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가구 사는 6층짜리 아파트를 4일 만에 지었다고?

조회수 2019. 10. 14. 1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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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뚝 떼어 부산에 그대로 옮겨 지을 수 있다면, 그것도 하루만에 공사를 끝낼 수 있다면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머지않아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 천안 서북구 두정동에 지은 지상 6층 규모 행복주택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출처: / 금강공업 제공
천안 두정동에 모듈러공법으로 준공한 두정 행복주택.

지난 22일 땅집고 취재팀은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 행복주택 현장을 찾았다. 지상 6층·40가구 규모로 겉모습은 다른 집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 집에는 제법 신기한 비밀이 숨어 있다. LH 관계자는 “이 아파트 한 가구의 유닛(16㎡)를 완성하는데, 1시간 정도 걸렸고, 6층·40가구 아파트 유닛을 쌓아 올리는데 4일 걸렸다”고 말했다. 유닛은 벽지와 단열재, 창호, 빌트인 가구까지 완성 돼 있는 주택 세트를 말한다. 이 유닛을 이미 지어 놓은 골조 안에 쑥 밀어 넣거나,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시공한다. 기초 공사는 3개월, 엘리베이터 설치, 주택 내·외부 공사 과정 전체를 포함하면 공사 기간은 6개월이다.

출처: / 김리영 기자
주택 내부 모습.

통상 이 정도 규모의 공사를 현재 일반적인 공법으로 시공하면 골조 공사 기간은 4개월, 전체 시공 기간은 1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 공사 기간은 절반으로 줄었다. 두정동 행복주택 공사 기간을 이처럼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듈러 공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국가 연구개발 과제로 추진한 이 모듈러 공동주택 공법은 골조(骨組)와 문·창호·전기배선 등 집의 기본 형태를 미리 만들어 현장으로 가져온 뒤 블록을 쌓듯 조립하는 공법이다. 단독 주택이나 빌라 등에 모듈러 공법을 적용하는 사례를 많았지만,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5층 이상의 공동주택에 모듈러 공법이 적용된 것은 지난 2017년 12월 가양동 ‘가양 행복주택’이 처음이고 이번이 두 번째다.



■ ‘1시간이면 집 한채 뚝딱’…공사기간 기존보다 50% 단축

 

이번에 적용된 공동주택 모듈러 공법은 쉽게 얘기하면 ‘공장에서 집을 찍어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두정 행복주택 40채는 모두 경남 창녕, 창원 공장에서 만든 것이다. 현장에서 기초공사를 비롯해 철근 콘크리트로 구조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공장에서 집을 제조한다. 이후 현장으로 각 집 모듈을 차량으로 운반하고, 콘크리트 구조 위에 크레인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리고 조립한다. 한 가구당 당 크레인을 쌓아 올리는데 걸린 평균 공사기간은 1~2시간에 불과했다.

임석호 건설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소음차단 바닥구조, 내화기술, 내진설계, 단열 등의 구조안전 부문들도 일반 아파트 수준을 충족시킬만한 국내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출처: / 건설기술연구원
모듈러주택의 작업 과정.

모듈러주택이 일반 콘크리트구조 아파트보다 건축 기간과 공사비가 적게 드는 가장 큰 이유는 공장에서 건축 공정의 90% 이상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두정 행복주택을 시공한 장경훈 금강공업 과장은 “모듈러 공법을 이용하면 공기를 단출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1~2월 혹한기에도 공사가 가능하고, 현장 사고율도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출처: / 건설기술연구원
모듈이 만들어지는 공장.

■ 건축비 일반 아파트 107% 수준인 것은 한계


모듈러 주택의 또다른 장점은 시공한 뒤 필요에 따라 조립을 해체해 다른 땅으로 옮겨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듈러주택은 일반적으로 5~6회 정도를 재조립해도 견딜 수 있을만한 강도로 제작되며 다시 70%정도의 자재를 재활용할 수 있다.

아파트 시공에서 모듈러 주택은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숙련공이 부족하고 생산설비와 자재조달 등이 외부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 아직 대량 생산 시스템이 갖춰지 않았고, 작은 규모에만 적용해 건축비가 비쌌다. 두정동 행복주택의 경우 공사비는 3.3㎡당 600만원으로 일반 콘크리트구조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의 107%로 높았다. 임석호 건설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5년 간 2만 가구의 원룸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다면 일반 아파트 건축비보다 100% 이하로 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 김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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