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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 한마디에...깜빡 속은 120명 전세금 60억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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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북 익산시 원광대학교 일대에서 원룸 16채를 소유한 임대사업자 A씨가 대학생 120여명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건이 벌어졌다. 5000만원 내외의 보증금을 맡긴 대학생 등 세입자 피해액을 합하면 자그마치 60억 여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집주인 A씨가 보증금을 떼어먹었다”며 A씨를 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최근 신규 주택 공급 증가와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전국에서 세입자가 전세 만기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사건은 피해 규모가 크다. 경찰 수사와 함께 익산시와 원광대까지 나서 대책팀까지 꾸릴만큼 지역 사회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120명이나 달하는 피해자들은 어쩌다가 보증금을 날릴 처지가 된 것일까.

■전세 120명, 원룸 15채 가진 집주인…만기되자 ‘연락 두절’

원광대 재학생인 B씨는 지난 2월말 전세로 살고 있던 원룸 계약이 만료되자 보증금을 돌려받으려고 집주인 A씨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A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보증금 5000만원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어진 것. B씨는 수소문 끝에 원광대 재학생 중에 같은 방식으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상당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북 익산시 원광대 주변 원룸 주택가.

출처TV조선 화면 캡처

익산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B씨와 유사한 피해를 겪은 세입자는 120명, 피해 규모만 60억여원에 달한다. 문제가 된 원룸은 원광대 주변 건물 15곳이었다. 집주인은 모두 임대사업자인 A씨였다.

■ 등기부등본 열람해도…다른 세입자 보증금은 확인 못해 

세입자가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우선 해당 건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근저당권이란 채무를 갚지 못했을 때 담보로 잡힌 물건을 경매한 후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로, 이 때 돌려받는 금액의 한도를 채권최고액이라고 한다.

세입자는 우선 근저당권이 없거나 있어도 채권최고액이 해당 부동산 시세보다 낮은 주택을 찾아야 안전하다. 보증금을 내고 입주한 후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와 점유를 유지하면 나중에 집주인이 추가로 빚을 내고 이를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우선적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익산시에 따르면 A씨의 원룸 주택 15채에 설정된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을 모두 합하면 33억원. 원룸 시세를 한 채당 5억~6억원 내외로 추산하면 대출 규모 자체가 지나치게 큰 편은 아니다. 익산시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등기부등본상 근저당권을 대부분 확인했겠지만 주변 원룸이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보증금을 맡긴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했다.

60억대 전세보증금 사기 사건이 발생한 전북 익산시 원광대 인근 원룸 주택가.

출처TV조선 화면 캡처

경찰이 눈여겨보는 점은 A씨가 일반적인 임대사업자와 달리 모든 세입자를 전세로만 놓았다는 것이다. 보통 임대사업자는 자금 규모에 따라 임대수익을 높이기 위해 월세를 놓고 일부 부족한 자금만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A씨가 원룸 숫자를 무리하게 늘리는 과정에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피해 학생들은 전셋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원룸에 집주인 A씨나 중개인으로부터 “선순위 전세 세입자가 없다”거나 “1~2명만 전세이고 나머지는 월세”라고 안내받았다고 말했다. 선순위 보증금 규모를 일부러 감춘 것이다. 피해자인 C씨는 땅집고에 “A씨가 원룸 전셋집은 (원래는) 구하기도 어려운데 자기는 큰 돈 만지는 사람이라 전세로 내놓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A씨의 원룸 건물은 시세 5억원에 15실로 가정할 경우, 담보대출 2억원에 전세 보증금 7억5000만원(5000만원×15실)을 합쳐 빚이 시세보다 훨씬 큰 이른바 ‘깡통 주택’이 됐다. A씨가 담보대출을 갚지 않아 건물이 임의경매 처분될 경우 임차인은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를 한 날짜에 따라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그러나 보증금을 맡긴 임차인 수가 많아 상당수가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기는 불가능하다.

■ “다른 세입자 보증금 확인할 수 있도록 법 개정해야”

전입세대열람원의 예시. 앞서 입주한 세입자의 보증금이 나타나지 않는다.

문제는 등기부등본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저당권과 달리 과도하게 많은 전세 세입자를 두고 있는 ‘깡통 주택’을 세입자가 미리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임차 계약을 맺는 세입자는 주민센터에서 전입세대열람원을 통해 건물에 입주한 세입자 명단을 알알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임차 계약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보증금이 얼마인지 등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익산시변호사협회 양승일 변호사는 “세입자가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이 얼마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집주인과 부동산 중개인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는데 집주인이 거짓말을 했거나 정보를 숨겼다면 사기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여러 세대가 동시에 입주하는 원룸 주택은 세입자가 입주 전 다른 세입자들의 보증금 액수를 알 수 있어야 이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전입세대열람원에 해당 정보를 기입하거나 전월세 실거래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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