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성공했는데 공실 수두룩..그래서 요즘 이 방법 씁니다"

조회수 2020. 5. 9.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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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만난 건축주대학 멘토] 이효린 교보리얼코 파트장 “짓기만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죠, 전략이 필요합니다”


[땅집고] 이효린 교보리얼코 투자자문팀 파트장은 "디벨로퍼들이 분양에만 집착하지 말고 직접 임대 운영하는 상가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

“그동안 국내에서 수 십년간 디벨로퍼 주도로 개발한 상업시설은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분양에는 성공했는데 대부분 점포가 오랫동안 공실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껏해야 카페와 부동산 중개업소, 편의점 정도만 들어오는 게 현실이죠. 결국 건설사나 시행사가 직접 임대하지 않고 분양해서 개발 이익을 올리는데 급급하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상가를 일일이 쪼개서 분양하면 소유자가 모두 달라 관리가 어렵고 통일된 콘셉트도 잃어버리는 것이죠. 공실은 장기화하고 결국 상권이 무너지게 됩니다.”


국내 대표적인 MD전문가인 이효린 교보리얼코 투자자문팀 파트장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상업시설 운영자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상업공간도 소비자 니즈와 트렌드 변화에 맞춰 새로운 시각에서 봐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12일 개강하는 ‘조선일보 땅집고 건축주대학’ 12기 과정에서 ‘공실률을 줄이기 위한 상권 분석과 업종별 특성 분석방법’을 주제로 강연한다.




Q. 국내 상업시설 건축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최근 일부 중견 건설사나 시행사들이 과거와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상업시설을 분양하고 빠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임대하는 방식이다. 경기도 동탄신도시 ‘레이크꼬모’가 대표적이다. 약 4만평에 달하는 상업시설 중 70%를 시행사인 우미건설이 직접 보유한 뒤 임대를 내줬고, 30%만 분양했다. 건설사가 직접 임대하다 보니까 다양한 업종이 적재적소에 맞춰 임대차계약을 맺고, 업종 충돌도 막을 수 있었다. 사업계획 단계부터 업종에 따라 상가 면적을 달리 구성해 추가 공사비를 줄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예컨대 10평씩 구역을 나눠서 상가 분양을 하면 보다 넓은 공간을 원하는 임차인에게는 공간이 제한돼 벽을 허무는 경우도 많았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상당히 비효율적이었다”


[땅집고] 경기 수원 '앨리웨이 광교' 상가에서 호주 서커스단이 공연하고 있다. 엘리웨이 광교는 시행사에서 100% 임대를 직접했다. /네오밸류 제공

Q. 상업시설 개발 과정이 바뀌고 있는 이유는.


“일본의 상업시설 임대 문화를 쫓아가는 현상으로 보인다. 일본은 개발 계획부터 우리나라와 다르게 움직인다. 개별 분양하지 않고 디벨로퍼가 부지를 매입해 설계 단계부터 대형 키 테넌트(핵심 임차인)를 먼저 접촉한다. 상업시설 콘셉트를 구체적으로 짜고 동선(動線)도 세밀하게 구상한다. 디벨로퍼가 계획 진행 과정을 총괄한다. 일본 쇼핑센터 ‘라라포트’가 대표적이다. 미쯔이 디벨로퍼가 전체 운영을 맡아 쇼핑몰을 기획한다. 공실 없기로 유명한 이 쇼핑몰은 일본 교외 지역 곳곳을 장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분양에만 목적이 있고 운영에 대한 고민이 없다. 영세한 디벨로퍼들이 상업시설 운영까지 생각할 수 없었던 탓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디벨로퍼의 직접 임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 광교신도시 앨리웨이의 경우 시행사가 100% 임대했다. 주상복합 건물도 상층부 주택은 완판해도 저층부 상업시설이 텅텅 비어있다면 브랜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Q. 소규모 상업시설은 어떤가.


“작은 건물이라도 건축주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넣는게 중요한 시대가 됐다. 다른 상업시설과 차별화하는 포인트를 두는 것이다. 옥상에 특화 정원을 만든다든가, 야외 테라스를 넣는 식이다. 요즘 서울 연희동이나 성수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특화 설계는 임대료를 더 받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모두 임차인이 잘 들어올 수 있는 구조로 건물을 설계했다.”


[땅집고] 선큰테라스, 누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일본 오사카 후프 쇼핑몰. /교보리얼코 제공

Q. 지속가능한 상업시설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은.


“상가 개별 분양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지만, 전체 면적의 30~40%라도 집객이 가능한 시설을 직접 임대 운영하는 전략을 짜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관·대형서점 같은 키 테넌트 중심으로 상가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목적이 분명해야 상권이 오래 유지된다. 개별 분양자가 많아지면 의견 일치가 안돼 전체 상권의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워진다. 내 가게만 잘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상가를 운영하면 상권 전체가 죽는다. 스트리트형 소규모 상가가 모인 곳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각각의 상가가 공생하는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 모두가 똑같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공멸의 지름길이다.”


[땅집고] 일본 도쿄 록폰기 힐스 크리스마스 이벤트 행사. /교보리얼코 제공

Q. 예비 건축주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건축주대학 강의를 할 때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젠트리피케이션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건물주들이 만들어 낸 현상이다. 임차인 영업이 잘 돼야 적정 임대료를 꾸준히 낼 수 있고, 상권이 지속돼야 임대료 인상도 가능하다. 최근 서울 연남동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말자고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건물주와 임차인간 윈윈할 수 있는 문화가 확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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