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집처럼 지어주세요..묻지마 따라쟁이는 폭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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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하우스’로 유명한 건축가인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 그가 최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7 라이프쇼’에서 ‘집 짓다, 담다, 살다(休)’라는 주제로 공개 강연을 했다. 양 대표는 2000년 인기리에 방영된 '러브하우스'에 출연해 '국민건축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내 집 짓기에 관심을 가진 예비 건축주들에게 실제 집을 지을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양 대표는 집을 짓기 전 ‘내가 원하는 집이 과연 어떤 집인가’라는 점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최소한 기초공사가 끝나기 전까지 나와 내 가족의 동선(動線), 필요한 공간에 대한 파악이 완성돼야 좋은 집이 나온다는 것. 더 나아가 삶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할 수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멋진 집을 보고 그대로 지어달라고 하는 건축주들이 더러 있어요. 지하실에 멋진 바(Bar)를 만들었죠. 그런데 1년에 한 번 내려갈까, 말까에요. 2층집을 짓고 2층에 안 올라가는 사람도 많아요.
방이 정말 여러 개 필요한지, 손님맞이를 대비해 거실을 넓게 만들어야 할지, 조경 공사는 어느 정도 규모로 해야할 지 등 어떤 집을 짓고 싶은 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원하는 집을 짓기 어렵습니다.
또 자신의 구상을 잘 실현해 줄 건축가를 만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집을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여기는 건축가, 건축주와 소통을 잘 하는 건축가 등 건축가도 건축주만큼이나 여러 종류다. 내가 원하는 건축가는 어떤 유형인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
초보자도 알기 쉬운 집 짓기 A부터 Z
양 대표는 기초적인 건축 용어와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폐율과 용적률 개념, 연면적은 무엇인지, 집의 구조는 어떤 유형이 있는지. 건축주가 잘 알면 공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먼저 기초 공사에 들어가기 전 집주인이 살펴야할 것들이 많다. 직접 내 땅이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측량해봐야 하고, 실제 측량한 대지가 도면과 맞아떨어지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이후 지질 공사와 기초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양 대표는 구조, 설비, 배관, 전기 등 기초 공사에 비용을 가장 많이 들여야 한다고 했다. 내부 자재는 바꿀 수 있지만 기초 공사는 바꿀 수가 없기 때문이다.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에는 콘크리트에 적합한 온도를 맞춰 작업해야 하자를 방지할 수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없는 ‘단열’
내부 인테리어를 진행할 때는 새집증후군 방지에 신경써야 한다. 새집증후군은 노약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접착제다. 이는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할 때 바로잡아야 한다. 양 대표는 벽면의 석고보드 공사를 할 때나 바닥재를 깔 때 친환경 접착제를 쓸 것을 권했다.
단열을 잘 하면 냉난방비가 덜 들어 이후 관리비를 절약할 수 있다. 단열재뿐만 아니라 창호의 크기와 성능을 잘 조절하는 것도 단열 작업 중 하나다. 창호에는 시스템창호, 알루미늄창호, PVC창호가 있다. 건축주가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가 PVC창호는 싸고 품질이 낮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양 대표는 “PVC창호는 단열 성능이 가장 높은 제품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알루미늄 창호는 디자인 때문에 선호도가 높고, 요즘은 알루미늄에 우드가 붙은 알우드창호도 나와 더욱 유려한 디자인을 뽐낸다”면서 “시스템창호는 이 모든 장점을 합쳐 놓은 자재여서 단연 우수한 제품”이라고 했다. 좋은 단열재와 적절한 창호의 사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살면서 비용이 더 들 수 있다.
양 대표는 벽면 마감에 대한 오해도 지적했다. 도장을 하거나 벽지를 바르는 등 벽면 마감에 쓰이는 다양한 자재가 있는데 어떤 것이 더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흔히 도장은 모던한 느낌을 주고, 벽지는 싸구려라는 인식이 있지만 그것도 역시 오해”라며 “도장은 추후 덧칠을 해야 하고 벽지는 부분적으로 재도배를 할 수 있어 오히려 간편하다”고 했다.
방수(防水) 공사는 작업자가 아무리 꼼꼼히 공사해도 다른 공정의 잘못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집 주인이 물건을 들여놓다가 실수로 방수턱을 깨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최대한 집주인이 시공 현장을 잘 살피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천장에는 점검구를 꼭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크게 해도 좋고 상체나 머리만 들어가도 된다. 그렇지만 꼭 만들어야 한다. 점검구가 없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집을 모두 뜯어야 한다. 보기 싫더라도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고 했다.
“좋은 집 지으려면 비우고 즐겨라”
양 대표는 자신이 직접 설계한 건축물들을 소개했다. 가장 최근 작품은 강원도 양양의 ‘설해원’ 프로젝트. 휴양지의 산과 바다를 담기 위해 창을 크게 내고 자연 재료를 쓰도록 설계했다.
양 대표는 “집을 짓는 것이 쉽지 않다. 하다보면 원하던 것들을 못할 때가 많다. 욕심도 버려야 하는 일이 많아 속상하기도 하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면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좋은 집은 과정이 즐거운 집”이라고 강조했다.
글=김리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