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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유령 건물'…그야말로 아수라장 된 세종시 법조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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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상권] 오도가도 못하고…절망에 빠진 세종시 법조타운 상가 투자자들


2~3년 전 세종시 3-3생활권에 있는 법조타운 상가 분양할 때, 모델하우스에 ‘법원’, ‘검찰청’ 안 써둔 곳이 없었어요. 다른 개발 호재도 아니고 공공기관 온다니까 투자자들은 당연히 믿고 (상가를) 분양받았죠. 그런데 지금까지도 법원이랑 검찰청 건물이 첫 삽도 못 떴어요. (세종시 소담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땅집고] 세종시 소담동 법조타운 '로이어즈 타워' 1층 상가가 텅텅 비어있다.

출처/이지은 기자

[땅집고] 세입자가 한 명도 없는 '로이어즈 타워' 안쪽 점포.

출처/이지은 기자

지난 12일 찾은 세종시 소담동. 법원도 검찰청도 없지만, 세종시에선 이 동네를 ‘법조타운’이라고 부른다. 건물 이름에도 ‘법조타운’이라고 붙어 있다. 한누리대로와 접한 ‘법조타운A’ 건물 전면부 1층 상가 8곳 중 5곳(분양사무소 2곳 포함)이 텅 비어있었다. 분양회사 직원들이 ‘법조타운A’ 건물 앞에 임시 천막을 치고 상가를 홍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1시간 동안 방문객이 한명도 없었다.



비슷한 규모로 지어진 바로 옆 ‘법조타운B’ 상가 사정도 비슷했다. 대로변 1층 상가 8곳 중 6곳이 공실이다. 이 건물 2~7층 총 60실 중 현재 세입자가 입점한 점포는 단 4곳. 근처 ‘로이어즈(Lawyers) 타워’에는 상가 이름과 걸맞지 않게 입주한 변호사사무실이 딱 한 곳이었다.

세종시는 최근 5~6년새 전국 최고 수준으로 아파트 값이 급등한 지역이다. 하지만 상가 공실률은 18.4%(한국감정원, 올 3분기 기준)로 전국 1위다. 세종시 상가 공실률이 치솟은 가장 큰 이유는 건설회사들이 상주 인구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상가를 지어 공급했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제 2의 수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분양가도 비싸게 책정됐고, 덩달아 임대료도 높았다. 하지만 임차인들이 유동 인구가 부족한 세종시 상가에 입점하기를 꺼리다 보니 상가가 텅텅 비기 시작한 것이다.

■법원·검찰청 들어선다길래 상가 투자했는데…“아직은 못지어준다”


[땅집고] 현재 세종시 4-1생활권에 있는 공공청사부지를 둘러싼 3-3생활권 상업부지들에 상가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는 상태다.

출처/네이버 지도

[땅집고] 국토교통부 행정중심복합도시청이 발행한 '행복도시이야기' 간행물에 적혀 있는 세종시 지방법원 및 검찰청 건립 계획.

출처/행복청

그런데 세종시 소담동 법조타운에는 또 다른 문제가 얽혀 있다. 당초 이 곳 공공청사부지에는 2021년까지 세종지방법원과 세종검찰청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도 세종시 4-1생활권에 있는 공공청사부지에 법원·검찰청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꾸준히 홍보해왔다. 행복청이 2017년 3월 15일 발행한 ‘행복도시 이야기’ 110호 공문 중 ‘2017년 이후 공공건축물 건립계획’ 항목에는 2017~2021년 6만2320㎡ 부지에 2768억원을 들여 법원·검찰청을 세우겠다는 계획이 적혀 있다. 부지 근처에는 ‘법원·검찰청’이라고 적힌 버스정류장이나 도로표지판 등을 미리 설치해두기도 했다.


[땅집고] 잡초가 무성한 공공청사 예정부지를 둘러싼 대규모 상가들.

출처/이지은 기자

건설회사와 투자자들 모두 정부의 계획을 믿고 상가를 짓고, 분양 받았다. 하지만 정작 법원 설치 권한이 있는 법원행정처가 ‘아직 세종시 인구나 사건 수요 등이 부족해 법원·검찰청을 새로 짓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도시개발계획상 예정 부지가 마련돼있긴 하지만,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야만 두 기관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 법원·검찰청 신설 계획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이 지역에 상가를 세운 건설사와 투자자들은 말그대로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그렇다고 다른 민간 기업이 들어설 계획도 거의 없다. 세종시민 김모(30)씨는 “소담동 상가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사기 분양’ 아니냐며 시청 앞에 모여 시위하기도 했지만,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자만이라도 받겠다’고 월세 낮추는 투자자들…시행사 대표 잠적하는 일도

상황이 악화되면서 시행사 대표가 상가를 분양하다 말고 잠적해버린 건물도 생겼다. 세종시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법원·검찰청 부지 맞은 편에 있는 8층 규모 ‘유림빌딩’에는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대양종합건설·삼우석재·금강전기산업 등 시공사들이 걸어둔 ‘유치권 행사중’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땅집고] 세종시 법조타운 상가 중 '유림빌딩'에서는 시행사 대표가 잠적해버리는 일도 벌어졌다.

출처/이지은 기자

투자자들의 분노도 하늘을 찌른다. 투자자들은 이 일대 상가를 1층 기준 3.3㎡당 2800만~3300만원 선에 분양받았다. ‘도경프라자’의 경우 1층에 있는 13평 점포 분양가가 8억2800만~9억1000만원 수준이었다. 현재 이 건물 1층 상가가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3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소담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 정도 월세면 수익은 커녕 대출 이자만 겨우 맞출 수 있는 수준”이라며 “투자자들이 어떻게든 공실을 채워보려고 임대료를 낮추고 있지만, ‘유령건물’에 들어올 세입자 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세종시 공공청사예정부지 근처에 걸려 있는 상가 홍보 전단.

출처/이지은 기자

세종시 행정도시지원과는 “법원·검찰청 설치는 중앙정부가 행정중심 복합도시건설사업 기본계획에 반영한 사항이며, 해당 기관 유치를 위해 대법원을 2회 방문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상가전문 앱 ‘상가의 신’ 권강수 대표는 “세종시 법조타운처럼 대규모 상가 수십 채가 한꺼번에 침체돼있는 경우에는 세입자들에게 렌트프리나 인테리어 비용 지원 등의 혜택을 준다고 해도 상권 살리기가 어렵다”라며 “약속했던 법원·검찰청이 지어지지 않는 이상 마땅한 방법이 없을 것”라고 말했다.

글=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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