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된다' 전국민이 즐겨먹는 견과류 만든 서울대생이 접니다

조회수 2019. 11. 8. 09: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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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동아리 시절 하루견과 개발
크라우드펀딩 통한 신제품 마케팅으로 주목
식품기업의 '애플'이 꿈

식품은 불량의 위험성이 매우 크고 투자비가 많이 들어 스타트업이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다. 식품 산업에서 나름 큰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 ‘인테이크’의 한녹엽 대표를 만났다. 많은 사람이 매일 먹는 ‘하루견과’를 서울대 재학 시절 국내 최초로 내놓은 장본인이다.(아래 영상을 클릭하시면 인터뷰 풀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붕어빵 만들며 사업 재미 느껴

서울대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동기생들 분위기는 대체로 공부나 취업이었다. 한 대표는 달랐다. 항상 창업에 관심이 가 있었다.

경험쌓는 아르바이트를 주로 했다. 돈보다 경험을 위주로 일을 골랐다. 친구들이 과외 알바를 할 때 술집 서빙, 주유소 주요 보조, 일용직 노동 등을 했다. 어학원에선 강사가 아니라 상담 매니저를 했고, 식품 사업 경험 쌓는다고 붕어빵 장사를 한 적도 있다.

“제가 붕어빵을 참 잘 구웠어요. 불 조절을 잘해서 이른바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이 잘 됐죠. 곧 길게 줄이 늘어섰습니다. 재밌더라구요. 내가 파는 걸 사람들이 인정해주니 벅차기도 하구요. 언젠가 꼭 창업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번 돈으론 국내외 여행을 다녔다. “어떻게든 많은 경험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후 학교 창업동아리에 들었고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를 하게 됐다.

 

창업동아리를 하면서 개발한 게 하루견과 ‘닥터넛츠’다. 이때가 7년 전이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즐겨 먹는 제품인데, 알고 보면 한 대표가 대학생 시절 처음 개발한 것이다.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요.

“고향에 내려가면 부모님이 집이나 차에 견과류를 엄청 쟁여 놓고 드시더라구요. 그런데 밀봉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방치하다 보니 커다란 봉지에서 통째로 쩐내가 나는 거에요. 먹을 수 없는 지경이었죠. 하지만 아깝다고 계속 드시더라구요. 쩐내 원인을 알아보니 견과의 지방성분이 산소나 수분, 직사광선 때문에 산패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곰팡이에 오염되면 견과류에서 아플라톡신이란 독소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보고 부모님 드시던 견과류를 제가 나서 모두 버렸습니다. 그걸 버리면서 ‘딱 먹을 만큼만 작게 포장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양을 고려해 적당량을 포장하면 건강에도 좋겠구나 생각도 들었죠. 그길로 해외논문 등을 참고해서 하루 견과섭취량을 1온스로 제안해 국내에선 처음으로 권장섭취량 개념을 도입한 닥터넛츠 개발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창업동아리에서 친구 3명을 모았다. 식품공학, 산업디자인, 산업공학 등 전공이 다양했다.

출처: 큐텐츠컴퍼니
하루 견과 제품과 한녹엽 대표

의지가 충만했다. 하지만 세상물정을 몰랐다. 당장 제품을 내놔야 겠다는 생각만 앞서서 여러 견과류를 사다가 동아리방에 둘러 앉아 약국에서 쓰는 약주걱과 약봉투를 구입해 포장했다. “그저 포장해서 팔면 된다고 생각했던 거에요.” 하마터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수갑을 찰 뻔 했다. 위생이 중요한 식품은 제대로 된 시설에서 깨끗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간과한 것이다.

   

겨우 문닫을 위기는 넘기고 제품을 생산해줄 수 있는 공장을 찾아 다녔다. 정식으로 견과류를 공급받아 깨끗하게 포장해서 완성품을 내놓을 수 있는 공장이 필요했다. “여러곳을 알아봤는데 대학생이라고 하니 다들 콧방귀를 뀌시더라구요. 그러다가 우리를 인정해주는 사장님을 겨우 한 분 만났고 그 인연이 7년 넘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렵사리 제품은 나왔다. 남은 건 판매였다. 창업 멤버 중 코딩을 아는 친구가 있었다. 무턱대고 쇼핑몰을 만들어 팔아보기로 했다.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 제품이 나왔다고 알렸다. 하지만 대학생 인맥이란 게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리 만무했다. “쌓아놓은 제품 보니 한숨만 나왔습니다.” 그제서야 식품 회사 다니는 선배들 만나 조언을 구했다. 온라인을 시작으로 유통업체와 정식 납품 계약을 맺어 나가기로 했다. “조언대로 했더니 곧 30-40대 주부층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왔습니다. 이후 백화점에도 납품하면서 인기가 더 올라갔고, 그 후로 카피 제품이 50가지 넘게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출처: 인테이크 제공
인테이크 제품 마케팅 이미지

◇식품 업계 애플을 꿈꾼다

당장 이익보다 가치가 우선이다. “사람들이 애플 보면 ‘혁신적이야!’ 생각합니다. 저도 ‘인테이크가 우리의 일상을 더 가치있게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가장 혁신적인 식품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루 견과 카피제품이 범람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소포장 견과시장을 새로 창출했다는 뿌듯함이 더 크다.

다양한 가치를 꿈꾼다. 회사명부터 음식 섭취가 ‘이트(EAT)’가 아니라 ‘인테이크’(INTAKE)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담은 것이다. “이트는 단순히 배를 불리거나 맛을 느끼는 것에 머무릅니다. 반면 인테이크는 성분 등을 제대로 인지해서 능동적으로 섭취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습니다. 건강, 영양, 편의성, 생산성 등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를 고려해서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죠. 식품은 ‘더 나은 일상을 위한 선택’이 돼야 합니다.”

지금은 널리 쓰이는 간편대용식 시장을 일컫는 CMR(Convenient Meal Replacement) 용어도 인테이크가 처음 내놓은 것이다. “식품에 다양한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 무척 즐겁습니다.”

마케팅 방식도 독특하다. 인테이크는 바로 완성품을 내지 않는다. 핵심만 담은 MVP(최소기능제품) 선에서 신제품을 공개한다. 13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인테이크몰과 와디즈 같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활용한다. 그러면 팬들이 제품을 구입해 먹어본 뒤 개선할 점을 남기고, 이를 반영해 최종 제품을 내놓는다.


-어떤 점이 유리한가요.

“바로 완성품을 내는 게 아니니 사전검증이나 조사에 힘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고객과 소통을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하면서 보다 수월하게 새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거죠. 그러면 고객 만족도도 높습니다. 무턱대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가정을 설정한 뒤 이 가정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전검증작업에 힘을 쏟게 되면 소비자 니즈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최소기능제품을 공개한 뒤 소비자 의견을 반영하면 만족도를 크게 올릴 수 있습니다. 현재는 ‘마시는 액상 링거’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http://bit.ly/2pP36hi)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식품 그 자체다. 닥터넛츠에 이어 모닝죽, 대체식사 밀스, 무설탕 디저트 ‘슈가로로’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시장에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내놓은 제품은 300개를 넘는다.

출처: 인테이크 제공
인테이크 제품 마케팅 이미지(왼쪽)와 한녹엽 대표

◇마시는 액상링거로 라인업 확대

국내에 머무르지 않는다. 미국, 중국 등 1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선 현지인 상대로 죽이 잘 팔리고, 중국에선 편의점 등 입점에 성공했다.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해 동남아 거점도 확보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식품산업 발전유공으로 국무총리표창을 받고, 작년에는 소프트뱅크 벤처스에서 30억원을 투자 받기도 했다. 쿠팡에 투자한 손정의 회장의 그 소프트뱅크다. 식품 스타트업으로선 이례적으로, 더 큰 성공을 향한 이정표 같은 성과다.

-앞으로 계획은요.

“제품 라인업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고 싶습니다. ‘마시는 액상 링거’가 그 시작입니다. 우리 회사가 아직 스타트업이라 임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야근을 자주 합니다. 커피나 피로회복제에 의존하는 직원이 많은데요. 이력이 붙어서 별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대신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으면 빠르게 피로가 회복되는 효과를 볼 수 있는데요. 꽤 오래 사무실을 비워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비싸기도 하구요. 그러다 문득 마시는 수액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들더라구요. 찾아보니 이미 ‘경구수액’(ORS) 요법이 있더라고요. 그 배합비율에 맞춰 마시는 링거 음료를 개발했습니다. 이 제품 역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http://bit.ly/2pP36hi)에 먼저 공개하고 있습니다.”

-장기 비전이 있다면요.

“일상에서 먹는 것과 관련한 모든 불편함이나 결핍을 해소하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더 나은 일상을 위한 식품을 만든다’는 지향점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거대 식품 기업 사이에서 우리 같은 스타트업도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니치마켓이 만들어지리라 확신합니다. 간편식 시장을 이끄는 No.1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창업하는 분들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궤도에 오를 때까지 우직하게 잘 버티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본궤도가 늦게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버텼더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긴 호흡으로 멀리 갈 수 있는 지구력을 갖추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글=큐텐츠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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