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이 좋다" 사람 다시 몰리고, 주거 수요도 폭발

조회수 2018. 1. 6. 07: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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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현일의 미국&부동산] 봄맞은 다운타운, 주거지 개발 '붐'

지난달 뉴욕의 로어 맨해튼(Lower Manhattan·맨해튼 남쪽)의 다운타운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뉴욕에서 일하시는 분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로어맨하튼은 밤에 월스트리트(Wall Street)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퇴근하면 신문지만 날리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밤에도 사람이 북적거려요." 


그의 말대로 밤에도 거리에 행인들이 많았다. 야외 바(bar)에는 밤을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미국 뉴욕의 경제중심 월스트리트

이렇게 바뀐 이유는 간단하다. 거주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 챔버스 스트리트 아래 다운타운의 인구는 약 2배가 늘어 현재는 6만 명 이상이 거주한다. 이런 증가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로어 맨해튼에만 총 31개 빌딩에 5227가구의 주거건물이 개발 중이다. 보통 새 건물을 올리기보다 기존 오피스 빌딩을 임대형 아파트나 콘도미니엄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식이 많다. 이는 비단 뉴욕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 사람들이 다운타운으로 몰리고 있다. 콘도미니엄(분양형 아파트)과 임대형 아파트 건설이 붐을 이루면서 그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개발회사들의 다운타운 사랑은 당분간 멈출 것 같지 않다. 

출처: 위키피디아
미국 뉴욕의 75층짜리 초호화 아파트 '원57'. 맨해튼 57번가 157번지에 있어 원(one)57 이란 이름이 붙었으나 비싼 가격으로 인해 '억만장자 빌딩'이란 별명으로 통한다.

다운타운 인구 급증...주거 수요도 늘어

뉴욕뿐 아니라 내가 사는 댈러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0년간 다운타운 인구가 3배 늘었다. 다운타운에는 오피스 빌딩을 콘도나 아파트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이, 업타운에는 신규 주거빌딩 건설이 곳곳에 한창이다. 현재 다운타운 중심으로 2.5마일 안에 5만명이 살고 있고, 현재 건설 중인 주거지만 7600가구에 달한다.


이런 현상은 미국 전체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두고 피츠버그, 볼티모어, 콜롬비아에서 아파트 개발을 주로 하는 PMC프라퍼티그룹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도심지 주거 수요가 가히 “폭발적”이라고 증언했다. 최근 볼티모어 다운타운에 개발한 아파트의 경우 완전히 임대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이는 평균보다 2배나 빠른 속도다. PMC는 자기들이 이 비즈니스를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콜롬비아 도심의 목화 창고를 개조해 개발한 아파트도 임대 시작 2개월 만에 90%가 찼다. 


시애틀의 레이크 유니온 파트너스의 경우 2012년 이후 7개의 임대형 아파트를 개발했는데, 현재 공실률이 4%밖에 되지 않는다. 

출처: 위키피디아
시애틀 다운타운 야경.

젊은이부터 50~60대 중장년까지 이주

도심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은 보통 전문직 미혼 남녀들이다. 우선 임대료가 외곽지역보다 높기 때문에 이를 부담할 능력이 돼야 한다. 그리고 다운타운의 밤 문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주류다. 근데 요즘은 아이들을 다 키운 50~60대 중장년들도 다운타운으로 많이 이주한다. 퇴근 후 집에 틀어 박혀 TV를 보는 삶에 싫증을 느낀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 내 도심 지역들의 범죄율이 줄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이주민들이 더 늘어나는 추세다.


얼마 전 댈러스 업타운의 아파트 임대업 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요즘은 다운타운에서 일하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일하지만 도심 생활이 좋아 먼 거리 출퇴근을 감수하며 다운타운으로 이주하는 사람도 많다고 귀띔했다. 일례로 도요타 미주 본사가 댈러스 다운타운과 차로 40분 거리로 이주하는데, 도요타를 따라 캘리포니아에서 온 젊은 직원들이 회사 주변이 아닌 도심 거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출처: 연합뉴스
댈러스의 도요타 북미 본사.

개발 끊이지 않아...공급 과잉 우려

이런 다운타운 주거지의 낮은 공실률과 넘치는 수요로 인해 임대형 아파트나 분양형 콘도의 경우 신규 개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 과잉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월 연방준비은행(Fed)은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 도심 대형 아파트 빌딩 등을 포함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growing concern)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스의 미국 상업 부동산 가격 지수에 따르면 불황 이후 가파르게 오르던 지수는 2016년 말 이후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개발회사들은 숨 고르기 계획이 전혀 없어 보인다. 도심 주거지에 대한 은행 대출 문이 좁아지는 날까지는 신규 건설 붐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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