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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하우스 포기한 서울시가 세운 560억짜리 계획

조회수 2019. 5. 8. 15: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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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사는 직장인 이모(32)씨. 며칠 전 출근길 버스에서 한강대교 중간에 위치한 노들섬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상 2~3층 규모에 상자 형태의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 새삼 볼품없이 느껴진 것. A씨는 “이곳에 근사한 오페라하우스를 지으려던 계획이 무산된 건 알고 있었지만 기대했던 노들섬 모습과 너무 차이가 컸다”며 “아직 미완성이라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실망스럽다”고 했다.

출처: /이지은 기자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발 중인 노들섬. 올 9월 개장을 앞두고 외관을 드러낸 건물 .

40년 넘게 미개발 지역으로 남아있었던 한강 노들섬이 오는 9월 ‘노들꿈섬’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해 시민에게 개방된다. 노들섬은 용산구와 동작구를 잇는 한강대교 중간 쯤에 위치한 12만㎡ 규모 섬으로1960년대까지 낚시터와 스케이트장 등으로 이용됐다가 한동안 모래더미와 갈대숲으로 방치돼 왔다.


그런데 개장을 5개월 정도 앞둔 노들섬의 현재 모습을 두고 시민들의 뒷말이 무성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오페라하우스가 무산되고 교도소를 짓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 오페라하우스 무산된 뒤 텃밭 활용

출처: / 서울시
원래 노들섬에 짓기로 했던 오페라하우스 조감도.

노들섬 개발은 2005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처음으로 제안했다. 사업비 6000억여원 규모의 오페라하우스를 지어 노들섬을 서울의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것. 하지만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이 계획을 백지화했다. 13년여가 흐른 2017년 10월 박 시장은 이 섬에 인디밴드 음악 공연장을 세우고 자연 놀이터, 푸드트럭 야시장 등을 조성하겠다는 새로운 계획을 내놨다. 그 결과물이 현재 공사 중인 ‘노들꿈섬’이다.


박 시장이 노들섬 오페라하우스에 반대했던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예산 부족 ▲교통 대책 미흡 ▲생태계 파괴 등이다. 먼저 최소 6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드는 사업비를 서울시 예산으로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오페라하우스를 짓는다고 해도 늘어난 통행량을 소화하기 위해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와 도로를 추가로 짓기는 무리라는 주장이다.

출처: / 한국농어촌공사
노들섬 텃밭사업.

이후 박 시장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노들섬에서 ‘도시농업 텃밭 사업’을 진행했다. 노들섬 텃밭 한 두락(6.6㎡)을 2만원에 임시 분양해 시민들이 직접 농사를 짓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에 따르면 정작 텃밭을 찾는 이들은 하루 평균 117명(평일 85명·주말 189명) 뿐이어서 사실상 시민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560억 들여 볼품없는 건물 짓다니…

출처: / 서울시
노들섬을 개발하기 위한 시민 공모를 연 결과 '밴드오브노들' 팀이 제안한 복합문화기지 건설안이 뽑혔다.

텃밭 사업에 실패한 박 시장은 결국 2015년 시민 공모를 통해 노들섬을 개발하기로 했다. 노들섬 운영 및 활용 방안을 정하는 공모를 먼저 진행한 후, 이에 맞는 시설물 설계 공모를 진행하는 식이다. 공모 결과 ‘밴드오브노들’ 팀이 제안한 복합문화기지 건설안이 뽑혔다. 500여석 규모의 인디 밴드 공연장, 예술인들이 회의·숙박할 수 있는 건물 등을 짓는다. 총 사업비는 560억원 정도다.

출처: / 서울시
오는 9월 개장하는 노들섬 조감도.

하지만 공개된 설계 당선작은 전문가와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서울의 상징인 한강 한가운데 짓는 건물 치고는 볼품없는 외관인데다가 건물 용도 역시 특별할 것이 없어서다. 용산구에 사는 한모(35)씨는 “서울이란 도시의 위상을 생각하면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같은 건물을 못 지을 이유도 없는데, 이 귀한 땅에 판에 박힌 공원을 만든다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서울시 공공개발센터 관계자는 “애초에 규모가 크지 않은 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선정한 것”이라며 “오는 9월 노들섬 개방 이후 방문객이 늘면 건물을 늘리거나 행사를 신설하는 등 개발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어차피 수 백억원을 들여 개발하는 사업인데 박 시장의 개인 신념 때문에 예산과 시간만 낭비한 셈”이라며 “보존에 대한 환상 때문에 개발 아이디어를 무조건 배척한다면 도시 경쟁력이 점점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글=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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