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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열어 이웃집과 악수할 판' 하루아침에 떨어진 날벼락

조회수 2020. 10. 1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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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문배동 ‘용산이안3차’. 최고 13층 총 47가구 규모로, 지하철 1호선 남영역까지 걸어서 5분 걸리는 초역세권 주상복합 아파트다. 2006년 입주해 올해로 14년 된 단지지만, 입지가 좋아 84㎡ 실거래가가 10억원에 달한다. 같은 문배동에 있는 ‘삼라마이다스빌’ 84㎡가 올해 초 9억5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약 1억원 높다.

출처: /이지은 기자
서울 용산구 문배동 '용산이안3차' 주상복합 코 닿을 거리에 18층 규모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그런데 최근 단지 앞에 18층 규모 ‘A오피스텔’이 들어서면서 입주민의 근심이 깊어졌다. 이 오피스텔이 아파트 단지 옆에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깝게 지어져서다. ‘용산이안3차’는 바로 옆에 근린공원이 있어 도심인데도 녹지 조망이 가능하고 환기·통풍·채광이 좋은 것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이 오피스텔이 들어서면서 이제 창문을 열면 보이는 건 오피스텔의 콘크리트벽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피스텔이 거실 반대쪽인 북서측에 지어져, 침실에 난 창문만 가린다는 것.

출처: /이지은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센트럴아이파크' 단지 남쪽에 30층 높이 임대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라 추후 조망권과 일조권 침해가 심각할 수 있다.

올해 8월 25일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서초동 ‘서초센트럴아이파크’ 상황은 더 심각하다. 거실창이 나 있는 단지 남쪽으로 13m 떨어진 부지에 최고 30층, 총 350가구 규모 고층 임대주택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이 부지는 나대지로 공사 펜스만 쳐져 있는 상태다. 하지만 추후 건물이 완공하면 대부분 가구 거실창이 가려져 조망권·일조권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행사가 보상 차원에서 입주민협의회 측에 발전기금 20억원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협상 중이다. 하지만 입주민들 사이에선 ‘이 정도면 사기 분양이나 다름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주택시장에서 날이 갈수록 조망권과 일조권이 강조되고 있는데도 위 사례들 같은 ‘딱 붙은 건물’이 생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들 건축물이 전부 상업지역에 지어져서다. 보통 아파트처럼 전용 주거지역과 일반 주거지역에 들어서는 주거용 건물들은 건축법상 일조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건축법 제 61조는 주거지역에 들어서는 건물들의 일조권 확보를 위해 ‘높이 제한’과 ‘인접 대지선 경계선으로부터의 거리 제한’을 두고 있다. 건물 높이가 9m 이하인 경우 주변 토지 경계에서 1.5m 이상, 9m를 초과한다면 해당 건축물 높이의 2분의 1 이상 떨어진 곳에 짓게하는 등의 규정이 있다.


출처: /이지은 기자
건축법상 상업지역에 짓는 건물은 인접 대지 경계선에서 50cm만 띄워서 지으면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거용 건물이라도 상업지역에 지을 경우에는 이 같은 일조권·조망권 보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일반상업지역과 중심상업지역에선 건물을 인접대지 경계선에서 50㎝만 띄워서 지으면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용산이안3차’나 ‘서초센트럴아이파크’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

출처: /이지은 기자
지하철 2호선 이대역 근처에 짓는 오피스텔 세 단지가 딱 붙어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대현동파라타워', 'MJ더퍼스트', '이대포레스트'.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 개발이 활발한 전국 곳곳에선 ‘딱 붙은 건물’들 사례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서울 서대문구 이대·신촌 일대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 근처에선 ‘대현동 파라타워’, ‘MJ더퍼스트’, ‘이대포레스트’ 오피스텔 3개 단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런 오피스텔에 입주할 경우 창문을 활짝 열어도 일조량이 부족하고 환기·통풍이 잘 안된다.


이런 사례가 늘면서 ‘상업지역 내 주거용 건물들도 일조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해 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제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을 분양받거나 매수하기 전, 주변에 고층건물 개발 계획이 잡혀있는지, 땅의 용도가 어떤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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