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 외면한 정부가 초래한 집값 폭등

조회수 2019. 10. 11. 14: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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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룡의 視角] “더러운 최고 가격이 저기 끌려가고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혁명가이자 공포 정치로 유명했던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의 일화다. 시민들은 생필품 가격이 올라 크게 불평했다. 로베스피에로는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우유값을 반토막 냈다. 최고가를 어기는 업자는 목을 잘랐다.


로베스피에르가 정한 가격은 젖소 사료 값도 안됐다. 목축업자는 젖소를 도살해 고기로 팔았다. 젖소가 줄자, 우유 생산량이 줄었고 우유값은 더 올랐다. 로베스피에로는 우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이번엔 젖소 사료 가격을 내렸다. 마찬가지로 사료 최고가를 어기면 처형했다.


사료 업자는 사료 생산을 포기했고 사료값은 폭등했다. 그 결과 우유값은 10배로 올랐고, 갓난아기도 우유를 먹을 수 없었다. 곧 폭동이 일어났고 성난 시민들은 로베스피에로를 단두대로 끌고 갔다. “더러운 최고 가격이 저기 끌려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 “인간은 자신의 욕망에 투표한다”


지난해 ‘8·2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안정되는 듯하던 집값이 다시 꿈틀대자 정부가 추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마지막 카드로 생각했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까지 곧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장은 예상과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면 신규 아파트 공급이 더욱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런 탓에 서울 신축 단지 중심으로 집값이 신고가(新高價)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다. 9억원 초과 아파트 중도금 대출 규제로 청약 시장은 ‘돈 있는’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출처: /조선DB
국내 최초의 현대식 아파트로 불리는 서울 종암아파트. 지금은 재건축 사업으로 사라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인간의 욕망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역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 1세대 아파트는 1950~1960년대 수세식 화장실과 입식 부엌으로 시작했다. 2세대로 발전하며 지하주차장이 있는 브랜드 아파트가 등장했다. 그리고 3세대로 들어서며 대규모 커뮤니티 시설과 단지 조경 강화, 4베이 적용 등 이전 아파트와 현격한 변화가 나타났다.


최근 신축 단지는 4세대를 표방하며 조식(早食) 서비스, IOT(사물인터넷) 시스템, 획기적인 외관 디자인 등까지 하나의 성(城)처럼 모든 편의시설이 울타리 안에 들어와 이전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는 삶의 질적 향상을 가져왔다.

더 좋은 곳에서 더 안락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입지와 상관없이 신축 아파트가 오르는 이유다.



■공급 억제는 답이 아니다


물론 이런 욕망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투기 세력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 규제는 투기 세력을 겨냥한 것이고, 부동산 대출을 억제해 평범한 시민들이 투기 세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았다는 순작용도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아무리 촘촘한 규제의 그물에도 헛점은 있다. 돈있는 투기 세력은 속칭 ‘줍줍’을 노리며 청약 시장을 기웃거린다. 그러는 동안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사다리는 끊겼고, 대출 규제로 목돈을 모으기 전까지는 그림의 떡이다.


출처: /조선DB
최근 분양한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이 아파트는 전용 84㎡ 분양가격이 15억원을 넘는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발·재건축 규제 강화, 분양가 상한제 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핵심은 ‘공급 억제’다. 그러나 규제로 욕망을 누르면 결국 튀어나가기 마련이다. 시장 가격이 대다수 욕망의 가격을 초과하면 집값은 조정받을 것이다.


하지만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은 시장의 시그널을 왜곡해 지금의 상승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종합해 보면 여유 자금이 있는 부자들에게만 유리하다. 무주택자는 신규 분양으로, 유주택자는 새 아파트나 일대일 재건축으로…. 주머니에 현금이 많은만큼 기회도 많다.


주택거래허가제가 도입될 것이라는 가짜뉴스까지 돌면서 시장은 ‘규제에 대한 내성(耐性)’을 점점 키우고 있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규제를 쏟아내기보다 시장의 욕망을 읽어내고 그것을 해결하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집은 우리의 삶과 떼어낼 수 없는 생물이다. 가두면 도망치고 싶다. 언제까지 가둘 수 있다고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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