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전통밥상은 뭐가 다르길래..직접 먹어봤다

조회수 2017. 9. 15. 18: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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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직접 먹어봤다..특히 두부요리가 인상적
오키나와는 기록으로 입증된,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자 사람들의 수명이 가장 긴 곳이며, 100세를 넘은 노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 존 로빈스 '100세 혁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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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 일본 본토 사이에 길쭉하게 자리잡은 오키나와섬.세계의 장수촌을 언급할 때 늘 빠지지 않는 곳입니다. 7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오키나와는 일본에서 평균수명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혔습니다.


1995년에는 당당히 '세계장수지역'임을 선포하기도 할 정도였죠. 

오키나와의 장수 비결은 2001년 발간된 '오키나와 프로그램'이란 책에 상세히 담겨있습니다. 이 책에는 장수하는 오키나와 사람이 지키는 식생활 특징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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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부한 전곡, 채소와 과일을 포함한 좋은 탄수화물의 비율이 아주 높다.
  • 모두 '자연식품'으로 가공하거나 정제한 음식, 설탕, 옥수수 시럽, 방부제, 인공 조미료나 다른 화학물질이 들어간 음식은 먹지 않는다.
  • 모두 신선한 음식을 먹으며 통조림 식품이나 장거리로 운송된 식품보단 그 지역에서 재배한 제철 음식을 먹는다.
  • 모두 저지방 음식이고 그것도 견과류, 씨앗 같은 식물성 지방이고 생선으로부터 지방을 섭취하기도 한다. 마가린, 식용유, 동물성 포화지방은 먹지 않는다.
  • 단백질은 콩, 완두콩, 전곡, 씨, 견과류를 포함한 식물에서 주로 섭취한다. 
출처: 123rf

궁금해졌습니다. 도대체 오키나와 사람들은 뭘 먹길래? 

그래서 오키나와의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을 직접 찾아보기로 했죠.

출처: 리얼푸드
오키나와의 중심도시 나하에는 대표적인 관광코스인 '국제거리'가 있어요. 2km 남짓한 도로 양옆을 따라 다양한 식당과, 상점이 늘어서 있죠.
스테이크, 햄버거를 파는 레스토랑들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중간중간 오키나와 전통식을 파는 식당도 만날 수 있어요. 이 가운데 라이브 공연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한 식당을 골라 들어갔습니다.
출처: 리얼푸드

메뉴판은 코스 메뉴와 단품 메뉴로 다양하게 채워져 있군요. 에디터는 대표적인 메뉴를 두루두루 맛보기 위해 3150엔짜리(한화 약 3만2000원) 코스를 주문했습니다.

출처: 리얼푸드

쨔쟌. 주문과 동시에 전채요리가 나옵니다. 빨간 소스에 작은 두부조각이 담긴 비주얼이 귀여웠어요. 왠지 새콤달콤할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한 입 베어물자.......... 느닷없이 입 안에 진한 알콜향이 가득 퍼집니다.


이건 토후요우(豆腐よう)라는 음식, 즉 '삭힌 두부'에요. 두부를 오키나와 전통술인 아오모리에 담가서 푹 삭혔죠. 재밌는 건 두부 자체는 너무너무 부드러워서 마치 치즈를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


코를 쏘는 강한 맛과, 부드러운 두부의 맛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맛의 신세계를 경험했습니다.   

출처: 리얼푸드

이어서 하얀 두부가 나왔습니다... '이번엔 괜찮겠지'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삼켜봤는데, 놀랍게도 땅콩 향이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합니다.


또 식감이 우리가 생각하는 두부보다는 푸딩에 가까워서 또 한 번 놀랐고요.


지마미토후(ジマミ豆腐)라는 이 음식은, 콩 대신 땅콩을 고구마, 감자전분과 섞어서 만든 특별한 땅콩두부입니다. (맛있는데 너무 작아서.. 아껴먹었어요)

출처: 리얼푸드

땅콩두부를 열심히 아껴먹고 있는 도중에, 새로운 메뉴들이 테이블에 오릅니다. (문어, 생선살+돼지고기 요리+샐러드)


이 가운데 라후테 (ラフテー)라는 돼지고기 요리를 눈여겨 봤습니다.


출처: 리얼푸드
바로 요것
껍데기와 살을 모두 이용하는 이 요리는,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돼지고기 요리라고 해요. 아오모리 술을 베이스로 간장과 함께 푹 졸여냈죠. 

부드러운 육질, 그리고 적당히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출처: 리얼푸드

이어서 튀김요리를 만나봤습니다. (슬슬 배가 차오르는 시점)


왼쪽의 튀김은 해초와 야채를 함께 튀겨낸 것이었고요, 오른쪽 동그란 음식은 고구마/자색고구마를 갈아서 살짝 튀긴 것이에요. 고구마의 달콤함과 고소함, 거기에 부드러운 식감까지 어우러져서 먹는 재미가 쏠쏠했답니다.   

출처: 리얼푸드

드디어 나왔습니다. 고야참푸르(ゴーヤーチャンプル)입니다. 오키나와 음식의 대표주자!


'여주'(일본어로 고야)를 썰어서 두부, 돼지고기, 숙주 등과 같이 볶은 음식이에요. 오키나와에선 여주가 많이 난다죠.


다만 여주를 일상적으로 먹지 않는 한국사람들에겐, 여주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 에디터가 오키나와 요리를 탐구하는 사이에, 식당 한편에선 작은 라이브 무대도 열리고 있었어요. 본토에서 놀러온 듯한 일본인들로 바글바글~~
출처: 리얼푸드
출처: 리얼푸드

코스요리의 막바지엔 오키나와 소바영양밥이 나옵니다. 오키나와 소바의 면은 메밀이 아닌 밀가루로 만들고, 해초와 두부를 곁들인 게 특징이에요. 버섯, 당근 등을 넣고 삼삼하게 지어낸 영양밥과 참 잘 어울리더군요.

출처: 123rf
(자료사진)

이렇게 한 시간여에 걸쳐 오키나와 향토음식 체험을 마쳤습니다. 채소와, 고기, 생선 등 다양한 식재료가 고르게 어우러진 밥상이었어요. 특히 두부의 다양한 맛과 식감은 꽤 인상적이었어요.


튀김요리가 있긴 했지만 과하게 기름진 음식은 없었고요. 덕분에 한바탕 먹은 뒤에 찾아오는 더부룩함은 없었습니다 :)

사실 오키나와가 진정한 장수촌이었던 건 과거의 일입니다. '현재의 오키나와'는 높아지는 비만율, 떨어지는 평균수명으로 고민하는 신세가 됐죠. 


육식 위주의 서구식 식습관이 빠르게 퍼진 결과라고 해요. 전통식을 파는 식당들도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기보다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습니다. 


오키나와현은 '오키나와 건강장수 부활 21' 프로젝트를 펼치면서 장수촌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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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가 진정한 장수촌으로 거듭나길 기대하겠습니다!

[리얼푸드=박준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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