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前배우자가 세들어 살아도 대항력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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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의 경매시크릿] 이혼한 배우자도 대항력 주장할 수 있을까
대기업에 재직 중인 K(46)씨는 중·고등학교를 모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나온 ‘청담동 토박이’다. 그는 다음달 4일 2차 매각기일을 앞두고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삼성청담아파트’(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번호 2018-4247) 전용 129.16㎡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저입찰가는 14억2400만원으로 최초감정가(17억8000만원) 대비 20% 떨어진 상태였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 뿐 아니라 주변 환경이 좋은 점도 K씨 마음에 쏙 들었다. 단지에서 지하철 7호선·분당선 강남구청역까지 걸어서 1분 걸릴 정도로 교통이 편리했다. 언북초·언주중·영동고·경기고 등 명문이라고 소문난 학교들도 가까웠다.
경매에 참여할 생각으로 등기부를 보니 1순위~3순위 근저당권, 4순위 가등기, 5순위 가처분, 6순위 근저당권, 7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 순이었다. 기준권리는 1순위 근저당권이며 등기부에 공시되는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한다. 그런데 매각물건명세서에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 임이 있다고 나왔다. ‘임은 채무자의 전 배우자’라는 내용과 함께였다. K씨가 알기로는 채무자의 배우자는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런데 채무자와 이혼한 전 배우자가 대항력을 갖춘 경우라면 이 권리를 매수인이 인수해야 하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경매 입찰을 위해 권리분석을 하다 보면 가족을 내세워 ‘가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 행세를 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이 때 가짜 임차인을 탄핵하는 것은 다소 어렵다. 가짜 임차인이라는 심증은 있는데, 확실한 물증이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상대방과 짜고 한 법률 행위)인 경우에는 법적으로 무효다. 즉 임대차계약의 형식을 빌려 기존 채권을 임대차보증금으로 대체하기 위해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친 경우라면 대항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대법원 2000다24184 참조)는 것이다.
K씨가 관심을 가진 경매처럼 배우자를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있다.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라면 동거하며 서로 부양·협조해야 한다. 따라서 여기에 반하는 매매계약이나 임대차계약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민법 제826조 참조). 하지만 부부가 이혼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혼하면서 위자료 또는 재산분할의 대가로 임대차계약을 한 경우 정상적인 임대차계약으로 간주하는 것. 여기서 대항력의 기준이 되는 주민등록(전입신고)의 효력은 이혼판결문 또는 이혼결정문을 관할 가족관계등록부에 신고한 다음날부터다. 즉 이혼한 다음날부터 진짜 임차인으로써 대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혼한 배우자 명의로 가짜 임대차계약서를 체결하고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 행세를 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 경우 경매방해죄가 성립된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01고단23 참조). 따라서 이혼한 배우자가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으로 나온다면 이혼일자가 전입신고일보다 앞서면 매수인이 인수하고, 더 늦다면 인수하지 않아도 된다.
글=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