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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개 구멍 뻥뻥 뚫린 콘크리트 건물

조회수 2017. 9. 11. 09: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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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규의 建築재료 이야기] 하나은행 삼성동 별관 리모델링 '눈길'

김찬중 더 시스템랩 대표는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2009년)에서 강화 플라스틱으로 자유로운 입면과 모듈의 반복을 사용해 다양한 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2011년)와 ‘연희동 갤러리’(2009년)를 통해 조형성이 강한 콘크리트 건물을 선보였다. 


자유로운 모듈 형태의 입면을 반복해 만든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핸즈코퍼레이션 사옥’(2014년)과 현재 시공 중인 하나은행 삼성동 별관 리모델링(2017년)을 통해 새로운 콘크리트 재료와 디자인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에서 오래된 건축 재료인 콘크리트를 새롭게 사용한 작업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출처: 사진= 신경섭 작가
KEB 하나은행 삼성동 별관 리모델링
KEB 하나은행 삼성동 별관 리모델링(2017)은 외부의 모듈 거푸집을 직접 짜서 프리캐스트 방식으로 조립했다.

Q.

KEB 하나은행 삼성동 별관 리모델링은 지금까지 결과물의 정수 같다.

A.

하나은행 별관 리모델링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특히 가장 중요한 입면을 이루는 모듈의 모든 면이 3차원 곡면이어서 재료 선택에 많은 실험을 했다. 처음에는 GFRC(Glass Fiber Reinforced Concrete)를 사용하려고 했다. GFRC는 가볍고 성형하기 쉽다. 하지만 아직 압축력, 인장력 등 구조적 성능에 필수적인 객관적 자료나 실험값이 없다. 결국 최종 선택한 재료는 UHPC(Ultra High Performance Concrete). 원래 UHPC는 프랑스에서 개발한 값비싼 재료였다. 국내에서는 많은 실험을 거쳐 기존보다 더 높은 강도로 단가를 낮춘 제품이 나온다. 건축에선 원자로의 케이싱(casing)이나 최근 준공한 롯데월드타워의 중심에 일부 사용했지만 건축분야는 시작 단계다. 그럼에도 UHPC를 선택한 것은 두께를 줄이기 위해서다.

출처: 사진= 신경섭 사진작가
배병우 창작예술촌
배병우 창작예술촌(2017)은 내외부를 송판노출로 거칠게 마감하여 시골마을의 푸근하고 투박한 느낌을 더한다.
출처: 사진= 신경섭 사진작가
배병우 창작예술촌
배병우 창작예술촌의 투박하고 거친 재질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질감으로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진다.

Q.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어서 어려운 점이 더 많았을 것 같은데.

A.

먼저 공학적 성능을 인증하는 일이었다. 하나은행 별관엔 약 350개의 모듈이 들어간다. 모듈은 약 4.22m, 두께 80., 무게는 약 2톤이다. 층간 높이가 다르고 모서리가 있어 6개 타입으로 구분한다. 모듈은 철제 부품을 이용해 건물 바닥 슬라브에 걸어매는 방식으로 설치했다. 전례없는 방식이기도 했고 모든 면이 3차원 성형체를 배근없이 만들었기 때문에 제작부터 시공까지 모든 부분에서 객관적 데이터로 증명해야 했다.


성형 자체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4.2m가 넘는 성형틀은 콘트리트가 굳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로 변형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거푸집을 새로 개발했다. 표면은 FRP, 모서리는 철재를 사용한 몰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 본격적으로 건물에 적용하고 있다.

Q.

콘크리트를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했다.

A.

주변 환경에 따라 마감을 결정한다. 전남 순천에 있는 배병우 작가의 레지던시는 송판노출을 사용해 콘크리트 고유의 투박한 질감을 더 거칠게 만들었다. 주변의 농촌 마을 풍경과 잘 어울리게 푸근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신축 건물이 맞냐는 질문도 하지만 이 건물은 20년 뒤에도 지금의 질감을 그대로 갖고 있을 것이다(웃음). 반면 빛에 의한 대비와 형태의 깊이감을 강조하고 싶을 땐 흰색으로 코팅하는 경우도 많다. 하나은행 별관 역시 흰색으로 칠했다.

출처: 사진= 신경섭 작가
핸즈코퍼레이션 사옥
핸즈코퍼레이션 사옥(2014)은 모듈화하여 제작한 거푸집을 이용해 입체감 있는 건축물을 표현했다. 흰 도장은 콘크리트 특유의 덩어리감에 세련되면서도 가벼운 느낌을 더한다.

Q.

그렇다면 건축 재료로서 콘크리트가 가진 매력은.

A.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있다. 목재와 플라스틱, 철재 등은 시간과 비용 절약을 위해 공장 생산 방법을 찾는 데 관심이 있었다. 반면 콘크리트는 성형이 주는 매력이 있다. 건축가는 본능적으로 구조와 형태, 공간을 한꺼번에 디자인할 수 있는 재료에 대한 열망이나 지향이 있다. 콘크리트는 이에 딱 맞는 재료다.

Q.

콘크리트를 친환경적인 재료라고 생각하는가.

A.

콘크리트를 자연친화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인체엔 해롭다. 벽돌은 기공이 많아 숨을 쉰다. 콘크리트는 기공을 만들면 금이 갈 수 있어 위험하다. 콘크리트는 자연 상태에서 상당 시간 건조해 수분을 완전히 빼낸 뒤 마감해야 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수분을 채 빼내지 않고 도장이나 후처리를 해 공기가 갇히고 결국 균열이 생긴다. 콘크리트는 화학첨가물이 들어가고 경화되는 과정에서 해로운 물질이 발생해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상당 기간 자연 환기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Q.

첨단 콘크리트를 사용한 건축의 미래를 예측해 본다면.

A.

현재의 콘크리트는 모서리나 코너, 문틀까지 섬세한 표현이 되지 않는다. UHPC는 그런 면에서 충분히 가능성 있는 재료다. UHPC는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이다. 그런 디테일을 디자인하면 섬세한 콘크리트를 뽑아낼 수 있다. 이 작업이 선례가 되면 다음은 쉽게 적용할 수 있다. 또 이것이 범용화되면 단가 낮추기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현재 콘크리트의 물성, 신재료 등 다양한 것들을 시험 중이다. 이것이 보편화되면 궁극적으로 콘크리트는 다시 수공예적으로 가치있는 재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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