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 모든 게 멈췄다"..코로나가 집어삼킨 美부동산시장

조회수 2020. 4. 16. 17: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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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현일의 미국&부동산] 미국 부동산 시장에 드리운 코로나19의 그림자


솔직히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걱정을 했다. 하지만 발 등에 불이 떨어지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쓰리고 무섭다. 셧다운(shutdown). 미국의 모든 것이 멈췄다. 경제도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재택근무 2주 차다. 현재 미국의 재택근무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시 정부의 명령이다. 모든 식당과 술집, 소매점도 문을 닫았다. 골프장이나 여러 오락시설도 마찬가지다. 식당은 '투고'(테이크아웃) 주문만 받는다. 달라스 시에서의 1차 재택 대피 명령(Shelter in place)은 4월 3일까지, 하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상점도, 경제도 셧다운


지난주 뉴욕의 부동산 리서치 회사에서 전화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부동산 업계 종사자나 투자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어떤 조치나 움직임을 취하고 있는지를 설문하는 것이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 투자는 셧다운 상태다. 금융기관들도 워낙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신규 대출을 못 하고 있다. 적정 이자 산출도 어려운 상황. 감정평가를 받기도 어렵다. 감정가에 대한 기준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뉴욕에서 몇몇 부동산 인수 딜이 깨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뉴욕의 콧대 높은 고급 식당들도 임대료라도 내기 위해 투고(To-Go) 메뉴를 만들기 시작했다. 오마카세 전문 유명 일식당도 하루에 한정판 테이크아웃 스시 세트를 출시했는데, 인기란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어두운 그림자가 이미 미국 부동산 시장에도 깊숙이 드리워졌다.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호텔 등 관광 산업 직격탄


현재까지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부문은 '하스피탤리티'(Hospitality)다. 관광 산업과 연관된 호텔과 식당, 유관 오락시설 등이 크게 타격을 받았다. 아니 받는 중이다. 호텔에는 손님이 없고, 식당은 영업 일시정지 명령 상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테마파크 등도 문을 완전히 닫았다. 지난주 한 부동산 개발회사 관계자는 회사 소유 호텔의 문을 일시 닫았다고 전했다. 점유율이 2%인데, 그 많은 일력을 써서 운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호텔, 테마파크, 컨퍼런스 산업, 카지노 등에 많이 의존하는 지역의 침체가 단기적으로 더 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리테일 비즈니스도 험한 골짜기를 넘어가고 있다. 언제 문을 다시 열지 몰라 더 답답하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3월 15일부터 21일까지 신규 실업급여 신청 300만 건이 늘었다. 역대 최고치다. 이 중 상당수는 호텔과 식당, 리테일 종사자다. 건물주에게 임대료 구제를 신청하는 소매점주들이 줄을 설 것이다. 리테일 비즈니스 타격은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국 CRR(Centre of Retail Research)은 현재 일시적으로 문을 닫은 영국의 소매점 중 약 2만개는 앞으로 영영 문을 다시 열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리스팅과 거래 일시 정지


주택 시장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세컨드홈이나 럭셔리 콘도미니엄의 하락이 더 선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주택 시장에서 큰 폭의 가격 하락은 보고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거래 자체가 없다. 사람들이 집에서 나오지 않으면서, 신규 리스팅과 거래가 모두 일시 정지다. 부동산 에이전트로 일하는 한 지인은 페이스북에 최근 진행 중이던 모든 거래가 취소됐다며 '무섭다'는 표현을 썼다. 문제는 재택 대피령 이후다. 주가 하락과 실업률 상승, 이로 인한 미국인들의 구매력 저하 등이 겹쳐지면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택 건설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요 감소와 중국산 자재 부족 등이 모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땅 매입 등 신규 사업에 뛰어드는 주택 개발회사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멀티 패밀리와 오피스 수요 변화


멀티패밀리로 대변되는 임대 아파트 시장도 단기적으로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실업률 상승으로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2조 달러 경기 부양책이 숨통을 틔웠다. 1인당 1200달러, 4인 가족 기준 최대 3400달러의 현금 지원이 임대료로 사용될 수 있다. 기간과 액수 모두 강화된 실업급여 정책도 임대료 지급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얼마나 빨리 종식되느냐가 관건이다.


장기적으로는 주택 수요가 줄면서 임대 아파트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임대료가 높은 클래스 A급 럭셔리 아파트와 임차인 중 저소득층 비율이 높은 클래스 C급 임대아파트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임대료가 적정선에 형성되어 있는 클래스 B급 아파트가 다른 클래스의 임대 아파트보다 더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피스는 어떨까? 현재 대부분 오피스 빌딩은 재택근무 명령으로 비어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임대료 구제를 신청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다. 이번 사태로 재택근무를 경험한 기업들이 그 효율성을 확인하면, 이를 늘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오피스 시장에서 상당수를 차지하는 공유 오피스 산업의 타격이 예상된다.


물론 전망이 좋은 분야도 있다. 바로 물류, 온라인 쇼핑의 급증으로 물류 시설 투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가 흔들린다

모두가 동의하는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동력, 바로 소비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한다. 이게 무너지면 정말 큰 일이다. 이미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미국 소비는 위태했다. 2019년 미국 소비자 부채는 1인당 1만 2000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19년 말 기준 미국 사람의 69%는 1000달러 이하 저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었다. 코로나19가 리세션의 서막을 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트럼프 행정부가 서둘러 전례 없는 2조 달러 경기 부양책을 들고 나온 이유다. 당연히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을 예측하기에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섣부른 분석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냉정한 판단은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는 후로 유보해야 할 듯하다.



글=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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