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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났을 때 목조주택이 콘크리트주택보다 안전하다?

조회수 2019. 8. 4. 06: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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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집짓기] 불난 집에 대한 오해와 진실

샘플하우스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모두 벽을 두드려본다. 집이 튼튼하게 지어 졌는지 본능적으로 느껴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중에 정작 뼈대 구조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오로지 겉으로 보이는 마감 수준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면서 벽은 왜 두드려볼까? 집짓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실속과는 상관없는 허세의 퍼레이드는 벽을 두드려본 후에 나타나는 행동을 보면 100% 예측할 수 있다.


손에 꼽을 정도로, 벽을 두드려보고 구조에 대해 물어보는 건축주들이 있다. 그 중에 절반은 건성으로 물어본다. “이거 튼튼해요?”라는 식이다. 공학적 구조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사람은? 1000 명에 1~2 명 있을까 말까 하다. 이게 현실이다. 이런 몰이해와 무지의 숲속에서 매도당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낭설이 ‘목조주택은 불에 약하다’는 것이다. 가장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한다고 자칭하는 보험회사들조차 목조주택에 대해 화재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이 현실이다. 캐나다에서 열린 목조주택 세미나에서 이런 얘기를 했더니 마치 아프리카 후진국 얘기를 듣는 것처럼 어이없어 했다.


목조주택의 내화 성능과 구조 강성에 대한 불신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지만, 미국,캐나다에서는 다세대형 다층 연립주택이 목구조로 이렇게 지어지고 있다.

■“목재는 구조물로서 화재에는 안전”


우리나라에서 공동주택 건축 공법에 목구조 건축이 가능하게 되기까지 가장 큰 난관은 목구조의 내화(耐火) 성능을 인증 받는 일이었다. 영국·미국·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백년전부터 사용돼 온 목구조 공법이 우리나라에서 실용화되기까지 넘어야 했던 가장 큰 산은 ‘목재는 불에 약하다’는 선입관이었다. 콘크리트나 철골 구조물에 비하면 목재는 확실히 불에 약하다. 그러나 물성(物性) 그 자체로서 불에 약한 것과 건축 구조물로서 불에 약한 것은 분명히 다르다. 화재가 나서 멀쩡한 건물은 없다. 어떤 구조물이든 불난 집은 재건축해야 한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목재는 물성 자체가 불에 약하기 때문에 구조물로서 화재에는 오히려 안전하다.


그 원리는 이렇다. 화재에 대한 내화성능을 따지는 기본 바탕은 불이 났을 때 사람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집이 불에 잘 타지 않고 안전하게 유지되느냐 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모든 공동주택 구조물에서 기본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세대 간 벽체의 내화성능 1시간은 바로 옆집에서 불이 났을 때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불이 나도 안전한 집은 없다. 무조건 36계 줄행랑이 최선의 방책이다. 그 시간을 벌어주어야 한다.


화재로 죽는 사람의 대부분은 질식사다. 불 그 자체에 타서 죽는 것보다 화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유독가스에 질식돼 불에 타기 전에 먼저 숨을 거둔다. 질식사 다음으로 많은 것이 구조물의 붕괴에 따른 압사(壓死)다. 바로 이 부분에서 목조주택의 안전성이 돋보인다. 목조주택은 물성 그 자체가 숨쉬는 재질이기 때문에 그에 어울리는 마감재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콘크리트주택에 비해 친환경 자재가 월등히 많이 사용되고, 실크벽지와 같은 화학물덩어리는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화재가 나더라도 유독가스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40㎝ 간격으로 구조재를 촘촘히 세워 내력벽을 구성하는 목조주택은 화재가 나면 구조재가 불에 타면서 모두 분리된다. 구조물이 통째로 넘어지거나 해서 압사당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콘크리트 주택 3분 vs. 목조주택 85분


현재의 내화 규정은 세대 간 화재의 확산을 차단하는 성능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 이웃 세대와 구조적으로 분리된 단독주택은 아무 제약 없이 목구조로 건축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이웃에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불에 취약한 구조라도 건축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목조주택의 내화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일반 목구조주택의 벽체를 세우고 반대편에 불을 붙인 후 60분이 경과한 시점(왼쪽 사진). 아직 반대편으로 불이 번지지 않고 있다. 반대편 벽체에 불을 붙인 후 85분이 경과한 후의 그림(오른쪽). 일반상식보다 목조주택이 화재에 매우 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와 관련해서 모 방송사에서 흥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일반적인 콘크리트 주택에 실제 불을 내서 집 전체로 불이 번지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본 것이다. 전혀 불을 끄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집 전체로 불이 번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콘크리트 구조물 그 자체는 불에 강하지만 마감재가 불쏘시개 구실을 해서 오히려 불이 빨리, 쉽게 확산된 것이다.


반면 목조주택은 구조재 자체가 불에 타는 물질이다. 쉽게 타기는 하지만 구조재 자체를 태우면서 불이 번지기 때문에 확산되는 속도는 콘크리트 구조물에 비해 오히려 느리다. 목구조의 역설적인 안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2008년 1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실시한 목구조에 대한 내화 성능 실험에서는 벽체에 불을 붙인 후 85분이 경과해서야 비로소 반대편 벽체로 불길이 번져 나오는 것이 입증됐다.



■고베 대지진에도 멀쩡했던 목조주택


목구조에 대한 두번째 오해는 다른 건축물에 비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일본에서 목조건축이 활성화된 결정적인 계기는 1995년 고베 대지진이었다. 수천채의 가옥이 붕괴된 대지진 현장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원형을 보전하고 있는 주택의 상당 부분이 북미식 경량목구조 주택이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북미식 목조주택이 활성화돼 지금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대의 목조주택 자재 수입국이 됐다. 외관상으로는 일본식 목조주택처럼 보이는 단독주택 구조의 대부분이 북미식 목조주택공법으로 지어진다.


캐나다 밴쿠버시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구내에 들어선 18층짜리 순수 목구조빌딩 기숙사.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목조건물로 목구조의 강성이 콘크리트,철골조에 못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일반주택의 내진성능에 관한 한 아직까지 목구조 건축물보다 안전한 공법은 없다. 단독주택도 내진설계가 의무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목조주택은 가장 경제적인 건축공법이다. 목조주택의 본고장인 캐나다에서는 18층짜리 빌딩이 순수 목구조로 지어져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론적으로는 100층짜리 빌딩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건축법은 목구조 건축의 한계를 4층, 15m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격자형 짜맞춤 구조로 지어지는 목조주택은 목재가 부재(部材)와 결합되면서 자재 자체의 내력(耐力)보다 약 12배의 구조 내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구조물이 붕괴되었을 때 목재는 벽체 전체가 무너지지 않고 자재간의 연결 부위가 서로 지탱하는 역할을 해 사람이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생긴다. 하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태처럼 벽체나 슬라브 전체가 무너져 엄청난 인명 피해를 야기시킨다.


단순히 물성 자체가 강하다고 해서 구조물로서의 건축물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부드러운 성질이 결합해 가장 강한 구조물로 탄생하는 것이 목구조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목조주택 짓는 과정을 풀어가고자 한다.



글=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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