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지을 땅' 경매로 사려는데 임차권이 걸려 있다?

조회수 2018. 12. 7. 15: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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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의 경매 시크릿] 선순위 임차권 걸린 땅, 경매로 사서 농사 지을 수 있을까
경매(천안지원 사건번호 2017-7452)로 나온 충남 아산시 선장면 홍곳리 농지. /신한옥션SA

충남 아산에 사는 L씨(51). 그는 3대째 농사를 짓고 있다. 주된 경작물은 쌀과 잡곡이고, 트랙터나 이양기 등 장비들을 잘 마련해 감사하게도 해마다 대풍을 이루고 있다.


그는 최근 농지를 좀 더 매수해 생산량을 늘릴 생각으로 경매를 공부하고 있다. 그러던 중, 내년 1월 8일 매각을 앞둔 농지(천안지원 사건번호 2017-7452)가 경매에 나온 것을 발견했다. 충남 아산시 선장면 홍곳리에 있는 땅 4176㎡로, 용도지역은 답(畓)이었다. 농로와 배수로가 정비돼 있어 농사짓기에 좋은 땅으로 보였다. 경매시작가는 9354만원으로 최초감정가 1억3363만원에서 4009만원이 떨어진 상태였다.

 

L씨는 아내와 상의한 끝에 농지를 매수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권리분석에 들어갔다. 등기부를 보니 1순위 임차권, 2순위 근저당권, 3순위 압류, 4순위 가처분, 5순위 가압류, 6순위 경매개시결정 순이었다. 그는 아차싶었다. 선순위 임차권은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 아니던가. 매각물건명세서에도 ‘임차권등기(2000년 11월7일)는 말소되지 않고 매수인에게 인수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미 아내와 상의도 끝냈는데, L씨는 선순위 임차권이 존재하는 농지를 매수해도 되는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조선DB

임차권은 부동산을 임대차계약에 의해 사용하고 여기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임차인 권리를 말한다. 임차권은 주택뿐만 아니라 땅에도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과 달리 땅에 임차권을 설정할 때는 임대인(소유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임차인이 소유자 동의를 받기가 쉽진 않지만 임차권이 한번 설정되면 임차인은 제3자에게 대항력을 갖는다. 따라서 선순위 임차권은 매수인이 인수해야 하는 권리가 되는 것이다.  

 

L씨가 눈여겨보는 아산시 땅은 매각물건명세서에도 선순위 임차권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등기부의 을구에도 1순위 임차권이 설정돼 있다. 임차권자는 한국전력이며 공시 내용을 보면 임차권은 철탑과 송전선이 존속하는 기간까지다.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특약으로 존속기간까지의 지료 639만원도 이미 지급된 상태다. 땅을 매수하더라도 지료를 따로 청구할 수는 없다. 

2017타경7452 땅 매각물건명세서. 한국전력공사가 송전선을 건설하고 땅을 반영구적으로 빌리면서 생긴 임차권이 경매 매수인에게 인수된다고 언급돼 있다. /신한옥션SA

하지만 농사 관점에서만 땅을 본다면, 송전선을 제외하곤 특별히 문제가 될 일은 없어 보인다. 송전선이 땅 옆으로 지나는 것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 매수인이 선순위 임차권을 인수한다해도 이를 보상해야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직접 농사를 짓는 실수요자는 경매에 참여해도 좋을 것 같다.


땅의 용도지역은 농림지역이다. 농업진흥구역으로도 지정돼 있어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기보다 농사짓기에 좋은 땅이다. 바로 옆에 학성천이 있어 쌀농사를 짓기에는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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