와줄 곳도 있고, 겨울에 로라방을 운영하는 매장도 있다. 조금만 검색을 해 보면 멀지 않은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상 라이딩도 로라방도 자전거를 제자리에서 탄다는 한계가 있다. 이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 한 단계 더 나아가 실내에서 실제로 자전거를 타는 것도 가능하다. 이창용바이크아카데미(http://www.bikeacademy.kr)에서는 120평의 공간에 펌프트랙과 코너, 점프대, 드롭 등의 기물로 구성된 실내 MTB 트레이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평일 교육은 인원이 꽉 차서 마감됐고, 사전 문의를 통해 주말에 동호인 대상 단체 교육은 가능한 상황이다. 따뜻한 라이딩을 하고 싶다면 내년 겨울에는 접수를 서두르는 게 좋을 듯하다.

 

 

 

몸으로 타는 게 전부가 아니다

직접 몸을 움직이는 라이딩 외에도 자전거를 즐길 방법이 있다. 감기에 걸리거나 부상을 당하는 등 몸을 움직이기 힘들 때는 영상이나 게임 등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다. 현실의 나는 할 수 없는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얻기도 한다.

아주 고전적이지만 만화책은 여전히 우리를 설레게 한다. 이미 완결된 작품도, 여전히 연재 중인 작품도 있다. 지금은 만화대여점 자체를 찾기 힘들지만 만화대여점이 많던 때에도 자전거 관련 만화는 찾기 힘들었다. 나중에 구입할 여건이 돼서 찾으니 대부분 절판, 품절이다. 몇 번 그런 경우를 겪다 보니 책을 사 모았고, 라이딩을 할 수 없을 때면 책장에서 한 번씩 꺼내서 읽곤 한다.

책 읽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동영상도 좋다. 영상 하나 구하려면 몇 시간을 투자하고, 먼저 구한 누군가의 글에 메일 주소 댓글이 줄줄이 달리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클릭 몇 번이나 SNS 스크롤 약간이면 쉽게 라이딩 영상을 구할 수 있다. 유료 영상은 아이튠즈 등을 통해 다운로드할 수 있고, 레드불 TV나 유로스포츠 등에서는 실시간으로 해외 경기를 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은 2008년에 나온 시즌(Seasons, the Collective)이다. 라이딩 환경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기 힘들다고 불평하던 때, 잠수복을 입고 강으로 뛰어들면서 기술을 연습하는 대런 베레클로스를 봤다.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열정이다. 라이딩 대신 실내 활동을 선택했지만 이런 영상을 보면 당장이라도 자전거를 갖고 나가고 싶어진다.

영상을 보고 타오르는 열정으로 라이딩에 나섰다가는 감기에 걸리기 쉽다. 열정과 달리 겨울에 우리 몸은 쉽게 뜨거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게임으로 아쉬움을 달래 보면 어떨까?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꽤 많은 자전거 게임을 찾을 수 있다.

MTB를 좋아하는 기자는 요즘 레드불에서 개발한 바이크 언체인드 2(Bike Unchained 2)를 즐긴다. 직접 만나기 힘든 세계적인 선수들을 멘토로 두고,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자전거를 타볼 수 있다. 실제 라이딩에서는 할 수 없는 기술이 게임에서는 가능하고, 오래 이동하지 않아도 새로운 코스를 달릴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게임이 있으니 각자 취향에 따라 적당한 게임을 골라서 즐기면 좋겠다.

 

 

 

실력과 지식보다 직접적인, 장비 업그레이드

열심히 달리는 시기에는 자전거에 신경을 덜 쓰기 마련이다. 그러나 딱히 하는 것 없이 자전거를 바라보고 있으면 부족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만화나 영상을 보고, 게임을 하면서 정보가 늘어난다. 그럴수록 바꾸고 싶은 욕심이 커진다. 그런 이들에게 외친다. “질러버려! 좀 굶으면 어때?”

구입한 물건은 남고, 굶으니까 자동으로 살도 빠진다. 질러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뭘 지를지는 신중하게 고민하자. 치열한 고민만이 기분도 좋고 실용성도 높은 결과를 줄 수 있다. 신뢰성, 가벼움, 아름다움, 부드러움 등 다양한 요소 중에서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는 게 정답을 찾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새해 첫 라이딩에서 펑크, 그 덕분에 감기까지 걸렸으니 기자의 업그레이드 1순위는 신뢰성이다. 펑크가 나지 않아야겠다. 최상급 휠을 구하기 전까지 임시로 사용하는 휠이어서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았으나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 튜브리스 작업과 함께, 요즘 핫한 타이어 인서트까지 넣기로 결정했다.

타이어부터 튜브리스 방식이 아니었던 탓에 별로 닳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튜브리스 변환용 림 테이프, 타이어 인서트 쿠시코어, 튜브리스타이어까지 상당한 비용이지만, 펑크를 피하는 동시에 승차감까지 높일 수 있기에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했다.

물론 다른 방향의 업그레이드도 좋다. 경량화를 원한다면 일부 부품을 가벼운 소재로 바꾸거나 불필요한 액세서리를 떼는 방법이 있다. 아름다움을 위해 커스텀 페인팅이나 래핑을 시도할 수도 있다. 부드럽게 굴러가기를 원한다면 허브, BB, 디레일러 풀리 등의 베어링을 교체해도 좋다.

추운 겨울, 야외와 실내 라이딩을 통한 실력 향상, 자전거 관련 문화 활동을 통한 지식 습득, 취향에 따른 장비 구입과 교체 등 업그레이드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라이더 입장에서는 실력 향상을, 기자 입장에서는 지식 습득을, 미캐닉 입장에서는 장비 구입을 권하고 싶다. 모두 다 하면 좋겠지만 어렵다면 둘 혹은 하나만이라도 좋다. 남들이 따뜻한 봄날을 만끽할 때 그 무엇도 하지 않은 그대에게 돌아올 것은 초기화의 고통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2019년 시즌을 대비해 겨울 업그레이드를 시작하자.



글: 함태식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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