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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BERD) 폴리라이트 스포크, 의심했으나 이젠 믿는다

조회수 2018. 12. 12. 18: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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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 휠에 관한 기사(취향저격! 내 마음을 만족시킬 휠을 찾아서)를 썼다. 평생 쓸 생각으로 최상의 휠을 찾았고, 거의 1년이 다 지나서야 휠을 완성했다. 허브도, 스포크도 2월에 이미 받았지만 림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엔비 3.4 림을 주문했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을 듣긴 했지만, 납득하기는 어려웠다. 림은 9월이 돼서야 도착했고, 개인적으로 그 업체가 취급하는 제품은 쓰기 어려울 듯하다. 림이 도착하는데 오래 걸려 멀쩡했던 스포크를 버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스포크 앞에 ‘멀쩡했던’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림이 도착하고 휠을 조립하려고 했을 때엔 이미 멀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서 스포크에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를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전문 휠 빌더는 다양한 길이의 스포크를 보유해 놓고 허브와 림의 조건에 따라 스포크를 골라서 사용한다. 스포크를 보관한 기간이 문제가 된다면 절대 이럴 수 없다. 그들과 기자의 결정적인 차이는 스포크 소재다. 기자가 사용하려던 스포크는 버드 폴리라이트 스포크라는, 폴리머 소재의 스포크다.

버드라는 이름은 바이크(bike)와 너드(nerd)의 합성어다. 자전거만 아는 괴짜라는 의미다. 그들이 만든 스포크는 실제로 보면 운동화 끈 같다. 2월에 이미 허브와 스포크가 도착했고, SNS에 그 사진을 올렸기에 주변에서는 신발끈 휠은 잘 돼 가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대답은 늘 궁색했다. 림이 도착하지 않았고, 림이 도착한 후에도 잘 된다고 할 수는 없었다. 스포크 길이가 짧아서 텐션 작업은커녕 림과 허브를 엮는 레이싱조차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허브와 림 규격을 바탕으로 기자와 버드가 계산한 스포크 길이는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휠을 짤 수는 없었다. 가까스로 레이싱에 성공하고 억지로 스포크에 텐션을 주다 보니, 나사산이 있는 금속 부분과 폴리머 부분이 분리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은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스포크가 줄어들었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나에 8달러나 되는 비싼 스포크를 이대로 버려야 하나 걱정했지만, 고맙게도 버드에서는 새 스포크를 보내줬다. 이전과 같은 게 아니라, 개선된 새 제품이다. 검정색 상자 안에는 스포크 길이 계산 근거를 보여주는 표와 스포크, 휠 빌딩에 사용될 공구 등이 들어있었다. 허브와 림은 실측을 통해 더 정확한 데이터를 보냈고, 그 결과 앞바퀴 왼쪽과 뒷바퀴 오른쪽 스포크가 1mm씩 늘어났다.

금속제 스포크는 그냥 끼우면 된다. 하지만 버드 폴리라이트 스포크의 레이싱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스포크 끝의 고리를 잡아당겨 허브 스포크 홀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폴리머 재질인 스포크가 손상되지 않도록 집중하고 힘도 써야 한다. 금속제 스포크를 쓸 때는 레이싱을 마친 뒤에 쉬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어서 이쯤에서 쉬어야겠다.

24홀, 2크로스 방식 레이싱을 마쳤다. 다음날 아침 라이딩이 계획돼 있고, 당장이라도 타고 싶었지만 버드는 좀 더 참으라고 말한다. 폴리머 소재의 특성 때문에, 휠 빌딩에는 3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레이싱을 끝낸 휠을 휠 트루잉 스탠드에 걸고 트루잉과 텐션 조절을 시작한다. 꼬여 있는 스포크는 없는지 확인하고, 니플을 돌려서 처지는 스포크가 없도록 적당한 텐션을 준다. 그 다음 림이 상하 좌우로 치우치는 부분이 없도록 잘 정렬한다. 정렬을 했으면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니플을 조여서 첫 날의 텐션인 100kg, 파크툴 텐션미터 숫자로는 13을 맞춰준다.

기자는 DT 디지털 텐션미터를 쓰고, 버드의 매뉴얼에 DT 기준은 마지막인 셋째 날 80kg, 0.95mm만 표기돼 있었다. 적당히 환산해 1.1-1.2mm 정도로 텐션을 맞췄고, 둘째 날 다시 100kg으로 텐션을 맞췄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기준인 0.95mm로 전체 트루잉과 텐션을 조절했다.

조인 니플이 풀리지 않게 락타이트를 스포크 끝에 바르면 휠 빌딩은 끝이다. 이젠 라이딩을 위해 디스크브레이크 로터와 스프라켓, 타이어를 장착해야 한다. 튜브리스 전용 림테이프와 밸브, 타이어를 장착하고 약간의 실런트를 넣고 적당한 공기압을 채우면 타이어 장착 완료다. 로터 볼트는 별모양을 그리면서 적정 토크로 균일하게 조여 주고, 스프라켓 역시 프리허브바디 홈에 맞춰서 장착하고 락 너트를 잘 조여 준다. 이렇게,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휠과의 라이딩 준비를 마쳤다.

버드 폴리라이트 스포크는 초경량 휠의 구성요소로 사용될 만큼 가벼운 스포크다. 가볍기 때문에 내구성을 조금은 의심했고 조심해서 타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습관처럼 점프를 했다. 착지는 부드럽고 안정적이었다. 가볍지만 약하지 않다. 새 MTB용 휠에도 버드 폴리라이트 스포크를 쓸 듯하다.



글: 함태식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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