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어쩌나'..놀이터 땅 때문에 골머리 앓는 한강맨션

조회수 2020. 1. 16. 11: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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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은 분양가 상한제나, 재건축 이익 환수제 같은 것으로 난리라는데…. 우리 아파트는 놀이터 땅이 제일 큰 골칫거리입니다(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조합원).
출처: /이지은 기자
[땅집고]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아파트 입구.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대한주택공사(지금의 LH)가 1969년 분양한 우리나라 최초의 중산층 아파트다. 1971년 입주를 시작해 올해로 건축한지 50년이 됐다. 단지 남쪽으로는 한강을, 북쪽으로는 용산공원을 끼고 있어 입지 면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재건축 연한(30년)을 20년이나 넘긴만큼 재건축하면 강북 최고가 아파트가 될 것이라는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다. 한강맨션 용적률은 101%로, 용산구 30년 이상 된 아파트 평균 용적률이 178%인 것을 감안하면 사업성도 높은 편이다.

출처: /네이버 지도
[땅집고]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위치.
출처: /이지은 기자
[땅집고]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아파트 놀이터 부지.

한강맨션 소유주들은 2017년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고 2018년 11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속도를 내던 재건축 사업이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무기한 중단됐다. 단지 내 ‘어린이놀이터’ 부지 6곳(총 4277.4㎡)이 재건축 사업의 최대 암초로 떠올랐다. 현재 이 놀이터 부지는 1960~70년대 한강맨션을 최초로 분양받았던 분양자 700여명 공동명의로 등기돼있다. 해당 부지를 현재 아파트 각 소유주들 명의로 되찾아와야만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는데, 사망·증여·상속·이민 등의 이유로 수십년 전 분양 받은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


실제 법률적으로 따져보면 현재 한강맨션을 보유한 집 주인들(조합원)에게는 놀이터 부지 소유권이 없다. 아파트 소유권과 관련한 법률인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 한강맨션이 공급된 이후인 1984년에서야 제정됐기 때문이다. 이 법은 아파트를 분양·매입시 전유 부분과 함께 단지 내 놀이터·경비실·주차장 등 부대시설에 대한 대지권(대지 사용권)을 보장한다. 이 법에 따르면 아파트를 사게되면 건물 소유자가 정해진 비율만큼 대지권을 가지게 해 건물과 건물이 들어선 토지는 물론 부대시설의 소유자가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 제정 전에 입주한 한강맨션은 이 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동안 한강맨션 매매거래에선 아파트만 거래돼고 놀이터 부지는 쏙 빠져있던 셈이다.

출처: /이지은 기자
[땅집고]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사무실.

이와 같은 경우 조합원들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되찾아오기 위해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행법상 부동산을 20년 동안 점유한 경우 ‘점유취득시효’를 들어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한강맨션 주민들은 지난 50년 동안 놀이터를 사용하며 관리비 등을 꾸준히 납부해왔으므로 점유취득시효를 인정 받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소송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40~50년 전 놀이터 소유자를 일일히 찾아내 확인해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시간이 하염없이 걸린다는 점이다. 현재 한강맨션을 분양받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는 주민은 10여명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방법도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등기관 직권에 의한 대지권 등기를 신청하는 것이다. 부동산등기법 제 32조 2항에 따르면 등기의 착오나 누락이 등기관 잘못인 경우라면 등기를 직권으로 경정할 수 있다. 한강맨션 주민들도 그동안 주민들이 서울서부지법 등기국에 여러 차례 경정 등기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행정처 입장은 “한강맨션 같은 경우 토지에 관해서도 건물의 현 소유자 명의로 이전등기 해야 대지권 등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대지권 등기를 하려면 우선 소송 등을 통해 토지에 대한 소유권부터 찾아오라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출처: /이지은 기자
[땅집고]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아파트 놀이터 부지.

현재 한강맨션 주민들은 법의 취지를 생각할 때 현재 건물에 대한 구분 소유자가 대지권 미등기 상태인 놀이터 땅에 대한 등기 권리를 자동으로 현재 주민들이 갖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 아파트에 거주 중인 강해룡 변호사는 “구분 건물을 매입하는 순간 전유 부분(건물) 뿐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대지사용권도 수반돼 함께 이전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현재 건물 소유자가 대지권 등기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강맨션 주민들은 서울서부지법 등기국에 다양한 민원을 접수했지만, 현재 서부지법 측은 법원 등기국이 나서서 놀이터의 소유권을 주민들에게 돌려줄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한강맨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기는 어려 울 것으로 예상된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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