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살이 꿈 이뤘어요" 디자이너가 심혈을 다해 꾸민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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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링 with 리빙센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주택 살이: 삼남매가 뛰노는 마당 넓은 집, 민경담
오은주 유노디자인 대표와 그녀의 가족이 사는 집. 여름을 맞이한 민경담에서 보내는 오후.
전남 장성은 광주 시내에서 차로 30분여 떨어진 고즈넉한 마을이다. 이곳의 한 주택단지에 모던한 디자인의 집 한 채가 들어선 건 지난 9월. 화이트 박스 형태의 본채와 박공지붕의 별채가 연결되어 있는 듯한 ‘ㄱ’자 형태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광주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오은주 대표와 그녀의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다.
오은주 대표의 오랜 꿈이었던 ‘주택살이’가 이렇게 현실이 된 것은 바로 세 번째 축복 때문. 셋째 임신 소식을 안 직후,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나가던 부부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나만의 집’을 준비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했다. 부부와 세 아이가 행복하게, 오래 살 집이 되어달라는 마음으로 집의 이름은 일찍이 ‘민경담’이 되었다. 첫째 하민이, 둘째 하경이 그리고 셋째 하담이의 이름을 한 글자씩 땄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첫 번째 주택, 민경담
“아파트 1층도 알아봤죠. 하지만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집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어요.”
그녀는 오래전부터 간직해왔던 스케치를 꺼내 들었다. 오은주 대표의 연필 끝에서 나온 디자인은 스틸로 틀을 잡았다.
“스틸 하우스는 지진에 강하고 목조주택보다 정확한 구조 설계가 가능해요. 벌레와 목재의 노화 현상도 없죠. 목조보다 단열에 취약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외단열의 두께를 키워 보완했어요.”
설계 구조에서 비용을 아끼기보다는 불필요한 자재의 사용을 줄이고 시공 과정을 깐깐하게 체크하는 편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게 오은주 대표의 생각이다. 그녀가 어떤 사항을 결정하기 앞서 그에 대한 의견과 결정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던 건 오랫동안 단독주택을 꿈꾸며 나름대로 건축 공부를 해왔기 때문.
그러나 그녀가 실제로 겪은 건축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완전히 다른 문제였죠.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는데도 외장재 시공이 대충 진행된다거나,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계산될 때가 있었으니까요. 하나하나 바로잡아가면서 꼼꼼히 시공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집이기에 더 소중했다.
민경담의 외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넓은 마당과 데크 그리고 실내 수영장 같은 휴식 공간이다. 주거 공간보다 큰 면적의 휴식 공간은 단지 아이들만이 아니라, 온 가족을 위해 만들어졌다. 마감재의 개수를 최소화해 미니멀한 컬러와 형태감을 갖춘 후 공간 구성을 다양화한 것은 민경담의 가장 큰 매력.
■닫힌 공간 없이, 한층 넓어진 집
그녀만의 공간 철학은 민경담에서 더 잘 묻어난다. 주방과 거실을 최대한 개방하고 활용해 가족의 소통 공간으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오은주 대표. 그런 그녀가 사는 집은 한층 확장된 공간으로, 소통하는 데 전혀 막힘이 없는 유려한 구조로 완성됐다. 어린 세 아이가 있으므로 어디서나 한눈에 아이들을 볼 수 있어야 안심이 되는 엄마의 마음과, 개방감 있게 탁 트여 한층 넓어 보이면서도 동선이 자유로워 공간 활용도가 뛰어난 집을 바라는 디자이너로서의 마음이 모두 반영된 것.
개방적인 공간감이 완연하게 드러나는 이유는 스킵플로어 방식으로 1층과 2층을 나누었기 때문. 현관과 거실, 거실과 2층을 분리하는 스킵플로어 방식은 공간의 활용도는 한층 높이면서 입체감을 줘 공간에 힘을 실어준다.
■너, 나 그리고 우리, 가족의 깊이 있는 쉼을 위한 집
화이트 매스로 통일한 집 안. 외부와 마찬가지로 색감을 절제하되, 군더더기 없이 모던한 디자인과 컬러 포인트로 힘을 줬다. 마당과 맞닿아 있는 디자인 월과 미니멀한 가구들이 볕이 잘 드는 거실에 한층 밝은 분위기를 더한다. 스크린과 빔프로젝터, 5.1채널 스피커와 리시버를 들여 가족이 둘러앉아 영화도 감상할 수 있는 가족실로 꾸몄다.
민경담의 2층은 각 방의 요소와 가족의 관계를 고려해 스킵플로어 방식을 적용해 공간을 분리했다. 방마다의 개별성이 보장되면서도 가족 관계가 닫히지 않도록 고려한 배치가 특별하다. 다락으로 이어진 창은 2층 복도를 밝혀 화이트 매스로 통일했음에도 입체감 있게 보인다.
복도 끝 첫 번째 방은 가족 욕실이 있는 메인 화장실에는 아이들이 수영도 하고 부모와 함께 목욕도 할 수 있는 커다란 욕조와 긴 세면대를 평행하게 배치했다. 수납장과 세탁기 그리고 건조기는 동선을 방해하지 않게 선반 구조로 짠 공간에 두었다.
첫째 하민이와 둘째 하경이가 머무는 큰 침실은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2개로 나눌 수 있도록 문을 2개 달았다. 복도의 끝인 옆방에는 첫 돌을 앞둔 셋째 하담이의 방이 있다. 세 아이의 방 모두 마을 도로와 마당을 바라볼 수 있도록 창을 냈는데, 아이들이 마을의 친구들과 소통하기도 쉽고 엄마 아빠가 마당에 있어도 언제든 얼굴을 마주 볼 수 있게 창구 역할도 한다.
어린 하담이를 돌볼 수 있도록 부부의 방을 맞은편에 ‘ㄱ’자로 배치한 것도 특징.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부의 침실이 나온다. 부부 침실의 경우 코너 창을 배치해 뒤뜰을 조망할 수 있다. 자연을 바라보며 시작하는 아침은, 전날의 피로를 잊게 할뿐더러 새로운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준다.
글=리빙센스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