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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키우던 촌놈이 만든 우유 화장품, 글로벌 女心 제대로 흔들었습니다

조회수 2019. 10. 14. 09: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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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초유 활용한 화장품
대학 선후배 넷이서 창업
외국에서 먼저 인정

젊은 농부 전성시대다. 농가 후계자를 양성하는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졸업생 평균 연봉은 8954만원에 이른다. 화장품 만드는 농촌 청년이 있다. 돼지 키우던 청년이 소의 초유로 만든 화장품이 세계 도시 여자들 마음을 흔들고 있다. ‘팜스킨’의 곽태일 대표를 만났다. (위 동영상을 클릭하시면 인터뷰 풀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마실 수 없고 금세 상하는 초유

 

팜스킨의 화장품은 젖소의 버려지는 초유를 활용한다. 초유는 젖소가 새끼를 낳은 후 3일 동안 나오는 노란 원유를 뜻한다. “갓 태어난 소가 마시는 원유라 굉장히 많은 영양소가 들어있습니다. 면역 성분이 여드름균을 죽이고, 세포재생과 미백, 피부 진정, 주름개선과 안티에이징에도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 아쉽게도 마시기에는 냄새가 심하고, 쉽게 부패해 유통시키기 어렵다. 결국 태어난 송아지가 먹지 못하고 남는 것은 모두 버려진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버려지는 초유가 4만t에 이릅니다. 돈 주고 버리는 농장도 있죠. 정말 아깝습니다.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화장품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출처: 그레이웨일 제공
곽태일 팜스킨 대표(왼쪽)와 젖소새끼

◇독일 농장에서 아이디어

부모님이 돼지농장을 운영해, 어려서부터 농장 일을 도왔다. 대학도 축산학으로 진학했다.

다니던 대학에서 독일 축산 농가로 견학을 다녀 온 게 계기가 됐다. “찾아간 농장에 나이 드신 직원이 많았는데, 손을 보니 주름도 없고 너무 고우신 거에요. 비결을 물었더니 초유를 매일 다루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구요.”

마음 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한국에 돌아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대학 선후배 3명을 모았다. “초유로 화장품 만들어보면 어떨 것 같냐고 물었더니 다들 ‘대박날 것 같다’, ‘사업성있다’고 하더라구요.”

그길로 의기투합해 사업을 시작했다. 자본금은 1인당 1000만원씩 학자금 대출을 받아 4000만원을 만들었다. “어럿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저 혼자선 엄두도 못냈을 거에요.”

-평소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나요.

“아뇨. 소와 돼지는 알아도 화장품은 몰랐어요. 에센스, 세럼, 앰플? 구분은 커녕 들어본 적도 없었죠.”

화장품부터 알아야 했다. 점심 먹고 롭스, 저녁 먹고 올리브영, 집 가는 길에 랄라블라. 하루 3번씩 근처 화장품 가게에 1년 간 출근도장을 찍었다. "매일 가니 점원이 인사를 안하는 정도가 되더라고요. '아 매일 오는 그사람' 하는 거죠. 그랬더니 조금씩 화장품에 감이 왔습니다."

  

학교를 쉬지는 않았다. 낮에는 수업 듣고 밤에는 학교 실험실에서 화장품 성분을 연구했다. 학생이지만 학교 시설물을 내 것처럼 쓰는 건 어려웠다. “밤에 몰래 연구하다가 깜빡 잊고 제대로 관리못한 초유가 부패 끝에 터져 버린 일이 있었어요. 그날은 밤새 터져버린 초유 닦느라 정신 없었습니다. 등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흘렀죠.”

-화장품을 가르쳐 줄 멘토는 있었나요.

“무작정 한 화장품 연구소장님 찾아가 가르쳐 달라고 졸랐습니다. 학생들이 그러는 게 귀여우신지 많이 알려주셨습니다. 정말 고마운 분입니다.”

출처: 그레이웨일 제공
곽태일 팜스킨 대표(왼쪽)와 샐러드 같은 팜스킨 제품

◇미국 바이어가 부르자 5시간만에 비행기

2017년 11월 야심차게 첫 제품을 출시했다. 기대가 컸는데 실망스러웠다. “초유라는 개념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낯선 게 1차 문제였구요.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기초화장품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맞서 경쟁한다는 것도 초반 부진의 요인이 됐습니다.”

제품에는 자신 있었다. 방향 전환이 필요했다. 공략 시장을 바꾸기로 했다. “포기할 게 아니라 차라리 큰 시장을 공략하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 알고 보면 똑같습니다. 국적만 다르죠. 어차피 만든 물건, 모든 사람에게 팔아보자며 해외 시장을 찾아 다녔습니다”

중국과 유럽 쪽 바이어를 접촉해 마케팅을 진행했다. 미국, 인도도 공략했다.“죽을둥 살둥 열심히 했습니다. 오늘 이 바이어 마음 얻지 못하면 여기서 죽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했습니다. 한번은 제가 미국 있는줄 알고 '당장 보자'는 바이어가 있었어요. 바로 비행기표 사서 달려갔습니다. 바이어에게 '너 메일 받고 5시간만에 비행기 탔다'고 했더니 '너같은 또라이 처음 봤다'며 계약해주더라구요. 가릴 게 없었습니다. 무조건 메일 보내고 갔습니다."

-단지 열심히 한다고 관심가져주진 않을텐데요.

"외국은 브랜드보다 스토리를 보더라고요. ‘K뷰티의 나라에서 탄생한 초유 화장품’이라고 좋게 봐주시는 바이어가 많았습니다. 얼마되지 않아 월매출 3억원을 찍으면서 자리 잡았습니다."

팜스킨 제품은 이제 세계 곳곳에 나가고 있다. 세포라 등 미국의 3대 화장품 매장, 영국, 스위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많은 나라에서 팜스킨을 볼 수 있다. '슈퍼푸드 샐러드 마스크팩'

작년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한 뷰티 박람회에 참여했다. 배정받은 자리는 관람객 눈에 띄기 어려운 맨 구석 자리. 실망이 컸다. 그래도 행사장 도면을 보고 마케팅 연구를 했다. “뚫어져라 한참 보니 맞은편 샐러드바를 이용하면 좋겠더라구요. ‘그래. 샐러드 마스크팩을 만들어서 나가보자.’ 토마토, 아보카도, 블루베리 등 건강에 좋은 슈퍼푸드를 활용해서 ‘슈퍼푸드 샐러드 포 스킨’라는 새로운 라인을 만들었습니다. 포장은 샐러드 용기를 활용했구요. 현장에 출품하니 인기가 정말 장난 아니었습니다. 맞은 편 샐러드바와 시너지가 나면서 방문객이 줄을 이었죠. 샐러드바 이용하시는 분들은 천연성분이나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잖아요? 샐러드바 왔다가 우리 제품 보고 ‘어 이거 뭐지?’ 하면서 줄을 서시더라고요. 이후 그 포장을 우리 제품의 메인 포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인기를 얻으며 국내 판매도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신라면세점 등에 입점해 있다. '슈퍼푸드 샐러드 마스크팩'(http://bit.ly/2pf1jkM)이 주력 제품이다. “외국서 먼저 인정받은 제품이란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 소비자들도 관심 가져주고 계십니다.”

출처: 그레이웨일 제공
곽태일 팜스킨 대표(왼쪽)와 샐러드 같은 팜스킨 제품

◇진짜 푸드를 아는 건 촌놈 뿐

-이제 스스로 피부관리도 하시나요.

“그럼요. 저희 제품을 매일 바릅니다. 원래 노안이란 소리 많이 듣는데, 제품 바르고 나서는 젊어졌다는 소리 많이 듣습니다.”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요.

“초유 마스크팩 이용하고 여드름이 사라졌다는 고객 전화를 받은 적이 있어요. ‘여드름 때문에 얼굴 못들고 다녔는데 이제 당당하게 다닌다’는 말 듣고 정말 뿌듯했습니다.”

-디자인은 어떻게 하세요

“디자인 권한을 직원 모두에게 부여했습니다. 디자인 회의 할 때 직원 전체가 참여해서 누구든지 의견을 내고 반박할 수 있게 했습니다. 원칙은 하나입니다. ‘고객 화장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디자인을 만들자’ 입니다.”

-경영 원칙이 있다면요.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업하면 수많은 장벽과 맞닥뜨리는데요. 때론 가볍게 넘지만, 혼자선 불가능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뛰어넘는 유일한 방법은 여럿이 끌고 밀어주는 겁니다. 좋은 사람을 곁에 두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합니다. 대표가 조금씩 손해본다는 생각으로 사람을 우선으로 여겨야 합니다. 그러면 실패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앞으로 비전은요.

“제 뿌리가 농촌입니다. ‘푸드’를 앞세운 화장품이 많은데요. 진정으로 푸드를 이해하고 화장품 만드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저는 푸드를 정말 많이 사랑합니다. 계속 농촌과 상생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겠습니다. 초유 전문 기업이 되겠습니다. 응용해서 식품 산업에 진출하구요. 수출도 많이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버려지는 초유. 우리가 다 쓰겠습니다. 궁극적으로 코카콜라 같은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요.”

글=큐텐츠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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