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지어 사는 게 꿈? 녹록지 않을 겁니다

조회수 2019. 10. 28. 11: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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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집짓기] 명심해야 할 집짓기 '십계명'

집짓기에 대한 서론을 두서없이 정리하는 데만 22회 차에 이르렀다. 집을 짓는 데는 그만큼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집짓기는 ‘시작이 절반’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집짓기 전에 절반은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서론을 마무리하면서 집짓기 전에 명심해야 할 십계명을 개략적으로 정리한다.

외장이 아름답게 마감된 주말주택형 전원마을. 집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기 편한 집이어야 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1.전원에 산다는 것, 이민가는 각오로 떠나라


전원생활에 대한 꿈과 체험의 결과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유는 아파트 문화와 전원주택 문화의 이질적 환경 때문이다. 단지 또 하나의 집을 선택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저지를 수 없는 것이 전원생활이다. 가능하면 주말 체험을 통해서라도 전원생활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쌓고 도전하는 것이 좋다.



2.재테크가 아니라 삶테크를 하라


고정소득을 보장한다는 수익형 주말주택 광고를 자주 본다. 단언컨대, 전원주택은 재테크 상품이 아니다. 본전을 유지할 수만 있으면, 도시와 비교할 수 없는 쾌적함을 덤으로 얻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 전원주택이다. 삶의 질을 가르는 잣대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사람을 섬기는 집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희열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단, 본전은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터를 잘 골라야 하고 제대로 지어야 한다.



3.무엇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먼저 버려라


도시 아파트 문화에서 누리던 것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지 찾고, 심지어는 아파트 문화의 편리함에 전원주택의 쾌적함을 더해서 누릴 수 있는 집을 찾는 것은 사치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으면서 싸고 튼튼한 집은 없다. 가장 절실한 것을 먼저 정하고, 버릴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버릴 수 있을 때 흙속의 진주가 보인다.



4.터잡기1-‘지리적’ 거리가 아니라 ‘시간’ 거리를 따져라


도시의 생활 터전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경우는 교통 문제가 가장 중요한 선택 요인이 된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는 방사형 전철망이 잘 개발돼 있어서 교통 수단의 선택 여부에 따라 선택 지역의 범위도 얼마든지 확장성이 있다. 지도상의 거리에 구애받지 말고 이용가능한 교통 수단을 중심으로 시간거리를 따져야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당분간의 불편을 참을 수 있다면, 지금 편리한 곳 보다는 적어도 5년 후를 내다보고-국토개발계획은 10년 주기로 장기개발계획이 모두 공개돼 있다-몸을 던지는 용기도 필요하다. 장화신고 들어가야 구두신고 나온다.



5.터잡기2-한곳을 집중적으로 파라


현장에서 상담을 하는 많은 고객들이 ‘안 가본데 없이 많이 돌아 다녔다’는 말을 한다. 많이 보러 다니는 만큼 얻는 것도 있겠지만,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다. 고향과의 연고, 직업, 현재 생활근거지, 장래 계획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어차피 제한돼 있다. 같은 교통축에 있는 지역 1~2개 시·군으로 범위를 정하고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좋다. 시골은 1개 군이라 하더라도 면적이 서울시보다 넓은 곳이 많다. 한 곳으로 정하고 파고들어도 시간이 꽤 걸린다. 수도권 전역이나 강원도 전 지역을 주마간산으로 둘러보는 것은 시간낭비다. 한 곳을 깊게 파는 것이 맑은 샘물을 얻는 비결이다.

입주 3년차가 넘어 주변 경관과 조화롭게 꾸며진 정원. 마당가꾸기는 세월의 힘을 더해야 완성된다.

6.집짓기1-구상을 길게, 건축은 짧게


백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 말이다. 모든 생각은 착공 전에 다 정리되어야 하고 건축이 시작되면 생각은 멈춰야 한다. 자금 계획도 그렇게 서 있어야 한다. 대부분은 그 반대로 한다. 현실이 그럴 수밖에 없다면 아예 전문가에게 맡겨라.



7.집짓기2-꼭 필요한 공간의 우선 순위와 크기를 먼저 정해라


집을 한 번도 지어보지 않은 사람이 가장 보편적으로 하는 실수가 필요없는 공간을 너무 많이 만든다는 것이다. 하루에 문을 한 번도 열어 보지 않는 공간은 만들지 않는 게 맞다. 이것저것 기본적으로 채워야 할 공간을 너무 많이 만들다 보니 정작 자신에게 꼭 필요한 공간은 줄어든다. 시골 땅은 아무리 좁아도 70~80평이고, 2층 집을 지으면 기본 건폐율(대지면적에서 건축 바닥면적이 차지하는 비율) 40~50%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다. 필요하면 집을 증축할 수 있는 공간이 남게 마련이다. 살다보니 필요한 공간은 그런 곳에 만들어 가면 된다.



8.꾸미기1-마당, 주변을 먼저 알고 내 마당을 가꾸어라

전원주택으로 이사 오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조급해 하지 말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갖춰 놓고 몸만 들어오면 완성되는 그런 집을 가지려고 하지만, 단독주택은 살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특히 마당은 세월이 녹아들면서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조경은 늦게, 직접할수록 좋다. 주변의 자연이 내 눈과 마음에 완전히 프로그래밍이 되고 난 다음에 조경을 해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집이 완성된다.



9.꾸미기2-집, 사람 살리는 집이 먼저다


집은 무기물질로 만드는 유기체다. 그러나 건축마감재 중에서 미적으로 아름다운 집을 만드는 재료는 유기체적인 기능성을 저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소 투박하더라도 자연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을 쓰는 것이 사람 살리는 집이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못생긴 것과 잘생긴 것이 그대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인간의 손으로 그런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못생긴 것만 골라 담을 수도 있고, 잘생긴 것만 주어 담다가 사람이 뒷전으로 밀리는 집도 있다.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키는 이치는 집을 꾸미는 데도 적용된다. 사람을 살리는 기준에서 보면 못생긴 것이 답이 될 수도 있다.

대문 걸어 잠그고 CCTV 카메라(빨간점선)에 방범을 맡겨 놓으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마음까지 편안한 것은 아니다. 때론 방범카메라보다 이웃이 더 든든한 파수꾼이 될 수도 있다.

10.방범에 정력을 쏟지 말고 이웃에 먼저 문을 열어라


최근 나온 영화 ‘싱글라이드’를 보면 인생이 전도되어 나락으로 떨어진 주인공(이병헌)이 호주에 조기유학을 보낸 아이들과 마누라가 사는 집을 기웃거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이웃집에 살던 할머니가 주인공을 노려보며 말한다. ‘여기서는 모르는 것 같아도 다 보고 있다’고. 시골생활이 그렇다. 담장이 낮은 전원주택에서는 일거수 일투족이 알게 모르게 이웃의 시선에 노출된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그런 시선 자체가 익숙해져서 느껴지지 않을 뿐이지만, 그 대상이 외부인이라면 다르다. 좋은 이웃은 1년에 수백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비싼 방범시스템보다 더 확실한 파수꾼이다. 오랜 아파트 문화의 관성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이웃에 마음의 문은 열어두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둑은 닫힌 대문보다 열린 대문 앞에서 더 멈칫한다.



글=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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