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됐던 '영등포 밀가루 공장' 82년 만에 재탄생

조회수 2018. 11. 6. 15: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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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 동안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을 지켜온 ‘대선제분’ 밀가루 공장. 2013년 공장 시설이 충남 아산으로 이전된 후 방치되어왔던 이 공장 부지(영등포구 영신로 87)가 내년 8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출처: 대선제분 제공
영등포 대선제분 밀가루 공장 전경.

6일 서울시는 건물 23개동을 포함한 대지면적 1만8963㎡ 규모의 문래동 대선제분 영등포공장 부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도시재생 구상안을 발표했다. 

출처: 서울시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 위치.

대선제분은 1936년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영등포 밀가루 공장을 1958년 인수했다. 당시 영등포는 방직·제분 공장이 즐비한 제조산업 중심지였다. 현재 영등포 일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타임스퀘어 등 상업시설로 바뀌었다. 이 중 1930년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대선제분 공장 뿐이다. 

이번 사업은 서울시의 ‘제 1호 민간주도형’ 재생사업이다. 대선제분 창업자의 손자인 박상정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 ‘아르고스’가 사업비 전액을 부담해 재생 계획 수립·리모델링·준공 후 운영 등 사업 전반을 주도한다. 그동안 마포 ‘문화비축기지’나 ‘서울로 7017’ 등 서울시 대표 도시재생 사업들은 전부 서울시가 주도했다. 

출처: 서울시
1958년 대선제분 공장 전경.
출처: 서울시
1962년 대선제분 공장 전경.

80년 넘게 보존된 공장 건물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여기에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하는 것이 사업 목표다. 폐쇄된 화력 발전소를 현대 미술관으로 개조한 런던의 ‘테이트 모던’과 오래된 맥주 양조장을 복합문화시설로 바꾼 배를린의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를 롤모델로 삼았다. 

사업은 총 2개 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1단계 사업으로 공장을 명소화한 후 2단계는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한다. 

우선 1단계로는 전체 건물 23개동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4개동(1만3256㎡)을 카페·레스토랑·상점·역사박물관을 포함한 8개동으로 개조한다. 광장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 행사와 문래동의 예술인·기술 장인들이 참여하는 플리마켓·공연을 진행한다. 현재 1단계 사업 추진을 위한 인허가 절차가 완료됐다. 12월 중 착공, 2019년 하반기 완료해 시민 개방할 예정이다. 

2단계 계획은 원통형 사일로(곡물 저장 창고)·대형창고 등 대규모 구조물을 활용하는 안이다. 현재 서울시와 아르고스가 계획 수립중이다.

민간주도형 사업인만큼 서울시는 공공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도시재생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2호선 문래역 주변의 보행·가로환경을 정비해 시민들이 대선제분 공장을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박상정 아르고스 대표는 “영등포 밀가루 공장은 대선제분의 뿌리와 같은 곳”이라며 “역사와 이야깃거리를 담은 건축물들의 핵심 가치를 지키는 방향으로 재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토지주가 소유 부지를 스스로 보전하고 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뜻깊고 의미있는 일”이라며 “산업화 시대 유산의 원형인 대선제분 영등포공장이 서울시를 대표하는 도시재생 아이콘이자 문화 플랫폼으로 거듭나도록 돕고, 더 나아가 지역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게끔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글=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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