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마곡, "8·2 대책에 쎄게 한 방 먹었죠"

조회수 2017. 9. 7.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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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손님은 커녕 문의 전화 한통 없다"고 하소연

[발품 리포트- 마곡지구] ②‘8·2 대책’에 휘청, “매수 문의 거의 끊겨”

마곡이 계속 잘나갈 줄 알았는데 8·2 부동산 대책으로 한 방 먹었네요. 찾아오는 사람은 없는데, 그냥 문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LG사이언스파크가 다음달에 들어온다고 하지만, 상황이 나아질지 모르겠습니다.” (마곡동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출처: 이지은 인턴기자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 뒤편으로 보타닉푸르지오시티가 보인다.

지난달 말 찾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는 국내에서 단일 연구개발(R&D) 단지 중 가장 큰 LG그룹의 LG사이언스파크 입주에도 잠잠했다.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에서 신방화역 사이 대로변에 줄지어 있는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하루종일 문의 전화 한 통 안 온다”며 “8·2 대책 영향을 실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2~3시간 정도 마곡지구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하는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엠벨리 아파트, 분양가보다 평균 1~2억 올라

마곡지구는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과거 700여년간 마곡동 일대는 논밭이었다. 삼(麻)을 주로 키워서 마곡(麻谷)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현재 마곡엠밸리 아파트는 최초 분양가와 비교하면 최고 2배 이상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서울 평균 아파트값(84㎡ 6억원)을 1억~2억원 정도 웃돈다.


마곡지구내에는 ‘엠밸리(M.VALLEY)’라는 명칭이 붙은 총 16개(1만2000여가구)의 아파트가 있다. 이 중 14개가 입주를 마쳤다. 대장주는 엠밸리7단지다.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과 연말 개통 예정인 공항철도 마곡역이 가장 가깝다. 서울식물원(보타닉파크)과 특별계획구역 부지도 인접해 있다.

출처: 이지은 인턴기자
마곡엠밸리7단지 전경.

마곡엠밸리7단지 전용 84.95㎡는 지난 6월 8억77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전(7억9700만원)과 비교하면 8000만원 정도 집값이 올랐다. 2013년 6월 분양 당시(4억~4억3000만원)보다는 4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7단지와 가까운 엠밸리1~6단지와 8단지는 입지 면에서 지하철 5호선 마곡역 남쪽에 있는 10~15단지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1단지를 제외하면 이들 단지 84㎡는 8억~8억5000만원 선이다. 10~15단지보다 매매가가 약간 높다. 1단지는 237가구로 엠밸리 아파트 중 단지 규모가 가장 작아 유일하게 7억원대에 거래된다.



엠밸리10~15단지 중에서 13단지(힐스테이트 마스터)는 예외적으로 7단지와 비슷한 매매가를 형성하고 있다. 13단지는 마곡지구 내 유일한 민간 브랜드 아파트다. 13단지 84㎡는 최근 3개월 동안 7억원 안팎에 분양권 거래가 신고됐지만,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실거래가는 8억5000만~8억8000만원대다. 분양가와 비교하면 2년 6개월여 사이에 3억5000만원쯤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8·2 대책 이후 거래 절벽 지속

‘잘 나가던’ 마곡지구는 8·2 대책 여파로 최근 분위기가 주춤해졌다. M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거래가 잘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그걸 말이라고 묻느냐”며 화를 냈다. 대책 이후 매수 문의가 완전히 끊겼고, 매도인들은 호가를 낮추기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해 사실상 ‘거래 절벽’ 상태다.

출처: 서울시
하늘에서 내려다본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마곡동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거래 실종 상태”라며 “하루 종일 전화 한 통 없고, 어쩌다가 매수 문의가 와도 투자자들이 지금 시세보다 1억~2억원 정도 호가가 급락한 매물이 있는 지만 확인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소 입주가 다가오면서 실수요자 문의가 늘어야 하는데, 대출 규제 탓에 발걸음이 뚝 끊긴 것 같다”고 했다.


마곡지구가 속한 강서구는 8·2 대책에서 투기지역으로 묶여 LTV(담보인정비율)가 40%로 낮아졌다. 예컨대, 엠밸리 84㎡를 8억원에 산다면 대출없이 4억8000만원, 59㎡를 6억원에 매입한다면 3억6000만원의 자기자금이 필요하다. 현금이 부족한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집 사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출처: 조선DB

매도자들은 호가를 내리기보다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도자들은 굳이 가격을 많이 낮추면서가지 물건을 내놓을 필요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집값을 낮춰 팔기보다는 차라리 자녀에게 증여하겠다는 집주인도 있다”고 했다.


고성민 기자

이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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