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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주말에만 오는 자녀를 위한 방, 뭣하러 만드세요?

[남자의 집짓기] 실버세대를 위한 전원주택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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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이 일반화된 미국에서는 55세 이후 실버세대를 위한 주택은 ‘시니어스 하우스’(Seniors House)라고 해서 설계·자재·입지조건 등이 일반주택과는 완전히 차별화돼 있다. 예컨대 관절염이 많은 노인층을 배려해 단층형 위주의 구조에 주방·멀티룸·서재 같은 핵가족에게는 효용성이 떨어지는 생활공간을 최소화하고 안방과 거실, 주방의 생활 동선(動線)을 최소화해서 일체화하기도 한다. 실버주택이 가장 발달한 일본의 경우만 해도 모든 공간이 철저하게 실버 세대의 행동반경을 고려해 설계된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실버주택’이라고 하는 것들은 이런 점에서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 특히 전원형 실버주택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장만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스스로 모든 것을 챙겨야 한다.

미국 시애틀의 실버주택단지. 타운하우스 형태이지만 세대별 텃밭이 잘 꾸며져 있다.

■“주말에만 올 자녀방은 만들지 마라”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입지조건. 시골에서는 겨울이 가장 무섭다. 특히 장년층은 환절기에 변을 당하기 쉽다. 그래서 일단 칼바람을 피할 수 있는 따뜻한 남향받이가 좋다. 풍광이 좋다고 호반이나 강변 땅을 찾는데 강변이라고 해도 안개지역에서 최소 300m 이상 물러난 곳에 집터를 잡아야 한다. 이런 곳은 안개가 끼는 새벽녘에 반드시 현장을 가보아야 한다. 모든 땅은 양지가 있으면 그늘이 있다. 땅이 갖고 있는 속살을 보려면 그늘, 즉 가장 악조건일 때 그 땅을 봐야 한다.


평생 모은 재산을 쪼개 여생을 보내야 하는 만큼 투자비 규모도 적정선에서 조절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는 일단 일을 벌이고 나면 자금 규모를 조절하기가 힘들다. 처음부터 과욕을 통제해야 한다. 특히 주말에 놀러올 자녀들을 위해 방을 마련해 두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용도는 차라리 마당에 별채를 한 채 짓는 게 좋다. 물론 별채 비용은 자녀들 부담으로 해야 한다. 자녀들에게 그 정도의 부담을 요구할 형편이 되지 않으면 방을 만들지 않는 게 낫다. 자녀들이 주말주택으로 이용하고 싶으면 제 돈으로 별채를 짓도록 하는 것이 집에 애착을 갖고 자주 오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별채는 캐빈형 오두막집을 키트(kit)로 사서 마당에 설치하는 것도 좋다. 어쩌다 주말에 잠깐 놀러오는 자녀들을 위해 빈 방을 두는 것은 경제적 효용성에서는 낭비에 가깝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방에 자녀들이 이용하는 빈도는 한 달에 한 번도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마당을 내주고 콘도 회원권 사는 셈치고 별채를 하나 짓게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6평 미만 별채는 농막으로 별도 건축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키트형 캐빈은 2000만원 전후로 큰 부담없이 간단하게 별채를 마련할 수 있다. 위치가 괜찮은 곳이라면 자녀들이 오지 않을 때는 펜션으로 활용하면서 용돈벌이도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형태의 주택을 ‘주택 끼워넣기(Infill Housing)’라고 해서 실버세대의 재테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왼쪽은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Infill Housing의 사례. 뒤에 있는 본채 앞마당에 작은 별채를 지어 임대주택이나 2세대용으로 사용한다. 오른쪽 사진은 본채 옆에 건축한 캐빈형 별채. 공장에서 제작한 모듈러홈이다.

출처/스마트하우스 제공

■건축구조는 친환경을 최우선 고려


실버세대의 주택은 인생 마지막 주거공간이다. 꼭 필요한 크기로 하되, 제대로 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생애 마지막 주택이라는 점에서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을 아까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실제로는 필요없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서 전체적으로 건축비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까 정작 나만을 위한 공간에 투자할 자금이 빡빡해져서 그런 경우가 많다. 평생 열심히 살아온 자신에 대한 대접을 위해서라도 정말 필요한 공간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건축 구조는 친환경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파트 생활이 워낙 일반화되다보니 체험적으로 느낄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집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치유의 공간이다. 그러나 도시의 아파트는 오히려 사람을 공격하는 구조와 재질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지은 목조주택에 살면 콘크리트 주택에 사는 것보다 10년은 더 살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목재가 갖고 있는 친환경성 때문이다. 구조재는 친환경구조로 해놓고 정작 마감재는 화학물 덩어리로 골라서 아파트보다 더한 유해 환경을 만들어 놓고 사는 경우도 많이 본다.


그리고 아무리 공기가 좋은 전원이라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기 잘 되고 햇볕 잘 드는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쪽으로는 가로로 긴 창을 내서 햇볕이 드는 면적을 최대한 넓히고, 동쪽과 서쪽은 세로로 긴 창을 내서 햇볕이 드는 면적은 줄이고 바람의 유입은 원활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창을 내지 않는 북쪽에도 맞바람을 들이기 위한 환기창은 두는 것이 좋다. 특히 중장년이 되면 햇볕과 환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버주택은 채광과 통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햇볕 잘드는 집은 장수명 인생, 건강주택의 기본이다.

■텃밭은 5평이면 충분…욕심내면 안돼


전원에 나가 살면 텃밭은 무조건 가꿔야 하는 것으로 안다. 평생 땅 한번 파보지 않은 사람도 마당이 최소 100평은 돼야 한다고 큰소리친다. 그러나 전원생활 경험도 없이 무턱대고 넓은 마당을 마련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네 식구 먹는데 필요한 텃밭도 5평이면 충분하다. 자식들 먹거리까지 챙겨 준다고 해도 10평이면 넉넉하다. 그 이상이면 거의 농사짓는 수준으로 텃밭을 가꾸어야 한다.


땅 욕심만 내다가 잔디밭을 갈아엎고 자갈을 깔거나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전원생활 초보자의 집터는 70~80평 수준이 적당하다. 이 정도면 20평 정도의 마당이 나온다. 실버세대가 힘들이지 않고 가꾸기 적당한 공간이다. 귀농 수준의 농사를 짓고 싶으면 현지에 정착한 후에 마을 주변을 좀 익히고 난 다음 땅값이 싼 보전지역 농지를 별도로 구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집터와 농사짓는 땅은 구분해야 한다.


주변 편의시설은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살펴봐야 한다. 예컨대 노후 운동으로 유일하게 아쿠아로빅을 배우는 노년 부부는 수영장이 가까이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입지 조건이다. 주로 병원과의 접근성을 따지는데, 30분 이내에 종합병원이 있는 도심까지 도달 가능한 곳이면 된다. 그런데 병원시설에 관한 일반인의 인식에는 허실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일단 주변에 종합병원이 있는지 찾는다.


그러나 일반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병원은 종합병원보다 개인병원이 훨씬 편리하다. 서울과 같은 도심은 개인병원이 거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지만 웬만한 시·군청 소재지에는 개인병원이 다양하게 기능하고 있다. 종합병원에 가봐야 급하면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데, 이런 곳에 있는 인턴이나 레지던트보다는 시골 개인병원 의사 수준이 훨씬 높다. 비상시에 이용할 24시간 응급실이 있는 병원이 30분 이내 거리에만 있으면 개인병원이 다양하게 있는 곳이 이용하기는 더 좋다.

간단한 주방, 2인용 식탁, 서재가 한 공간에 집약돼 있는 미국 시애틀의 실버주택 내부.

■“전원에서 뭘할지 먼저 생각해라”


무엇보다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부분은 전원에 나가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계획. 시골생활 경험이 있는 장년세대가 젊은 부부들보다 전원주택에 오히려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생활이 길었던 만큼 단절은 생각보다 더 힘들다. 회사 간부 또는 임원으로 퇴직한 시니어는 퇴직할 때 자신의 휴대폰에 최소 1000명 정도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전화번호가 10분의 1로 줄어드는 데는 반 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그 단절을 견디게 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꼭 돈을 벌어야 하는 형편이 아니라면 자원봉사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것도 좋다. 시골에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의외로 많다. 그런 곳에 재능기부를 하는 셈치고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이정표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봉사는 남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남에게 필요한 존재로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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