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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싸지도 않은 상가 사겠다고 수백명 몰려"

조회수 2017. 9. 14.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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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47개 공개입찰에 400여명 참여..수익형 상품 '반사이익'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호텔. ‘공덕 SK 리더스 뷰’ 아파트에 들어설 상가(商街) 공개 입찰이 진행됐다. 점포 47개가 나왔는데 400여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약 10대 1. 분양 관계자들도 놀라는 분위기였다. 분양회사 측은 “분양가가 시세보다 딱히 저렴한 편은 아니었는데도 ‘8∙2 대책’ 영향 탓인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했다.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의 투자 패러다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뜨거웠던 주택은 분위기가 냉랭하다. 반면 매달 월세가 나오는 수익형 상품은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  


‘8·2대책’이 청약·대출 제한, 양도소득세 강화 등 다(多) 주택자에 대한 전방위 규제를 담고 있는데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규제에서 벗어난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제주 최대 복합리조트인 제주 드림타워 홍보관을 찾은 고객들이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규제 폭탄맞은 주택 시장

수익형 상품이 대안될까

‘8∙2 대책’은 금융 규제, 양도세 중과 등 다주택자에 대한 투기 억제 대책을 담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대표 상품’으로 꼽히던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집중 규제 대상으로 지목했다.


 재건축 아파트를 사고 팔 때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내년부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전면 시행할 방침이다. 그 여파로 서울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 8월 둘째 주 이후 줄곧 하락세다. 


최근 1~2년새 단기 수익을 노리며 많은 투자자가 몰렸던 아파트 분양권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6·19대책 때 서울 전역에서 분양권 전매(轉賣)가 금지됐고, 이달 5일에는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시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서 지방도 주춤한 양상이다.
 

재건축이 진행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반면 수익형 부동산은 규제에서 자유로운 만큼 주택 투자 수요를 상당부분 빨아들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다주택자는 집을 팔라. 집은 투자 수단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며 “주택 대신 선택할 투자 상품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다주택자들의 투자는 상가를 비롯한 수익형 상품에 유입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8~10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전자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를 통해 진행한 공매(公賣)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 위례신도시 10블록의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점포 14개가 공급예정가격의 2배 가까운 낙찰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이 가운데 6개 상가는 낙찰가율이 200%를 넘겼다.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경매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7월 평균 63.3%였던 수도권 수익형 부동산의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달엔 78.8%로 뛰었다. 이달 들어서는 12일 현재 84.9%까지 올라 올 들어 가장 높은 낙찰가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익형 부동산도 입지나 희소성 측면에서 가치있는 상품을 선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수익성이 불투명한 상품을 여러 개 갖고 있기 보다는 안정적 수익이 나오는 ‘블루칩’ 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게 중장기적으로 더 유리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복합리조트 등 레저시설 투자 관심

최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복합 레저시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개장한 부산 기장군의 회원제 리조트 ‘아난티 코브’는 펜트하우스 90채가 준공 전 100% 판매됐다. 개발회사인 에머슨퍼시픽 관계자는 “한 채당 분양가가 26억~45억원에 달하는 회원권 뿐만 아니라 1년에 30일 숙박할 수 있는 중·저가 회원권도 30~40대 직장인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개장한 부산 해운대 '아난티 코브'

제주시 노형동에 들어서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역시 분양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시행사인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8·2 대책이 나오고 리조트 운영 업체가 ‘그랜드 하얏트’로 확정되면서 하루 평균 150건 넘는 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사전예약제로만 운영되는 방문객 숫자도 200명을 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때 ‘미운 오리’ 취급을 받던 분양형 호텔에 다시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그동안 볼 수 없던 초대형 단지인데다 안정적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 드림타워’ 관계자는 “은퇴한 직장인이나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중심으로 다른 금융상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장기간 보장받을 수 있고 관리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제주에 사는 한 투자자는 10층짜리 건물 한 채를 매입하려다가 레지던스 호텔 10채를 한꺼번에 샀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시장 움직임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저금리에 따라 수익형 부동산도 가격이 오른 상태고 앞으로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우려도 있다”며 “임대 수익뿐 아니라 향후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는 상품을 선별,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글=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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