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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없어 통행하기 힘든 '맹지' 사도 문제 없을까?

조회수 2019. 11. 29. 16: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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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의 경매시크릿] 맘에 쏙 드는 땅 경매로 나왔는데…통행로 전혀 없는 맹지라면


출처: 신한옥션SA
[땅집고] 경매에 나온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 땅.

[땅집고] 퇴직 후 충남 태안으로 귀농할 계획인 L(47)씨. 그는 다음달 10일 2차매각기일을 앞두고 있는 태안 근흥면 마금리 2489㎡ 크기의 땅 이 경매로 나온 것을 발견했다. 지목은 답(畓)으로, 바닷가에 딱 붙어있어 그림 같은 풍경을 가진 토지였다. 게다가 최저입찰가격은 최초입찰가격(1억4187만원)에서 30% 떨어진 9931만원으로 저렴했다.


출처: 신한옥션SA
[땅집고] 해당 토지 감정평가서에 도로조건이 '맹지'라고 적혀 있다.

등기부를 보니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근저당권, 3순위 지상권, 4순위 가압류, 5순위 가압류, 6순위 압류, 7순위 경매개시결정(강제경매) 순이었다. 등기부에 공시된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한다. 그런데 토지이용계획확인서에 있는 확인도면을 보니 도로가 없는 맹지라고 나와있었다. L씨는 과연 길 없는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매각기일이 다가올수록 경매에 참여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갔다. 

출처: 이지은 기자
[땅집고] 주위토지통행권 정의.

보통 투자 측면에서 보면 맹지는 기피 대상이다. 하지만 땅에 길이 없다고 해서 해당 토지가 무조건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 공로(도로)로 나가는 길이 없는 땅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인접한 땅을 대신 이용할 수 있는 ‘주위토지통행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로를 개설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민법 제219조 참조). 따라서 L씨가 길이 없는 땅을 매수하더라도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받아 농사를 짓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

주위토지통행권자는 이동 편의성을 위해 통행지상에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 모래를 깔거나, 돌계단을 조성하거나, 통행에 장애가 되는 나무를 제거하는 등이다. 통행지 소유자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다면 통로를 포장도로로 만들 수도 있다(대법원 2002다53469 참조).

출처: 신한옥션SA
[땅집고] 2019타경52650(3) 매각물건명세서.

하지만 주위토지통행권은 통행지 소유자에게 가장 손해가 적은 장소와 방법을 고려해서 주어지는 것이다. 즉 통행로의 폭이나 위치 등을 정할 때 해당 토지 소유자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또 통행지 소유자에게 손해를 보상해줘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주위토지통행권으로 정해진 통로는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 만약 주위 토지의 현황이나 사용 방법 등이 달라졌을 경우, 통행지 소유자를 위해 손해가 적은 다른 장소로 옮겨 통행해야 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4다10268 참조).


주위토지통행권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성립하지만, 해당 요건이 없어지게 되면 소멸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토지가 외부 개발에 의해 공로에 접하게 되거나, 소유자가 주위의 토지를 취득해 통로를 확보한다면 주위토지통행권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대법원 2013다11669 참조).



글=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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