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분자기,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이유는?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한 번쯤 걸어보고 싶은 오름도 있고,
줄 서서 먹는 온갖 진귀한 먹거리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조짐이 이상합니다.
"요즘 제주 사람도 오분자기 잘 못 먹어요."
이런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대체 왜...왜 때문인 거죠?
해산물 천국이었던 제주 바닷속은 지금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제주 특산물이었던 오분자기와 전복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요.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일단 제주로 향했습니다!
첫 한파주의보로 한반도가 꽁꽁 얼어버린 날에도 제주는 영상의 온도를 보이는 따뜻한 '남쪽 나라'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의 평균 기온은 1950년 15℃에서 2016년 17℃로 2℃가 올랐습니다.
따뜻 따뜻 ~
위미항의 해녀들은 배를 타고 지귀도로 나가 물질을 합니다. 보름에 한 번씩 ‘물 때’가 돌아오면 길게는 열흘 정도 바다에 나갔던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바다로 향하는 날도 줄었습니다.
“잡을 것이 없거나, 잡아봐야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복은 점점 줄고 있고, 오분자기는 씨가 말랐어요.
이제 오분자기는 잡으려는 생각도 안해요.”
- 강복선 해녀
수온 상승으로 갯녹음 현상이 확산되며 해녀들의 주요 소득원인 오분자기ㆍ전복ㆍ소라의 먹이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따뜻하니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말이죠..ㅠ0ㅠ)
현재민 해양수산연구원 수산종자연구과장은 “환경이 너무 바뀌어서 과거 전통적으로 잡던 전복과 오분자기는 멸종 단계까지 왔다”며 “해녀들이 소득화할 수 있는 종들은 먹고 사는 풀(먹이)이 없어 멸종 위기가 눈 앞에 닥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바다에서의 1℃는 육지에서의 10℃와 같아요. 육지에서 봄 가을이 줄고, 여름 겨울이 늘어나는 것처럼 바다에서도 같은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박사
수온이 높아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패류입니다. 산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이죠. 물고기 종류는 다른 해역으로 이동할 수 있어 양식이 아니라면 피해가 덜 한 편입니다.
고준철 박사는 “예전엔 150톤까지 잡히던 오분자기는 2010년부터 급격히 줄어 2011년부터 8톤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2010년은 제주의 아열대화가 나타난 시점입니다. 기후변화로 제주가 더워지고 있던 해였죠.
오분자기는 제주의 토속 생물이지만, 이젠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고 박사는 “4~5톤의 생산량은 거의 잡히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현재민 과장은 “우리나라엔 총 6종의 전복이 있는데 그 중 5종이 제주에 있다”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종인 ‘왕전복’은 제주에 있었는데 이제는 아예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갯녹음은 미역이나 다시마, 감태와 같은 해조류가 무성한 바다숲이 사라지고 하얀 석회조류가 뒤덮는 ‘사막화 현상’(백화현상)을 말합니다.
해녀들의 체감은 더 심합니다. 강복선 해녀는 “갯녹음 현상은 점점 심해졌지 좋아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3~4년 전만 해도 지귀도엔 톳이 엄청 많았는데 3년 전부터 전멸하기 시작했어요."
- 강복선 해녀
물 위에 둥둥 뜰 정도로 넘쳐났던 모자반은 물 밑에서 겨우 모습을 드러내고, 감태도 갯바위에선 자취를 감췄습니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ㅠ.ㅠ)
“예전엔 제주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나타났는데, 이젠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어요. 얕은 지역에서 나타나던 갯녹음 현상은 7m까지 내려갔고, 심한 곳은 10m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 현재민 해양수산연구원 수산종자연구과장
강복선 해녀는 “15m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내 경우) 10~13m에서 작업한다”고 했습니다. 해녀들이 갈 수 있는 바다는 갯녹음 현상으로 잡을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힘들게 물질을 해도 빈손으로 올라오는 일이 많아요."
- 강복선 해녀
하지만 현 과장은 “갯녹음 현상이 나타난 해역엔 전복이나 오분자기를 넣어준다고 해도 살아갈 수가 없다”며 “이 일대를 살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주는 지금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매일이 '보이지 않는 전쟁'입니다. 토속 먹거리가 모조리 사라질 위기에 처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무섭게 다가오는 기후변화 앞에서 보이지 않는 제주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리얼푸드=고승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