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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파트 담장 옆에 이런 공터가 있지?'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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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라아파트(1996년 입주)’ 단지를 둘러싼 담장은 한 면이 구부러진 형태로 돼 있다. 도로에서 접한 아파트 담장이 구부러진 형태이다보니 도로와 아파트 담장 사이에 삼각형 모양의 ‘쪼가리 공터’가 생겼다. 땅 넓이도 5평(16.5㎡) 정도로 작은데다, 땅 모양도 사각형이 아닌 삼각형이어서 딱히 건물을 올리기에 힘들어 보이는 땅이다.

알박기한 부지를 피하기 위해 담장을 구부러진 형태로 지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라아파트' 단지.

출처김민정 기자

이 아파트 담장 옆에 이런 땅이 공터로 남게 된 이유는 소위 ‘알박기’를 이용한 부동산 투자자 때문이다. 20여년 전 원래 연립주택이 밀집해있던 이 지역 일대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은 투자자가 5평짜리 땅을 1000만원에 매입한 후, 아파트 분양권이나 원하는 토지보상금을 받기 전에는 땅을 팔지 않겠다고 버티는 알박기 수법을 썼던 것. 

공사가 중단된 채로 버려져 있는 알박기 땅을 구경하고 있는 주민들.

출처서울경제TV 캡처

하지만 아파트가 해당 토지를 피해서 들어서는 바람에 투자자는 아무런 차익도 얻지 못하고 땅을 공터로 내버려 둘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됐다. 결국 투자자는 토지를 매입한 지 20여년이 지난 지난해 5월 땅을 매도했다. 새 땅주인은 이 곳에 3층짜리 주택을 신축하려고 했지만, 땅이 아파트 단지와 워낙 붙어있는 탓에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쳐 공사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박기'하고 있는 토지 소유주 때문에 개발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대구 수서범어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

출처수서범어지역주택조합

‘알박기’란 개발이 예정된 지역에 땅을 일부 사들인 뒤 사업자에게 시세보다 비싸게 되파는 행위를 말한다. 용지의 소유권을 95% 이상 확보하기 전에는 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 수법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의 토지보상금을 받을 때까지 버티거나 좁은 땅에 거액의 근저당을 설정해두는 방식으로 나뉜다.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 이러한 알박기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알박기 하고 있는 토지를 남겨두고 개발 사업을 진행한 해외 사례.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알박기 하고 있는 집이 덩그러니 남아있는 모습.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한 때는 알박기가 ‘대박’을 건질 수 있는 부동산 투자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알박기를 시도했다가 자양동 경우처럼 본전치기도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처벌받는 사례까지 늘어나면서 무턱대고 알박기를 시도하는 사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사직2구역의 '캠벨 선교사 주택'.

출처서울시

민간업자만 부동산 알박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알박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재개발·재건축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서울시는 종로구 사직2구역을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했으나 지난달 25일 대법원으로부터 무효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서울시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뒤 불과 닷새 만에 시가 정비구역 중심부에 위치한 선교사주택을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해 버렸다.


조합은 이 주택은 구역 남측 경희궁 인접지로 이축하고 현재 자리에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지만, 서울시가 이 주택을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하는 바람에 재개발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 김승원 서울시 재생정책기획관(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역에서 제척해 원형대로 보존해야 한다”며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시는 “해당 주택의 우수건축자산 등록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일로 대법 판결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조합에선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부동산 업계에선 “재건축·재개발에 부정적인 시장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행정권을 이용해 교묘하게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 사실상 ‘박원순 알박기’”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울산에서 알박기로 수 배 차익을 남겨 처벌받은 사례가 등장했다.

출처연합뉴스

최근 법원은 ‘알박기’ 혐의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처벌도 강화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울산 동구에서 알박기로 4배 이상의 차익을 챙긴 일당이 8개월~3년 징역형과 추징금 8억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1500가구 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는 개발부지에 시세 9억2000만원인 땅 4개 필지(590여㎡)와 지상 건물을 13억8000만원에 사들인 뒤, 건설사에게 60억원에 팔아 나눠가졌다. 법원은 이들이 의도적으로 사업대상 토지를 매수한 뒤 건설사를 압박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국토교통부는 알박기로 대규모 개발 사업 속도가 늦어지고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올해 초 마련했다. 개정안은 도심에 있는 도시재생 사업지에서 사업시행자가 토지의 3분의 2를 확보했을 경우 잔여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거액의 보상을 노리고 반대하는 일부 토지 소유주들의 알박기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 =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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