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9억 잔 팔리는 홍콩의 '국민차'는 무엇?

조회수 2018. 9. 7. 14: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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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은 밀크티가 아니다
출처: 123RF

홍콩은 명실상부 '차의 나라'입니다.


오후 2시 ~ 6시 홍콩에선 진풍경이 연출되죠. 이 시간대 찻집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서도 차를 마시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출처: 홍콩관광청

홍콩의 1인당 차 소비량은 아시아에선 부동의 1위에 올라 있습니다.


세계 차 중심지답게 홍콩에선 이른바 '국민차'로 불리는 것이 있습니다.


출처: 123RF

바로 라이차(奶茶) !

홍콩의 서민들이 즐겨 찾는 차찬텡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입니다. 홍콩식 밀크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홍콩에서 밀크티는 2차 대전 이전에는 호텔이나 고급 서양식 레스토랑에서나 먹는 것이었습니다. 대중들에게는 비싼 음료였죠.


하지만 2차 대전이 끝난 이후 영국식 고급 밀크티가 홍콩인들의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대표 차(茶)가 됐습니다.

출처: 123RF
'라이차'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홍콩의 식문화를 설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홍콩 사람들은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습니다. 아침이면 홍콩 시내 어디에서나 줄을 길게 늘어선 얌차(飮茶) 가게를 볼 수 있습니다. 홍콩을 상징하는 일상적 풍경이기도 하죠.
출처: 123RF
이런 일상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차찬텡(茶餐廳)입니다.

차찬텡은 차와 음식을 내는 작은 점포를 말합니다.  


보통 아침 7시면 문을 여는 홍콩의 분식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홍콩 서민들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이죠.  


출처: http://crossworlds.fr/regards/kitchens-hong-kong-cooked-food-centres/
마주 앉으면 무릎이 맞닿을 만큼 좁은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고요.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것은 사치입니다. 합석도 많고요. 좌석은 당연히 먼저 온 사람의 차지입니다.
차찬텡에선 보통 라이차와 홍콩식 프렌치토스트, 샌드위치, 마카로니 수프, 면류를 팝니다. 홍콩 사람들이 즐겨 먹었던 서양식 요리가 현재의 모습으로 다듬어져 판매되고 있죠.

라이차는 이 곳 차찬텡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입니다.
'라이차'는 영국식이나 대만식 밀크티와는 다릅니다.

은은한 홍차맛과 부드러운 우유의 맛이 조화가 된 영국식 밀크티와는 달리 홍콩의 밀크티는 홍차와 연유를 혼합해 진한 향과 맛이 있죠. 대만식 버블 밀크티와도 다른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라이차의 맛을 내는 비법은 비율에 있습니다. 


발효차(홍차) 70%와 연유 20%, 설탕 10%의 비율이 홍콩식 밀크티 제조의 황금 비율이라고 합니다.


제조 방식의 특이점도 있습니다.

누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차를 거를 때 여성용 스타킹을 사용한다는 겁니다. 촘촘하고 탄력있는 망이 차를 거를 때에도 안성맞춤이었다는 판단이었겠죠.
홍콩식 밀크티는 용기에 따라 맛에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도자기 잔들은 보온성이 좋고, 그윽한 맛이 오래 갑니다. 차찬텡에선 '블랙 앤드 화이트'(black&white milk)라는 연유 브랜드의 전용 잔을 사용합니다.
아이스 밀크티 제조 시에는 얼음이 담긴 유리그릇에 플라스틱 컵이나 전용 유리 용기에 담습니다. 얼음에 직접 희석돼 맛이 연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알루미늄이나 주석 등을 사용한 컵을 사용하여 보온 및 보냉 효과를 더욱 강조하기도 합니다.
출처: http://crossworlds.fr/regards/kitchens-hong-kong-cooked-food-centres/
홍콩 사람들은 매년 수억 잔의 라이차를 마십니다.

무려 1년에 9억 잔이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홍콩엔 라이차 경연대회도 있을 만큼 자부심이 상당하고요.

 라이차에 커피를 섞은 원앙차도 오직 홍콩에서만 접할 수 있는 독특한 차 문화 중 하나입니다.


홍콩엔 많은 차찬텡이 있는데요.

대표 차찬텡 중 하나는 바로 '청 흥 유엔 레스토랑'(Cheung Heung Yuen Restaurant · 祥香茶餐廳)을 꼽을 수 있습니다.

3대에 걸쳐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청 흥 유엔 레스토랑은 할아버지의 대를 이어 손자인 초우(Chow)씨가 홍콩의 아침을 맞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 5시에 문을 열며 차분한 분위기에 깔끔하게 정돈돼 있습니다. 이곳의 밀크티는 세 종류의 차를 사용하는데요. 적당한 비율의 연유를 섞어 고소하고 부드럽기로 유명합니다.

홍콩은 스타벅스도 특이합니다. 이 곳에서도 차찬텡 문화를 담았습니다.

홍콩 센트럴엔 홍콩 스타일의 빙셧과 차찬텡 스타일의 스타벅스가, 몽콕에는 옛날극장을 콘셉트로 한 스타벅스가 있습니다.
출처: 홍콩관광청
라이차의 인기는 이미 국제적입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말 현지인과 관광객을 사로잡은 홍콩식 밀크티 제조법을 무형 문화재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홍콩에 가시는 분들은 꼭 한 번 드셔보세요 !

리얼푸드=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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