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66평 아파트 2채로 쪼갰더니..빈방서 월 80만원 수익

조회수 2018. 3. 2. 10: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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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구분 공사에 3800만원 투자, 오피스텔보다 수익률 높아..김포,남양주,용인 등지로 빠르게 확산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 낡은 대형 아파트 1채를 2채로 나누는 ‘세대구분 리모델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김포,안양,남양주에 이어 용인에도 세대구분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용인은 서울 강남과 판교신도시 접근성이 좋아 60평대 아파트 1채를 2채로 나눌 경우 월 80만원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 아파트 소유주들의 관심이 급증하는 양상이다. 

투하우스 용인 1호로 개조한 상현동 금호베스트빌 2차의 임대용 주택 주방. /심기환 인턴기자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에만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일대에서만 50~60평대 아파트 3가구가 세대구분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상현동 금호베스트빌 2차 219㎡(66평·공급면적 기준) 1가구와 상현동 상현마을 쌍용2차 196㎡(59평) 2가구 등이다. 금호베스트빌 2차 219㎡는 공사 후 작은집(24평)을 보증금 2000만원, 월세 80만원에 임대까지 완료했다. 


이번 공사를 시행한 얼론투게더의 최한희 대표는 “대형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밀집한 용인지역 중심으로 세대구분 공사에 대한 상담과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최근 정부가 관련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어 세대구분 사업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는 최근 세대구분 리모델링 브랜드 ‘투·하우스’의 용인 1호 단지인 상현동 금호베스트빌 2차 219㎡(66평)를 집중 분석해 봤다. 

출처: 다음로드뷰
용인 상현동 금호베스트빌 2차 아파트.

"현관문 밖에서 분리해 마주칠 일 없어"

2001년 준공한 금호베스트빌 2차 219㎡ 아파트는 준공 당시 서울 강남과 용인 일대 부자들이 주로 입주했다. 모두 50평 이상 대형 아파트로 주차 공간도 가구당 2.33대에 달한다. 방5개, 욕실 2개다.


이 집 소유주인 A씨는 원래 부부와 자녀 3명이 같이 살았지만 이제는 자녀들이 모두 출가해 부부만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큰 집에 부부만 살다보니 방 3개는 텅텅 비워 놓고 살았고, 청소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고 했다. 

투하우스로 개조한 용인 상현동 금호베스트빌 2차 아파트의 세대구분 전후 평면도. /얼론투게더

시공사인 얼론투게더는 이 아파트의 현관 옆 방 3개를 묶어 임대용 소형 주택으로 만들었다. 임대용 주택은 공급면적 기준 80㎡(24평)로 주방 겸 거실, 욕실, 방2개로 구성됐다. 


임대용 주택과 주인 집 사이에는 노래방 시공에 사용하는 2중 방음벽을 설치해 방음 효과를 최대한 높였다. 임대용 주택에는 깔끔한 주방을 설치하고 욕실도 새로 수리했다. 벽지와 바닥공사, 창고 필름 작업 등을 거쳐 임대용 주택은 새 집으로 바뀌었다.


원래 집주인이 살던 공간은 139㎡(42평)로 줄었지만 여전히 부부가 살기에는 큰 집이다. 

투하우스로 바꾼 용인 상현동 금호베스트빌 2차 66평형은 집주인과 세입자용 현관문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 왼쪽이 세입자용 주택의 현관, 오른쪽이 집주인 주택의 현관이다. /심기환 인턴기자

이번 공사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전실(前室)쪽에 붙어있던 작은방 창문을 헐어 임대용 주택의 현관문으로 개조한 것이다. 최한희 대표는 “기존 세대구분의 경우 현관을 같이 썼기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심리적인 불편함이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각 세대로 들어가는 현관문을 밖에서 따로 만들어 완전히 독립된 2채의 집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공사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전실쪽 작은방 창문을 뜯어내려면 구조기술사무소로부터 구조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 또 소방 설비를 따로 갖추고, 다른 입주민들 동의서를 첨부해 지자체로부터 행위허가를 받아야 비로소 공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제 공사 기간은 10일 안팎에 불과하지만 인허가 절차가 까다로워 사업 완료까지는 총 2개월여가 걸렸다. 

"1800만원 실투자로 월 80만원 수익"

그렇다면 세대구분 아파트의 손익계산서는 어떨까. 상현동 금호베스트빌 2차 219㎡는 현재 매매가격이 4억4000만원~5억원이다. 


A씨는 세대구분 공사로 만들어진 방 2개짜리 80㎡(24평) 주택을 최근 보증금 2000만원, 월세 80만원, 관리비 7만원에 임대 완료했다. 세대구분 리모델링에 들어간 사업비는 3800만원이다. 하지만 임대 보증금으로 사업비 일부를 충당한 만큼 A씨가 부담한 실투자비는 1800만원이다. 

용인 수지 1호 투하우스와 인근 신축 오피스텔의 수익률 비교. /땅집고

인근 오피스텔과 비교해 보면 A씨의 수익성은 상당히 높다. 이 아파트에서 직선으로 1.2㎞ 떨어진 성복역 인근 신축 오피스텔인 ‘e편한세상 수지’ 73㎡(22평) 임대료는 보증금 2000만원, 월세 75만원이다. e편한세상 수지 73㎡ 매매가격은 2억2000만원선이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아파트 집주인 입장에선 3800만원을 투자해 2억2000만원짜리 오피스텔보다 수익률이 더 높은 수익형 부동산을 마련한 셈”이라고 했다. 더구나 오피스텔은 준공 후 시간이 지날 수록 가격이 하락하지만 세대구분 아파트는 그렇지 않다. 김 사장은 “주택의 사용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는 점에서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용인 1호 투하우스의 임대용 주택 내부 거실 겸 방. /심기환 인턴기자

용인 등 대형아파트 밀집지역 관심 높아져

지난해 7월 세대구분 리모델링이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허용된 이후 실제 공사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세대구분 대표 업체인 얼론투게더는 ‘투·하우스’ 브랜드로 지난해 김포 1호를 시작으로 안양,남양주,용인 등에서 10여채를 시공했거나 공사를 앞두고 있다.


정부가 최근 세대구분 기준을 완화하고 준공 사례도 속속 늘어나면서 그동안 망설였던 대형 아파트 소유주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한희 대표는 “수지에는 금호베스트빌 60평대와 구조가 비슷한 대형 아파트가 많아 집주인은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도 많다”며 “현재 용인에 운영 중인 ‘투·하우스’ 샘플하우스에만 300~400명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용인 1호 투하우스의 임대용 주택 욕실. /심기환 인턴기자

현재 세대구분 리모델링 관심이 가장 높은 곳은 경기도 용인이다. 입지적 장점으로 임대를 놓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수지구의 경우 지하철 분당선과 신분당선이 지난 서울 강남과 판교, 분당에 직장을 둔 젊은층 소형 주택 수요가 풍부하다. 


용인 1호 투·하우스를 중개한 B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용인 1호 투·하우스의 월세 수준은 인근 낡은 20평대 빌라나 아파트보다 저렴하다”며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글=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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