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귤밭 경매로 낙찰 받으면 귤나무도 내것일까

조회수 2019. 7. 19. 11: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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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의 경매시크릿] 제주도 귤밭 경매로 매수하면 무덤과 귤나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출처: 신한옥션SA
경매에 나온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1989-1번지(제주지방법원 사건번호 2018-7063) 창고.

배우자와 함께 색다른 커피 전문점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H(41)씨. 제주도의 귤밭에 카페를 열기로 정하고, 경매에 나온 땅 중 매수할만한 곳을 둘러봤다. 그러던 중 이번달 22일 1차매각기일을 앞두고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1989-1번지에 있는 71.4㎡ 규모 창고(제주지방법원 사건번호 2018-7063(2))를 발견했다. 이 창고가 자리 잡고 있는 땅은 제법 큰 과수원이었다. 땅 지목은 임야(3853㎡, 1989-1,3번지)·과수원(3304㎡, 1989-2번지)·도로(35㎡, 1989-6번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귤밭을 배경 삼아 카페를 차리면 분명 장사가 잘 될거라는 생각이 든 H씨는 아내와 경매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출처: 신한옥션SA
경매에 나온 제주도 땅 물건 정보.

등기부를 보니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근저당권, 3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 순이었다.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한다. 그런데 땅의 임야 부분에 타인 소유의 묘지(1990번지)가 있었다. H씨는 말로만 듣던 분묘기지권 문제가 있을까봐 걱정됐다. 또 창고와 땅을 경매로 매수하면 이 곳에 심어진 귤나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졌다.


출처: 신한옥션SA
경매로 나온 땅에 분묘(1990번지)가 섬처럼 남아있는 모습.

우선 H씨가 관심을 보인 제주도 땅에는 분묘기지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채무자(소유자)가 분묘를 설치하고 경매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지목이 분묘인 1990번지 땅은 애초에 경매에 나온 토지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은 성립할 수 없다. 토지 현황을 보면 임야인 1989-3번지 토지 안에 분묘인 1990번지가 섬처럼 남아 있는 형태다. 이럴 경우 소유자가 분묘를 다른 곳으로 개장하고 땅을 매수하지 않는 한, 과수원은 분묘를 끼고 사용해야 한다.


출처: 신한옥션SA
땅에 심어진 귤나무가 채무자 소유의 미등기 수목이라면 H씨는 귤나무 소유권도 함께 갖게 된다.

귤나무 소유권은 어떻게 될까. 채무자 소유의 토지 위에 있는 미등기 수목은 토지의 일부로 간주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와 함께 경매되며, 해당 수목의 가액을 포함해 감정평가한 것이 최저경매가격이 된다. H씨가 매수하려는 제주도 토지의 경우에도 이 곳에 심어진 미등기 귤나무가 채무자 소유의 것이라면, 귤나무 소유권까지 넘겨받을 수 있는 것(대법원 98마1817 참조). 다만 입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기된 입목이나 명인방법을 갖춘 수목의 경우에는 독립한 거래 객체가 되므로 토지 평가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98마1817 참조).

종합적으로 H씨가 경매로 매수하려는 제주도 토지는 권리분석 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땅은 2㎞ 거리 안에 바닷가인 신양포구와 섭지코지와도 가까워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기에도 좋은 입지다. 따라서 카페를 창업하려는 H씨에게는 충분한 가치를 안겨다 줄 땅인 것으로 판단된다. 

글=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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