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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는 우리 고향" 5년 만에 나타난 래미안에 업계 술렁

조회수 2020. 3. 5. 18: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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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지난달 22일 열린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 현장설명회.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참석한 건설사들 사이에서 단연 주목을 끈 것은 ‘래미안’ 브랜드로 유명한 삼성물산이었다. 2015년 서울 서초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이후 무려 5년 만이었다.


삼성물산은 한 달 후 열린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시공사 재입찰 설명회 현장에는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오랫동안 주택정비사업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삼성물산이 수주 활동을 재개하면서 오랫동안 설만 무성했던 ‘래미안의 귀환’이 현실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땅집고]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 들어간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선DB

■ ‘클린수주’ 강화… 브랜드 인지도가 성패 가른다?


그동안 건설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에서 철수할 것”, “래미안 브랜드를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삼성물산은 재건축 시장에서 사라졌다. 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 불거지는 부정행위나 건설사간 흑색선전 등이 삼성물산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금품·향응 등 부정행위에 휘말리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삼성그룹의 ‘준법경영’ 가치에 발맞추기 위해 주택정비사업에서 발을 뺐다는 것.


삼성물산이 주택정비사업에 다시 뛰어든 배경에는 정비사업 업계의 ‘클린수주’ 분위기가 거론된다.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등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이 각종 비리로 홍역을 치르면서 규제가 강화됐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금품·향응을 제공하면 시공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클린수주’ 도입으로 과잉 경쟁 대신 자사 브랜드 가치나 인지도, 시공 성과 등이 수주 경쟁에서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삼성물산이 이런 셈법을 고려해 수주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자체적으로도 최근 그룹에서 출범시킨 준법감시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복귀 여건을 조성했다.


[땅집고] 삼성물산이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에 제공한 홍보동영상 캡처. /유튜브

■ “반포는 래미안의 고향” 별들의 전쟁터 된 반포


삼성물산이 복귀를 신고한 지역도 눈에 띈다. 신반포15차와 반포3주구는 모두 서초구 반포동이다. 재건축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곳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등 래미안이 반포 일대 랜드마크를 만들어 왔다”며 “반포는 래미안의 자부심이 깃든 고향과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 시공자 재선정 입찰설명회에 참석한 건설사 가운데 입찰보증금 10억원을 가장 먼저 낼 만큼 사업을 따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신반포15차도 삼성물산이 마지막으로 수주한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와 인접해 동반상승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건설사들도 반포만은 뺏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에는 현재 삼성물산을 포함해 대림산업·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건설·GS건설 등 6개 대형 건설사가 뛰어들었다. ‘별들의 전쟁’이라 불릴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건설은 반포1단지 1·2·4주구를 수주한 여세를 몰아 반포 일대를 ‘디에이치’로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대림 역시 반포를 대표하는 아크로리버파크를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의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땅집고] 삼성물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670억원으로 전년대비 21% 감소했다. /조선DB

■ 건설부문 경영 악화, 주택사업으로 활로 뚫나


삼성물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670억원으로 전년대비 21% 감소했다. 특히, 건설부문 영업이익은 540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30.1%나 떨어졌다. 5개 사업부문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결국 실적 부진을 주택정비사업 수주로 만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비사업 수주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반포3주구와 신반포15차 조합은 지난해 12월 각각 기존 시공사였던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과 공사비 증액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현재는 건설사와 조합간 소송이 진행 중이다. 결국, 새로 선정된 시공사는 ‘소송 리스크’를 떠안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이런 위험 부담을 안고 상징성을 가진 반포 복귀에 성공한다면 향후 주택정비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땅집고] 땅집고가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23.9%가 GS건설의 '자이'를 1위로 꼽았다. 2위는 삼성물산의 '래미안(19.1%)', 3위는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13.6%)'였다. 설문조사에는 땅집고 독자 1598명이 답했다.

■ “래미안 브랜드 파워 여전” vs. “이미 따라잡았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브랜드 가치가 다소 하락했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래미안은 과거 재건축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였지만, 최근 경쟁사들이 고급화를 통해 간격을 메웠다”며 “반포 재건축 수주전이 꽤나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땅집고] 2019 국가고객만족도(NCSI) 기업·기관별 순위.

반면 삼성물산 측은 경쟁력은 여전하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2019년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한 삼성물산은 아파트 업종에서 22년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시공능력도 여전히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래미안의 브랜드 파워가 여전하며, 고품질 완성도는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삼성물산의 복귀에 대해 “건설사간 고급화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주거문화 혁신, 주택 품질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면서 “시장과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만큼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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