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전용 85㎡ 아파트가 유달리 많은 이유

조회수 2019. 4. 28. 07: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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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지식通] 한국에는 왜 유독 전용 85㎡ 아파트가 많은 걸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아파트 면적은 얼마일까요. 아파트 단지별로 공간 구성이나 디자인, 커뮤니티 시설 등에는 차이가 있더라도 전체 가구 수를 85㎡ 위주로 구성한 단지들이 대부분이죠. 85㎡가 우리나라 아파트 주택형의 보편적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된 까닭은 뭘까요?

이유는 바로 ‘국민주택 규모’. ‘국민주택’이란 주택 구입능력이 부족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국가가 저렴한 가격에 임대·분양하는 아파트입니다. 주택난 문제를 해결하고자 1981년 도입한 주택 정책으로, 모든 국민주택은 85㎡ (25.7평) 이하로 지어졌죠. 국민주택은 ‘사람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 크기의 집은 가져야 한다’는 지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정부는 당시 1인당 필요한 최소 주거면적을 5평 정도로 잡고, 5인 가족이 거주하기 적합한 크기를 계산해 5평×5인=25평, 즉 전용 85㎡를 기준으로 세웠습니다. 85㎡가 국민주택규모로 정해진 이후부터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부동산 정책은 이 주택형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해석해보면 85㎡를 서민 표준 모델로 보고, 85㎡를 초과하는 주택형은 ‘대형 평수’이며이 아파트에는 ‘부자’들이 산다고 간주하겠다는 뜻입니다.

국민주택규모를 아파트 공급에 적용한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청약입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전용 85㎡ 이하 아파트의 100%를 무주택 서민들이 당첨받기 유리한 ‘가점제’로 분양하는 것. 반면 85㎡가 넘는 아파트는 추첨제가 일부 적용됩니다. (공공택지·투기과열지구에서 85㎡ 초과 50% 추첨제)


그런데 이 기준이 지금 우리나라 상황과는 약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민주택규모 기준이 정해진 것은 가족 구성원 수가 평균 4~5명에 달했던 40년 전이기 때문이죠.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가구원수는 2017년 기준 2.5명. 1~2인가구 비중이 전체의 55.3%로 절반 이상입니다. 앞으로 인구 수·출산율이 점점 더 줄어들 거라는 예측이 나오는 만큼, 이제 국민주택규모는 기존 84㎡보다 작은 59㎡ (3인×5평) 정도가 되어야 맞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2012년 국토부에 국민주택규모를 65㎡로 줄여야 실수요자들에게 더 확실한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거래도 확실히 중소형이 강세입니다. 한국감정원의 2018년 규모별 아파트 거래량 자료를 보면 전체의 87%(115만6956건)가 65㎡ 이하 거래였습니다. 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분위기에 맞춰 59㎡로만 구성한 아파트 단지를 분양하는 건설사들도 생겼죠.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국민주택규모 변경은 곧 주택 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국민주택규모를 축소하면 3인 이상 가구가 소외되거나 저출산 현상이 심화될 거라는 지적이 있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분위기에 맞춰 1~2인 가구라도 넓은 집을 원할 수 있어 표준 주택형으로는 아직 84㎡가 적당하다는 주장도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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