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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주택의 가치는 옥상정원에서 갈리죠"

조회수 2018. 6. 7. 17: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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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에서만 140채 설계한 정승이 유하우스 대표, "계단실과 지하층도 예뻐야죠..기획도 중요합니다"
‘부동산의 중심’ 조선일보 땅집고가 실패하지 않는 집짓기와 건물 올리기로 가는 바른 길을 제시할 ‘제3기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이 6월 9일 문을 엽니다. “좋은 건물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는 말처럼 건축주 스스로 충분한 지식과 소양을 쌓아야 좋은 건축가와 시공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 3기 과정을 이끌 건축 멘토들을 미리 만나 그들이 가진 집짓기 철학과 노하우를 들어봤습니다.

[집짓기 멘토] 정승이 유하우스 대표, “돈버는 상가주택은 기획부터 달라”



출처: 오유신 기자
정승이 유하우스 대표.

“돈버는 상가주택은 기획부터 다릅니다.”

정승이 유하우스 대표는 국내 상가주택 설계의 선두주자 중 한 명이다. 지난 7년간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에서 준공한 프로젝트만 140건이 넘는다. 


정 대표는 성공한 상가주택 기획 사례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프로젝트를 꼽았다. 경희대 인근에 있는 이 상가주택의 건축주는 50대 후반 부부였다. 정 대표가 경기 남양주시 별내지구에 지었던 상가주택을 보고 찾아왔다.

이 부부는 당초 건물이 낡아서 매각하려고 했다. 하지만 삶의 추억이 깃든 곳이어서 선뜻 떠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부부는 낡은 수첩을 꺼냈다”고 했다. 수첩에는 부부가 공간을 어떻게 꾸밀 지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작성한 메모와 그림들이 빼곡했다.

출처: 유하우스
정승이 대표에게 상가주택을 의뢰했던 건축주의 수첩. 신축할 주택에 관한 메모가 빼곡히 적혀있다.

정 대표는 최근 7년간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진행한 12건의 프로젝트 외에 위례신도시 40건, 삼송지구 30건, 별내지구 30건, 청라지구 20건, 판교신도시 10건 등 다수의 상가주택을 완공했다. 그는 “상가주택에서 설계 전 기획 단계부터 상권 분석과 적절한 용도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수익을 올려주는 설계 노하우도 힘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김재경 작가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위치한 상가주택. 주차장 위치를 바꿔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이문동 상가주택의 경우 건축주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췄다. 설계안을 두 번이나 만들었다가 다시 재설계까지 하면서 고민한 끝에 주차장 위치를 옮겨 지하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1층 편의점도 공간 개방성이 좋아지면서 예전보다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부부가 거주할 공간은 단독주택처럼 만들었다.

출처: 유하우스
'소멸'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철거 전시전.

이 뿐만이 아니다. 정 대표는 기존 건물을 철거하면서 기획전을 열었다. ‘소멸’이라는 주제로 아티스트 7명을 초대해 한달 간 전시회를 선보인 것. 지역 주민들 반응은 뜨거웠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정 대표는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다양한 아트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이문동 상가주택은 건축주의 꿈을 이룬 집이다. 기획 단계부터 건축주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라며 “큰 돈이 드는 집짓기에 성공하면 행복하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홧병이 난다. 치밀하게 기획할수록 실패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했다.

-기획은 왜 중요한가.

“요즘 건축주들은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상가주택을 짓는 경우가 많다. 남이 하니까 다 될 것 같아서 집짓기에 뛰어든다. 부동산 중개업소가 임차인을 구해준다고 장담하기도 한다. 하지만 월세를 받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상가주택은 주차 등 여러 측면에서 아파트보다 불편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다 해결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해야 한다.

고령화가 확산되면서 상가주택 내 점포는 건축주의 두번째 일자리에 대한 도전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자녀들과의 연결고리가 돼야 한다.”

출처: ⓒ김재경 작가
주인세대의 공간을 단독주택처럼 설계했다.

-수익성을 높이는 설계 노하우가 있다면.

“지하 공간이나 계단실은 눈으로 보기에도 예뻐야 한다. 포인트 공간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 집만의 특징이 생기면서 가치가 높아진다. 임차인들도 행복해야 한다. 임차인들에게 내 건물 같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결국 디자인이 주는 감성이 큰 역할을 한다. 상가주택에 거직접 거주할 건축주에게도 단독주택 느낌을 주게 되면 만족도가 훨씬 높아진다.”

-2~3층 임차인을 위한 5가지 설계 포인트를 강조했는데.

“우선 임차인 심리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넓은 공간으로 보여야 한다. 둘째는 중문(中門)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주방에 식탁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샤워부스를 구비하는 것도 기본이다. 마지막으로 주방 옆 다용도실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 임차인 세대 방 앞에 있으면 안된다. 결국 살고 싶은 집을 만드는 것이다.”

출처: ⓒ변종석 작가
경기 동탄신도시에 지은 살구나무집 외관.

-주인세대를 위한 포인트는.

“상가 입구와 주거 진입을 분리해야 한다. 좁더라도 대문이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계단실은 주변 풍경이 보이도록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반드시 하늘마당(옥상정원)을 둬야 한다. 건물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다.”

출처: ⓒ변종석 작가
경기 고양시 원흥동에 위치한 상가주택 하늘마당.
출처: 유하우스
경기 판교에 위치한 '안단테 칸타빌레' 하늘마당.

-하늘마당은 왜 필요한가.

“하늘마당은 건물 옥상과 4층, 다락공간을 중정(中庭)을 통해 연결하거나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힐링에 매우 중요하다. 거주자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 가능하다. 낮우에 건물을 팔 때에도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하늘마당에 만든 텃밭이 정말 맘에 든다며 매매 계약하는 경우도 봤다. 하늘마당 역시 기획에 포함되는 것이다.”

-수강생들에게 조언한다면.

“건축에 대한 개인적인 측면과 공공성을 같이 대화하며 고민해야 한다. 건축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말하고 싶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내는 상가주택으로 남을 수 있다.”

-향후 계획은.

“내년 하반기 ‘스토리가 있는 상가주택 2’를 출간할 예정이다. 건축영화제도 준비 중이다. 현장소장을 주제로 시공 과정을 영화화하고,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 개별 현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건축주에게 보내주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건축주의 감성을 위해서다.”


글=오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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