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인가 흐름인가? 새로운 챔피언의 등장
MTB 크로스컨트리 챔피언. 자연스럽게 니노 슐터(Nino Schurter)라는 이름이 떠오른다. MTB에 관심이 적은 누군가는 슐터 미만 잡(슐터 이외는 잡것으로 취급한다는 뜻)이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오랫동안 니노 슐터는 챔피언 자리를 지켜 왔다. 그러나 지난 3월 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에서 열렸던 UCI MTB 월드컵 1차전 우승은 다른 선수가 차지했다.
1995년생, 올해 22세의 샘 게이즈(Samuel William Gaze)가 그 주인공이다. 1986년생인 니노 슐터가 처음으로 2009년 MTB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해 챔피언 저지를 입고 9년만이다. 두 선수의 나이 차이가 9년인 만큼 세대교체의 가능성도 보인다.
니노 슐터는 늘 그렇듯 경기 내내 다른 선수들보다 앞에서 달렸다. 몇몇 경쟁 선수들을 의식했을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본인의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던 듯하다. 그러나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우승자를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니노 슐터와 샘 게이즈가 1위를 다투고, 캐논데일 팩토리 레이싱 팀 소속 막심 마로테(Maxime Marotte) 선수가 그 뒤를 바짝 쫓았다. 결승선을 앞에 두고도 세 선수는 그룹을 이루고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니노 슐터와 2위의 차이는 거의 분 단위였다. 라스트 스프린트는 없었다. 그만큼 이번 대회의 마지막 장면은 신선했다. 샘 게이즈가 앞서 달리고, 니노 슐터는 바로 뒤를 쫓고 있었다. 결승선이 보이고 스프린트를 하던 중, 니노 슐터의 클릿이 페달에서 빠졌고, 샘 게이즈는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꾸준히 챔피언 자리를 지켜 오던 니노 슐터는 2위를 차지하고도 영 표정이 좋지 않다. 표정으로 보면 3위인 막심 마로테가 2위인 듯하다. 이대로 크로스컨트리 챔피언의 세대교체가 이뤄질지, 다시금 니노 슐터가 살아날지 궁금하다. 올해 MTB 크로스컨트리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