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일한 방송사 박차고 나온 PD의 화려한 변신

조회수 2018. 8. 21.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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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업계 뛰어든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
정찰제로 소비자 마음 사로잡아 '무서운 성장'
출처: 이지은 기자
방송사 PD 출신으로 인테리어 업계에 뛰어든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

“신혼집을 꾸며 보려고 3000만원을 준비했는데, ‘이 돈으로는 집 못바꾼다’며 홀대하는 업체들에게 화가 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겐 집과 자동차를 마련한 다음으로 쓰는 큰 돈인데 말이죠.”

9년간 일했던 MBC PD 자리를 박차고 나와 인테리어 회사 ‘아파트멘터리’를 차린 윤소연씨. 그는 처음으로 마련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33평 아파트를 인테리어하려고 여러 업체를 찾았는데, 적게는 35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하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셀프 인테리어를 결심한 것이 창업 계기가 됐다.

이 때 직접 집을 꾸민 과정을 엮은 책 ‘인테리어 원 북’이 소위 ‘대박’을 쳤다. 당시 실용 서적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1만권. 윤 대표의 책은 10만부 가까이 팔리며 당시 셀프 인테리어가 생소했던 우리나라에 ‘더 이상 인테리어에 차 한 대 값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출처: 아파트멘터리
회사명은 '아파트'와 '다큐멘터리'를 합해 지었다.

회사명 ‘아파트멘터리’는 아파트와 다큐멘터리를 합해 지었다. 획일화된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내부만큼은 나만의 취향과 스토리를 담아 꾸미고 싶어하는 이들을 고객으로 받겠다는 윤 대표의 마음을 담았다. 2015년 2명으로 시작한 아파트멘터리는 현재 직원 19명이 함께 하고 있다. 지난해엔 서울 지역 인테리어 업체 중 시공 횟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파트멘터리는 고가 서비스인 기존 ‘아뜰리에’에 이어 올 4월 ‘파이브(FIVE) 서비스’를 추가 런칭했다. 집 안의 다섯가지 요소만 바꿔도 새 아파트 못지않은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내놓은 패키지다. 

땅집고가 윤소연 대표를 만나 아파트멘터리의 성장 과정과 FIVE 서비스에 대해 알아봤다.

-인테리어 회사를 직접 차린 이유는. 

“국내 인테리어 업계의 서비스가 최고가와 최저가로 양극화된 걸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만족할만한 시공을 해주겠다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거든요. 문제는 업체를 못 믿겠다고 해서 무작정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것도 완벽한 대안은 아니라는 것이죠. 아파트멘터리는 의류업체 ‘H&M’의 상위 브랜드인 ‘COS’와 비슷합니다. 납득할만한 가격으로 최상의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죠.”

-아파트멘터리의 성장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2017년 기준 서울 아파트 인테리어 시공 횟수가 가장 많은 업체로 꼽혔습니다. 총 100회 정도됩니다. 직영 인테리어 시공 업체의 경우 보통 연간 50건 정도 소화하면 많다고 하는데 2배쯤 많죠.


매출도 2016년 대비 430% 늘었습니다. 지난해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삼성벤처투자로부터 30억원 합작 투자도 받았죠. 30~40대 소비자 취향을 잘 파악하는 스타트업이란 점을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출처: 이지은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사무실에서 자재 샘플을 소개하는 윤소연 대표.

-불과 2년 만에 급성장한 비결이 있다면.

“정찰제가 가장 큰 비결입니다. 기존 인테리어 업체는 ‘5000만원 정도 준비하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한 가격을 부르죠. 고객이 A자재를 골라도 ‘이게 더 잘 어울린다’며 B자재를 멋대로 시공하는 경우도 많았죠. 그러면 고객은 예상보다 더 큰 돈을 지출해야 합니다. 가격이 불투명했던 시장에서 정찰제로 운영하는 아파트멘터리가 주목받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도 도움이 됐습니다. 사무실에 벽지·타일·필름·손잡이 등을 50가지 정도 준비해 고객들이 한 번에 둘러보고 바로 자재를 결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고객이 맘에 드는 자재 하나를 고르기 위해 업체를 전전하는 일을 방지했죠.”

-아파트만 시공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우리 국민 50%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1인가구나 미혼이 늘면서 오피스텔이나 원룸 거주자도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선 아파트 인테리어 수요만 잡아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죠. 아파트 인테리어 시장에 집중해 서비스를 더 체계화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아파트멘터리
아파트멘터리는 지난 4월 마루, 도배, 필름, 커튼, 조명만 바꾸는 'FIVE 서비스'를 런칭했다.

-새로 출시한 ‘FIVE 서비스’의 특징은.

“FIVE란 도배, 바닥, 필름, 조명, 커튼 등 다섯가지만 바꾸는 시공입니다. 많은 아파트를 실측하고 고쳐본 결과, 집을 드라마틱하게 고치는 요인이 이 다섯가지라는 것을 알아낸 데에서 시작했죠. 30평대 기준으로 1200만원 정도면 집을 확 바꿀 수 있어 ‘가성비’도 높습니다.”

-사실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데.

“FIVE는 집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야 할 지 모르는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죠. 다섯가지가 흔한 것 같지만 막상 우리 집을 꾸민다고 하면 잘 떠오르지 않는 요소들입니다. 하지만 이 요소들을 모듈화하면 고객들이 보다 직관적으로 인테리어 옵션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FIVE 서비스를 고안해낸 겁니다.”

-고가 서비스도 있는데 굳이 저렴한 ‘FIVE 서비스’를 또 만든 이유는.

“사실 회사 수익과 직결되는 건 아뜰리에 서비스입니다. 평당 시공 가격을 비교하면 아뜰리에는 200만원 이상, FIVE는 40만~50만원 선으로 4배 정도 차이나죠. 그럼에도 저렴한 FIVE 서비스를 런칭한 것은 ‘인테리어 하면 아파트멘터리’라는 공식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합리적인 가격의 고퀄리티 서비스를 시장에 정착시킨다면 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이지은 기자
FIVE 서비스를 소개하는 키트를 살펴보고 있는 윤소연 대표.

-FIVE 서비스는 어떤 이들에게 추천하나. 

“지은지 10년 전후 아파트에 사는 고객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아파트들은 내장재는 튼튼하지만 내부 디자인이 다소 애매하죠. 보기 싫은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 묘하게 옛스러운 분위기가 난다고 할까요. 이런 경우 5000만원 이상 들여 인테리어하는 건 아무래도 과소비입니다. 하지만 FIVE 서비스를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집안의 톤 앤 매너를 확 바꿀 수 있어 합리적이죠. 

최근에는 임대사업자들에게도 FIVE 서비스에 대한 문의 전화가 많습니다. 값싸고 촌스러운 인테리어로는 세입자들을 더 이상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죠. FIVE 서비스로 집을 깔끔하게 시공하면 주거 가치가 높아져 공실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 계획은.

“집을 고치고 나면 ‘집을 채워넣는 일’이 숙제로 다가옵니다. 실제로 FIVE 시공을 받은 고객들에게 침대나 소파 등 집에 어울리는 소품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는데요. 현재 외국에서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수입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임시로 운영하고 있어 이를 좀 더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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