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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절대 안된다' 소리듣던 사업 아이템, 신촌에서 대박냈습니다

조회수 2019. 11. 19. 09: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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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업’ 하고 싶어 5년 다니던 대기업 퇴사
동물성 재료 사용하지 않는 ‘비건 베이커리’ 창업
건강 보다 '맛' 추구... 비(非)채식주의자 사이서도 인기

 ‘더브레드블루(THE BREAD BLUE)’는 계란, 우유, 버터 등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빵을 만드는 ‘비건 베이커리’다. 달걀도 유제품도 먹지 않는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들 사이에선 제법 알려진 빵집이다. 스스로 비(非)채식주의자이면서 비건을 위한 빵집을 창업한 더브레드블루의 문동진 대표를 만났다.

◇계란·유제품 안 쓴 ‘비건 베이커리’

인하대 국제통상학부를 나와 5년 간 대림코퍼레이션을 다녔다. 전략기획과 해외영업 업무를 맡았다. 회사원이 아니라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던 그는 첫 딸이 태어나기 한 달 전 사표를 내고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 평일 낮 시간은 무조건 회사에 얽매여 있어야 하잖아요. 내 사업을 하면 일하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요. 하루 12시간을 일하더라도, 가족이 나를 필요로 할 때는 시간을 낼 수 있는 거죠.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서라도 빨리 창업해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아이템으로 처음부터 ‘비건 베이커리’를 정했다. 대학 시절 해외 박람회에 여러 차례 참가할 기회가 있었던 게 계기가 됐다. “해외 식당에 가면 비건 메뉴가 별도로 있는데 우리나라는 찾아볼 수가 없어요. ‘채식하는 사람은 유별나다’거나 ‘비건 메뉴는 맛이 없다’는 편견 때문인 것 같더라고요. 창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비건이 아닌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건 식품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출처: 조선일보 박상훈 기자 제공
문동진 더브레드블루 대표가 신촌본점 매장에서 '비건 빵'을 든 모습

문 대표는 비건이 아니다. 채식주의자도 아니다. 주변에선 ‘채식도 안 하는 사람이 비건 베이커리를 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동의하지 않았다. 비슷한 질문을 받으면 “약도 환자가 아니라 연구원이 만든다. 비건 빵이라고 해서 꼭 비건이 만들어야 하는 법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비건이 먹을 수 있는 빵이라고 해서 단순히 비건만을 소비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유제품에 아토피나 알레르기가 있는 소비자도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비건 빵’을 지향한다”고 했다.

 

2016년 7월 대림코퍼레이션을 그만두고 1년 준비를 거쳐 2017년 8월 서울 신촌에 첫 지점을 열였다. 우유 대신 두유, 계란 대신 콩 단백질, 버터 대신 쌀눈유를 써서 빵을 만들었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한 빵의 종류가 170개가 넘는다. "빵 뿐 아니라 케이크, 아이스크림, 마카롱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건강한 식품이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엄선된 재료만 쓰고 있습니다. 프랑스 밀가루(T-55), 국산 우리밀, 비정제 유기농 사탕수수 등 신선하고 깨끗한 농산물만 사용합니다.”

◇쿠팡 등 새벽배송 덕에 매출 크게 늘어

비건 뿐 아니라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 사이 입소문이 나면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 2호점을 낸 뒤, 롯데프리미엄 푸드마켓(잠실·공덕)과 현대프리미엄 아울렛(송도)에도 입점했다.

서울 구로에 있는 공장에서 빵을 만들어 각 직영점에 공급하며, 온라인(http://bit.ly/2NKHSdu) 판매도 한다. 마켓컬리와 쿠팡 등에서 판매되며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문 대표는 “마켓컬리의 새벽 배송과 쿠팡의 로켓 배송 덕에 매출의 60%가량이 온라인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빵 가격은 빠리바게뜨나 뚜레주르 같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와 비교하면 1.5배 정도로 비싼 편이다. "계란과 유제품을 쓰지 않는 대신 화학 성분이 들어간 대체재를 쓰는 비건 베이커리가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오로지 두유, 콩 단백질, 쌀눈유 등 천연 재료만 쓰고 있습니다. 아직은 어쩔 수 없이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가격이 비싸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출처: 더브레드블루
문동진 더브레드블루 대표가 투자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업 초기 4명이던 직원이 26명으로 늘었다. 대부분 생산과 연구 인력이다. 직원들 대부분이 비(非)채식주의자라, 빵에 대한 소비자 평가와 조언은 비건 모임에 직접 나가 듣는다. “사업 초반에는 우유가 든 제품도 팔았어요. 그런데 한 고객이 ‘그런 식으로 하면 브랜드의 정체성이 무너진다’며 따끔하게 지적하시는 거에요. 바로 유제품을 모두 퇴출시켰습니다. 비건 모임에 나가 고객들 얘기 들으면 생각과 문화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계란 알레르기 있는 내 아이에게 첫 생일 케이크 선물할 수 있어 감사해”

고객에게서 감사하다는 얘기를 들을 때 가장 보람있다. “일곱 살짜리 아이 엄마가 찾아와서 생일 케이크를 찾았어요. ‘정말 계란 안 들어간 게 맞느냐’고 두세번 되묻더라고요. ‘그렇다’고 하니 눈물을 글썽이면서 고맙다고 했어요. 자기 아이가 계란 알레르기가 있어서 지금껏 생일 케이크를 한 번도 못 먹어봤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가 금전적으로 정말 힘든 상황이었는데, 그분을 보고 힘을 내서 이겨내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박상훈 기자 제공
문동진 더브레드블루 대표

스타트업 대표로서 스스로 꼽는 가장 큰 장점은 ‘추진력’이다. “뭘 하나 결정하면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데 자신 있어요. 때론 직원들이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그 덕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케팅에 능숙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전표 끊는 것 하나 하나까지 전반적인 경영 시스템을 보고 배웠는데, 마케팅은 약해요. 마케팅을 하지 않는 것이 더브레드블루의 마케팅이라고 얘기하는 직원이 있을 정도니까요. 외부 도움을 받아서라도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브랜드 이름에 ‘블루’를 넣은 것은 순수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비건이나 건강이라고 하면 녹색을 많이 쓰는데, 우리가 그걸 또 갖다 쓰면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 생각했어요. ‘몸에 해로운 재료는 하나도 넣지 않았다’고 순수함이나 깨끗함을 강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나타내는 게 파란색이고 브랜드 명도 ‘더브레드블루’라 지었습니다.”

더브래드블루를 온라인(http://bit.ly/2NKHSdu)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비건 식품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 “소비자들이 ‘더브래드블루’라는 이름만 들어도 ‘믿고 먹어도 되는 식품'을 떠올리시면 좋겠어요. 2025년까지 매출 100억원 기업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글=김승재 큐텐츠컴퍼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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