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들이 즐겨찾던 시장골목, 3년만에 확 떴다

조회수 2018. 7. 21. 0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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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 이면도로에 10평 남짓 이국적 가게 40여개 밀집..20~30대 젊은이의 천국으로
20여년간 상권 분석 전문가로 활동 중인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가 최근 ‘부자들의 상가 투자’를 펴냈다. 땅집고는 권 이사가 지난 2년 동안 서울에서 이름난 핵심 상권 40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현지 상인과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확인한 알짜 상권 정보를 소개한다.

[권강수의 상권 熱戰] 확 뜨는 서울대입구역 ‘샤로수길’…임대료도 급등


“이국적인 가게로 개성과 매력이 가득한 골목 상권, 서울대입구역 샤로수길은 구(舊) 상권과 신(新) 상권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유명세를 떨치면서 권리금과 월세만 높아진 반면 영업은 주춤한 상태입니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을 두고 ‘서울대 없는 서울대입구역’이라는 말이 있다. 역에서 서울대까지 걸어가기는 부담스러운 거리인데다, 가파른 경사길을 계속 올라가야 하는 부담도 있다. 대부분 학생들은 일반 버스나 셔틀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를 빗댄 우스갯소리인 셈이다.

지하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 인근 샤로수길. /한스미디어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가로수길이 있다면 관악구에는 샤로수길이 있다는 말이 생겨났다. 서울대 정문 상징에서 따온 ‘샤’와 ‘가로수길’을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3~4분 거리에 있는 이면도로인 ‘관악로 14길’이다. 엔제리너스 카페와 올리브영 사이 600m에 달하는 길이다.


이곳에는 골목길을 따라 규모는 작지만 이국적이면서 독특한 가게 40여 개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 이제는 서울대입구역 하면 이곳을 떠올릴 정도다. 권 이사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대입구역의 핵심 상권은 3번 출구 부근이었다”면서 “샤로수길은 서울대 학생들과 인근 직장인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시장골목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존 동네 주택가의 오래된 점포와 새로 들어선 가게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스미디어

이 상권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골목을 지키던 구 상권과 신 상권이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샤로수길 중간 지점은 아직 재래시장 분위기가 강하다. 오랜된 세탁소, 철물점 등이 여전히 영업 중이다. 대부분 10평 남짓 소규모 점포여서 골목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대학가 상권답게 20~30대 젊은층이 주요 타깃이다. 서울대 학생뿐 아니라 역 인근 원룸촌에 사는 자취족과 미혼 직장인들로 배후 수요가 풍부하다. 저녁 시간이면 삼삼오오 4~5팀씩 대기 줄이 있을 정도로 북적인다. 실제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샤로수길 상권에는 20대(24.2%)와 30대(25.3%)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높게 나타났다.

샤로수길은 구 상권과 신 상권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땅집고

원래 이곳은 1인 가구가 많았지만 유동인구나 개발호재는 내세울 수 없었던 평범한 골목 상권이었다. 그런데 경기 불황에 소득 불안정으로 가성비가 소비 트렌드로 뜨면서 새로운 상권으로 탄생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음식점들이 뜻밖의 호응을 얻은 결과다.


입지에 비해 낮은 임대료도 한몫했다. 20~30대 청년들이 가게를 열겠다며 몰려들었고, 하나둘씩 입소문을 타며 자리잡기 시작했다. 부담없는 가격과 세련된 맛으로 혼밥족을 타깃으로 한 상권이 형성됐다. 특히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이태원 경리단길까지 가야 맛볼 수 있는 이국적인 음식을 즐길 수 있어 유명세를 빨리 탔다. 


권 이사는 “일본이나 프랑스 가정식처럼 대부분 이국적이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면서 “경쟁력 없는 가게들은 폐업하는 곳도 있어 이색적인 콘텐츠로 창업을 준비해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국적인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가게가 늘어나면서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한스미디어

샤로수길에 식사 메뉴나 한식집을 제외한 점포들은 이른 오후 시간까지 한산한 편이다. 점심 시간에도 영업하지 않는 가게들이 많다. 서울대와 떨어져 있어 학생들이 수업을 마친 이후나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찾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저녁에 장사를 한다. 운영이 자유로운 가게들도 많다. 하루에 준비한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기도 하고, 심야식당처럼 메뉴에는 없지만 손님이 원하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주기도 한다.

샤로수길 상가 보증금과 임대료, 유동인구. /한스미디어

이곳 상가 권리금과 월세는 얼마나 될까. 권 이사는 “샤로수길 골목 상권이 유명세를 타면서 임대료와 권리금은 몇 년동안 많이 오른데 비해 매출은 예전만 못하다”면서 “여전히 경기가 위축돼 대부분 장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샤로수길 입구 A급 점포의 3.3㎡(1평)당 권리금은 500만~600만원, 연간 월세는 180만~300만원 정도다. 샤로수길 중간지점의 B급 점포는 3.3㎡당 권리금이 300만~500만원, 1년치 월세는 120만~240만원 수준이다.


샤로수길이 포함된 서울대입구역 일대에서 가장 인기있는 업종은 교육업으로 월 평균 매출액이 1억898만원이다. 숙박업(7436만원), 음식업(4128만원), 스포츠업(3846만원), 소매업(3801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음식업 중 인기 업종은 중식과 닭요리, 패스트푸드 등이 꼽혔다. 


권 이사는 “명소로 자리 잡는 것까진 좋은데 지금처럼 빠른 임대료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샤로수길 상권 확장과 동시에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글=오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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