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분자기,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이유는?

조회수 2018. 2. 21. 13: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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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요즘 제주하면 뭐가 제일 먼저 생각나시나요? 

한 번쯤 걸어보고 싶은 오름도 있고,


줄 서서 먹는 온갖 진귀한 먹거리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조짐이 이상합니다. 


"요즘 제주 사람도 오분자기 잘 못 먹어요."


이런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대체 왜...왜 때문인 거죠?




해산물 천국이었던 제주 바닷속은 지금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제주 특산물이었던 오분자기와 전복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요.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일단 제주로 향했습니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서울서 비행기로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도착한 제주.

첫 한파주의보로 한반도가 꽁꽁 얼어버린 날에도 제주는 영상의 온도를 보이는 따뜻한 '남쪽 나라'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의 평균 기온은 1950년 15℃에서 2016년 17℃로 2℃가 올랐습니다.

따뜻 따뜻 ~

출처: 리얼푸드
온화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던 날, 제주 위미항으로 향해 30년간 물질을 해온 강복선 해녀를 만났습니다.

위미항의 해녀들은 배를 타고 지귀도로 나가 물질을 합니다. 보름에 한 번씩 ‘물 때’가 돌아오면 길게는 열흘 정도 바다에 나갔던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바다로 향하는 날도 줄었습니다.


“잡을 것이 없거나, 잡아봐야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복은 점점 줄고 있고, 오분자기는 씨가 말랐어요. 

이제 오분자기는 잡으려는 생각도 안해요.” 


- 강복선 해녀

출처: 리얼푸드
강복선 해녀는 "바다가 저금통장’이던 좋은 시절은 이미 지났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수온 상승으로 갯녹음 현상이 확산되며 해녀들의 주요 소득원인 오분자기ㆍ전복ㆍ소라의 먹이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따뜻하니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말이죠..ㅠ0ㅠ) 


출처: 리얼푸드
제주 해양수산연구원에 따르면 제주의 주요 어업구조 중 하나인 마을어업(해녀들의 물질)에는 4005명의 해녀들이 종사하고 있습니다.

현재민 해양수산연구원 수산종자연구과장은 “환경이 너무 바뀌어서 과거 전통적으로 잡던 전복과 오분자기는 멸종 단계까지 왔다”며 “해녀들이 소득화할 수 있는 종들은 먹고 사는 풀(먹이)이 없어 멸종 위기가 눈 앞에 닥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출처: 리얼푸드
■ 오분자기와 전복은 왜 사라졌나?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한반도의 표층수온은 1.31℃가 올랐습니다. 제주의 변화는 더 드라마틱합니다. 1924년 이후 연 평균 0.01℃씩 꾸준히 올라 1.5℃나 상승했죠.

“바다에서의 1℃는 육지에서의 10℃와 같아요. 육지에서 봄 가을이 줄고, 여름 겨울이 늘어나는 것처럼 바다에서도 같은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박사 




수온이 높아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패류입니다. 산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이죠. 물고기 종류는 다른 해역으로 이동할 수 있어 양식이 아니라면 피해가 덜 한 편입니다. 

출처: 리얼푸드
실제로 오분자기와 전복 생산량은 해마다 줄었습니다.

고준철 박사는 “예전엔 150톤까지 잡히던 오분자기는 2010년부터 급격히 줄어 2011년부터 8톤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2010년은 제주의 아열대화가 나타난 시점입니다. 기후변화로 제주가 더워지고 있던 해였죠.
출처: 제주 해양수산연구원
해양수산연구원에 따르면 오분자기 생산량은 2015년, 2016년엔 4톤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오분자기는 제주의 토속 생물이지만, 이젠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고 박사는 “4~5톤의 생산량은 거의 잡히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출처: 오픈애즈
전복도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민 과장은 “우리나라엔 총 6종의 전복이 있는데 그 중 5종이 제주에 있다”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종인 ‘왕전복’은 제주에 있었는데 이제는 아예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전복의 전체 생산량도 2010년부터 감소 추세에 접어들어 2011년엔 33톤, 2013년엔 24.9톤으로 줄었습니다.
■ 황폐해진 바닷속
전복과 오분자기의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기후변화와 난개발로 ‘갯녹음 현상’이 극심해졌기 때문입니다.

갯녹음은 미역이나 다시마, 감태와 같은 해조류가 무성한 바다숲이 사라지고 하얀 석회조류가 뒤덮는 ‘사막화 현상’(백화현상)을 말합니다.

해녀들의 체감은 더 심합니다. 강복선 해녀는 “갯녹음 현상은 점점 심해졌지 좋아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3~4년 전만 해도 지귀도엔 톳이 엄청 많았는데 3년 전부터 전멸하기 시작했어요." 


- 강복선 해녀


물 위에 둥둥 뜰 정도로 넘쳐났던 모자반은 물 밑에서 겨우 모습을 드러내고, 감태도 갯바위에선 자취를 감췄습니다.  



출처: 강복선 해녀 [사진=리얼푸드]
자연스레 오분자기와 전복도 영향을 받았고, 이젠 소라도 문제입니다. 강복선 해녀는 “10월부터는 소라를 잡는 시기인데, 먹이가 없으니 소라가 잘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파래가 번식한 제주 바다 [사진=리얼푸드]
갯녹음 지역은 나날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습니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ㅠ.ㅠ)

“예전엔 제주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나타났는데, 이젠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어요. 얕은 지역에서 나타나던 갯녹음 현상은 7m까지 내려갔고, 심한 곳은 10m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 현재민 해양수산연구원 수산종자연구과장



출처: 리얼푸드
해녀들이 조업하는 지역이 바로 수심 7~10m.

강복선 해녀는 “15m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내 경우) 10~13m에서 작업한다”고 했습니다. 해녀들이 갈 수 있는 바다는 갯녹음 현상으로 잡을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힘들게 물질을 해도 빈손으로 올라오는 일이 많아요."

- 강복선 해녀
출처: 리얼푸드
기후변화와 함께 다양하게 나타나는 문제들로 제주 해양연구소에서는 해마다 600억원을 투입해 ‘제주 살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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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사라진 바다에 풀을 조성(해족림 사업)하고, 종자(방류사업)를 뿌립니다. 인공어초 사업도 벌입니다.

하지만 현 과장은 “갯녹음 현상이 나타난 해역엔 전복이나 오분자기를 넣어준다고 해도 살아갈 수가 없다”며 “이 일대를 살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주는 지금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매일이 '보이지 않는 전쟁'입니다. 토속 먹거리가 모조리 사라질 위기에 처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무섭게 다가오는 기후변화 앞에서 보이지 않는 제주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리얼푸드=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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