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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폭 생각 않고 땅 샀는데 "여기 집 못 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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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억원이 왔다갔다 하는 집짓기에 앞서 땅에 대한 기본 사항조차 점검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10만원짜리 옷을 살 때도 한 번 입어보고 사는데 말이죠.

건축에 처음 도전하는 초보자는 땅의 입지나 가격보다 신경써야 할 것이 따로 있다. 건물이나 땅이 건물을 올리기에 과연 적절한 땅인가를 점검하는 일이다. 옷을 사기 전에 사이즈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창균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땅을 사기 전에 건축가와 함께 땅과 건물에 대한 3가지 기초 조사부터 해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창균 유타건축 대표는 "건축주가 땅 구입 같은 기초단계부터 건축가와 긴밀하게 소통하면 더 만족스러운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출처/셔터스톡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2011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고 현재 서울시립대 겸임교수,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 대표가 전국에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한 건물만 100여채에 달한다. 김 대표로부터 ‘집 짓기 전에 반드시 수행해야 할 3가지 기초 조사’에 대해 들어봤다.


①“도로 폭이 좁으면 신축 못한다”


4년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땅을 사기로 결심한 건축주 A씨가 김 대표를 찾았다. 그는 경사진 좁은 도로에 붙은 낡은 주택을 허물고 새 집을 짓고 싶다고 했다. A씨는 당시 핫 플레이스(hot-place)로 떠오르던 연희동 땅인만큼 새 집을 짓기만 하면 땅값이 무조건 오를 것이란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집을 짓기도 전에 문제가 발생했다. 김 대표가 땅을 살펴본 결과 기존 집과 붙은 도로가 폭 1m 정도로 너무 좁았던 것. 집을 새로 지으려면 건축법에 따라 도로 폭이 6m를 넘어야 했다. 적어도 차량이 돌아나올 공간은 확보해야 하는 것. 법을 지켜 신축하려면 대지 면적의 3분의 1을 도로로 내놓아야 할 상황이었다.

막다른 골목에 있는 서울 연희동 1층집. 도로 폭이 1m에 불과하다.

출처/유타건축

김 대표는 “도로로 빠지는 땅을 못 쓰는 점을 감안하면 땅주인 부른 땅값이 너무 높다”고 판단했다. 결국 A씨는 김 대표와 함께 B씨를 직접 찾아가 가격을 깎아달라고 요구했다. 다행히 땅을 빨리 처분하고 싶었던 땅주인은 상황을 인정하고 처음 불렀던 가격보다 훨씬 낮게 팔았다. 이렇게 절약한 땅값을 A씨는 신축 대신 낡은 단층집을 테라스까지 갖춘 멋진 2층 집으로 증축하는데 사용했다.

도로 폭이 1m에 불과했던 서울 연희동 주택을 증축해 1층집을 2층집으로 만들었다.

출처/유타건축

② “지질 조사 안하면 건물 무너질 수도”


초보 건축주가 놓치기 쉬운 또 하나의 기초는 지질조사다. 김 대표는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할 때 지질 조사를 생략하는 경우가 흔한데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에게 사옥 증축을 의뢰했던 모 대기업 회장 C씨의 건물이 이런 상황이었다. 그는 기존 지하 2층~지상 11층 규모 사옥을 16층으로 증축하려고 했다. 문제는 주변 건물이 너무 바짝 붙어있어 지질조사 장비를 들이기 어려웠던 것. 하지만 건축심의를 통과하려면 반드시 지질조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건축주는 어렵사리 건물 지하에 장비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든 뒤 지질조사를 진행했다.

서울 잠실에 있는 모 기업 사옥의 증축 전(왼쪽)과 증축 후 예상 모습.

출처/유타건축

지질조사 결과는 뜻밖이었다. 지반이 불안해 증축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떻게든 증축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던 C씨는 결국 지반 보강 공사를 거쳐 증축하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는 “건축심의 때문에 어려운 여건이라도 지질조사를 수행한 사례인데 대다수 건축주는 여건이 따라주지 않으면 이 과정을 건너뛴다”며 “지질조사를 소홀히 했다가 추후 건물이 쓰러지면 인명 피해는 물론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만큼 큰 손실이 따른다”고 했다.



③옛 도심에 신축할 때는 경계측량 필수


집이 다닥다닥 붙은 구(舊) 도심 지역에서 기존 건물을 헐고 신축할 때는 토지 경계 측량에 주의해야 한다. 경계를 측량하다보면 옆 집 일부가 내 땅을 침범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이는 과거 건물을 지을 때 수준 낮은 장비로 측량을 하다보니 오류가 많이 발생한 탓이다.

대도시의 노후 주택가에 집을 지을 때는 지질 조사가 필수적이다.

출처/유타건축

문제는 옆 집이 내 땅을 침범했더라도 그 부분은 제외하고 남은 땅에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 현행법상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옆 건물을 자르거나 허물 수가 없다. 이웃집에서 넘어온 건물 부분이 불법 건물이 아니라면 이미 침범한 내 땅을 되찾아 오기 어렵고 결국 건축물 면적에서 손해볼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강조한 3가지 기초 조사에 드는 비용은 중소형 건물 기준으로 평균 300만~400만원 정도다. 김 대표는 “기초조사 비용을 아끼려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는 비용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들 수 있다”면서 “면밀한 사전조사로 초기 땅 구입비용부터 합리화하는 것이 건축주가 되는 첫 걸음”이라고 했다.



글= 김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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