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끝내고 이사 준비 다 했는데 이런 날벼락이

조회수 2021. 3. 2. 18: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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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쏙 드는 아파트를 찾아 매수계약을 체결한 A씨. 입주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매도인에게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와 비상이 걸렸다. 최근 집값이 계속 오르자, 매도인이 아파트를 파는 대신 계속 보유하면서 추후 더 비싼 가격에 집을 팔기로 마음을 바꾼 것. 이사를 위해 월세까지 뺀 A씨는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발만 동동 구르게 됐다.

최근 계약금까지 지불했는데 매도인의 일방 통보로 아파트 매매 계약이 파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집값이 치솟는 것을 본 집주인들이 위약금을 물더라도 추후 집값 상승분으로 얻는 차익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것. 이 때문에 계약금을 낸 상태에서 잔금을 치르고 입주하는 날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는 매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행 제도상 공인중개사를 통해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어도 매도인이 계약 파기를 요구하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매도인에게는 중도금 납부 등 계약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계약금 두 배를 배상하고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서다.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매수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매도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적으로 매도인들의 계약 파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매도인의 계약파기는 원칙적으로 계약이행 전에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매수인이 이를 예방하려면 계약 이행을 빨리 하는 방법 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럼 계약 이행은 어떻게 앞당길 수 있을까. 먼저 중도금이나 잔금지급일 이전에 중도금·잔금 일부를 지급하는 것이다. 잔금지급일 전 일부를 지급할 경우 법적으로 계약이 이행된 것으로 본다. 이 때부터는 매도인이 배액배상을 제시해도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 실제로 중도금 지급일 전에 중도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매매계약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며, 이후 매도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 판결이 있다(대법원 2004다11599). 다만 계약서에 ‘매수인은 중도금(중도금 약정이 없는 경우는 잔금)에 대해 그 지급일 보다 앞서 지급할 수 없고, 지급하더라도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식의 특약이 있다면 이 방법을 활용하기 어렵다.


계약금·중도금·잔금 지급 시기를 촘촘하게 설정하는 것도 매도인의 계약 파기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부동산전문변호사는 “요즘 같은 시기에 집주인이 계약을 깨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집값이 오르기 때문”이라며 “계약이 반드시 이행되길 원한다면 단계별 금액 지불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즉시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계약금을 일반적인 계약금(매매대금의 10%)보다 더 많이 지급해 매수 의사를 확실히 해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10억원에 사기로 했다면 계약금은 1억원이지만 그 이상을 송금하라는 것. 계약금이 커질수록 추후 매도인이 계약 파기로 인해 지불해야 할 배액배상액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 때 매수인과 매도인이 합의한다면 매매대금 대비 계약금 설정에 대한 제한은 없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가계약을 정당계약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

매수인이 송금한 계약금이 ‘가계약금’인지 ‘본계약금’인지를 두고도 분쟁이 종종 발생한다. 가계약은 법적으로 존재하는 개념은 아니다. 고가 부동산의 경우 보통 매매대금의 10% 정도로 책정되는 계약금만 해도 수억원에 달한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계약금의 일부(10% 정도)를 우선 주고 추후 본계약을 하는 관행이 생긴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매수인이 가계약금만 보냈을 경우 매도인은 해당 금액만큼의 가계약금만 돌려주면 계약 파기가 가능하다.


다만 실무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만큼, 가계약도 일정 조건을 갖췄다면 본계약처럼 법적 효력을 갖는다. 대법원은 매도인과 매수인이 가계약을 맺을 때 매매 목적물과 매매 대금을 특정하고, 중도금의 액수와 지급일 등을 구체적으로 합의한 경우라면,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해당 가계약을 유효한 계약이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5다39584).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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