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질린 3040, 허름한 주택에 몰릴 겁니다"

조회수 2018. 10. 11. 10: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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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만난 건축주대학 멘토] 명노훈 바나나안바나나 대표
‘부동산의 중심’ 땅집고가 절대 실패하지 않는 집짓기로 가는 바른 길을 제시할 ‘제4기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www.csacademy.kr)이 10월 2일 문을 엽니다. “좋은 집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는 말처럼 건축주 스스로 충분한 지식과 소양을 쌓아야 좋은 건축가와 시공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 4기 과정을 이끌 건축 멘토들을 미리 만나 그들이 가진 건축 철학과 노하우를 들어봤습니다.

“도심 낙후지역에서 리모델링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신축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대지, 예산 등 여건에 따라 오히려 가성비 높은 리모델링을 고민해야 합니다.”

명노훈 바나나안바나나 공동대표는 현재 서울 강북구 미아동 주택가에 붉은 벽돌로 된 새 사옥을 짓고 있다. 기존 강서구 등촌동에서 이사하는 것이다. 그가 사옥을 옮기는 이유는 미아동 일대에 주택 리모델링 시장이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택 리모델링의 신시장으로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낙후 지역이면서 오래된 건물이 밀집한 성북구와 강북구, 중랑구를 보고 있다.

명노훈 바나나안바나나 공동대표가 서울 강북구에 신축 중인 새 사옥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오유신 기자

명 대표가 이런 결정을 내린데에는 일본에서 배운 노하우가 영향을 미쳤다. 그는 회사를 설립하기 전에 다녔던 직장에서 주로 해외 주택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2009년 일본 협소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아파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점차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아이를 키우거나 강아지들과 생활하는 가정은 편하게 뛰놀 수 있는 집을 원한다“면서 “일본과 문화가 달라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소비층이 자기 땅에 집을 짓고 소유하는 욕구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명 대표는 2009년 일본 협소주택 프로젝트를 통해 아파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나나안바나나

-최근 단독주택 고객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서울, 경기 지역에 있는 허름한 집을 리모델링해달라는 고객 상담이 늘었다. 불과 4~5년 전에는 어르신들이 주요 고객이었지만, 이제 많이 젊어졌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소통하려고 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수집한 수많은 정보를 내놓으며 가격 비교부터 시작한다. 문제는 그런 정보 대부분이 허위이거나 과장됐다는 것이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설명하는 시간이 상담의 70%를 차지하기도 한다.”



-고객을 대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고객과 일 이전에 인간 대 인간으로서 접근한다. 이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다. 고객 상담에서 사람에 초점을 둔다. 건축 디자인을 논하기에 앞서 고객이 좋아하는 의류 브랜드, 색상, 자동차 등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대화하고 협의한다. 그래야만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맞춤 정장을 입은 듯 만족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천세계도시축전기념관 내부 모습. 명 대표는 이 프로젝트에서 인테리어와 시공에 참여했다. /바나나안바나나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획 단계부터 전문가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얼마 전, 성북구의 언덕길에 있는 집을 주변 시세보다 싸게 구입한 분이 찾아오셨는데, 손해를 보고 다시 되팔수 밖에 없었다. 지적도와 항공사진을 확인해 보니 실제 땅의 사용과 너무 달랐다. 땅 매입부터 시공까지 처음부터 전문가와 의논하면 오히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주택가에서 리모델링이 어려운 이유는.


“행정적인 문제는 거의 없다. 법규만 잘 준수하면 된다. 오히려 소음, 분진 등 주민 민원이 더 큰 문제다. 예전에는 공동체 의식이 강해 이웃끼리 양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쉽지 않다. 이 경우 진심을 다해야 한다. 공사 시작 전에 미리 공사 내용을 전달하고 주변 청소도 열심히 하고, 먼저 인사하는 등 사소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불필요한 공사비가 새는 것을 막으려면.


“견적서를 꼼꼼하게 작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수 공사만해도 여러 방법이 있다. 건축주는 업체에게 시공 내용에 따른 장단점과 비용을 상세하게 설명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공사 현장에 자주 나타나는 건축주가 하자 없는 집을 지을 확률이 높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다 지은 후 진짜 내 집처럼 애착이 느껴지는 것이다. 하자가 발생할 경우 정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중요한다.”

명 대표가 참여한 베트남의 아파트 모델하우스 인테리어 모습. 그는 일본, 베트남 등 다수의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바나나안바나나

-가성비 높은 인테리어 팁을 준다면.


“포인트를 잘 잡아야 한다. 바닥재와 문만 바꿔도 전체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다. 이때 무작정 트렌드를 따라하기 보다 고객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디자인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한 부부 고객은 둘 다 재택 근무를 했기 때문에 아파트를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했다. 오히려 집처럼 느껴지지 않아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향후 계획은.

“우리 주변에는 한부모 가정,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외 계층이 많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너무나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이 좀 더 나은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이나 프로젝트를 통해 실현 가능한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


글=오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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