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주택' 기준? 11년 전에도 9억, 지금도 9억

조회수 2019. 11. 4. 10: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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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9억원짜리 아파트는 고가(高價) 주택인가?”


현행 법상 주택가격이 9억원을 넘어가면 ‘고가주택’으로 분류한다. 고가주택 소유자는 세금과 주택대출에서 큰 불이익을 받는다. 현행 고가주택 기준이 정해진 건 11년 전인 2008년. 그동안 서울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른 만큼 9억원 넘는 주택이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 아파트의 중위 가격(모든 아파트를 가격순으로 줄을 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이 8억7272만 원까지 오른 현재 9억원이 고가주택 기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고가주택 기준이 도입된 취지에 맞춰 기준을 상향하는 등 보완 조치가 필요하지만 지역간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11년째 그대로인 고가 주택 기준


고가 주택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1994년. 당시 소득세법 시행령에 ‘고급주택’이란 규정이 생겼다. 당시 공동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165㎡ 이상이면서 양도가액이 5억원을 초과하면 고급주택이었다. 1999년 금액 기준이 ‘실거래가 6억원 초과’로 변경됐고 2003년부터는 면적 기준이 사라지고 용어도 ‘고가주택’으로 바뀌었다.


다시 2008년 10월 금액 기준이 ‘실거래가 9억 원 초과’로 상향된 이후 지금까지 이 기준이 유지되고 있다. 당시 정부는 고가주택 기준을 올리면서 “주택가격 상승률을 반영하고, 1가구1주택자 중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중산층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 고가주택 보유하면 세금 폭탄에 대출 규제도

고가주택을 보유하면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9억 넘는 신규 분양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안된다.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는 9억원이 넘는 주택을 구입할 때 실거주 목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주택담보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세금 부담도 늘어난다. 고가주택은 취득세율 3%가 적용돼 취득 세율이 부쩍 오른다. 6억원 이하 주택 취득세율은 1%, 6억원 초과~9억원 이하는 2%이다. 1가구 1주택자라고 해도 양도소득세의 과세 대상이 된다. 종합부동산세도 내야 한다.



■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8억 7272만원


부동산 업계에서는 고가주택 가격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 많다. 실제 2008년 당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4억 2462만원, 강남권에 많은 전용 85㎡ 초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7억9522만원이었다. 당시에는 9억원 초과 주택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9억원 초과 주택이 급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용 1㎡당 1071.9만원으로, 85㎡ 아파트 평균가격이 9억원에 이른다. 올 3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중 실거래가가 9억원을 초과한 경우가 전체의 3분의 1쯤 된다.

출처: 국토교통부
[땅집고=서울] ㎡당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추이.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2008년 4억8084만원에서 올해 8억 7272만원까지 올랐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비싼 순으로 나열했을 때 9억원이면 중간 정도 가격이라는 뜻이다.

출처: KB부동산
[땅집고=서울] 2019년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중위가격.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아파트 중 절반은 9억원을 넘었다. 직방 데이터랩에 따르면 2019년 서울에서 분양한 9억원 이상 아파트 비율은 전체의 48.8%로 2015년 12.9%에 비해 3배 이상 커졌다.

출처: 직방 데이터랩
[땅집고=서울] 서울 분양가 9억원 초과 민간아파트 비중 추이.

■ 고가주택 기준 올리자니 형평성 고민


그러나 고가주택 기준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9억원 넘는 주택 대부분이 서울에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 보면 고가주택 부담을 줄이는 것이 지역 차별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 지난 9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3억5420만원이었다. 경기도 3억4417만원, 부산·대구·대전은 2억5000만원, 광주 1억9211만원 등이다.


기획재정부는 고가주택의 기준을 당장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세수가 줄어드는 문제 뿐 아니라 고가 기준 상향 조정이 자칫 최근 급등하는 집값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물가상승률과 서울 집값 상승률을 생각하면 고가주택 기준을 세분화해서 예컨대 12억원 이상 주택에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의원(자유한국당)은 “고가주택 규제를 단순히 가격만으로 결정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서 “대출 규제의 경우 소득이나 기타 자산 등 능력에 따라 규제를 선별적으로 완화해 주택 구입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최준석 땅집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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