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분양 VS 후분양' 논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재점화

조회수 2020. 8. 5. 09: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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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분양가 상한제의 본격적인 시행과 함께 청약을 기다리는 실수요자와 재건축 조합 간 셈법이 복잡해졌습니다. 선분양이냐 후분양이냐 기로에 놓인 재건축 조합의 사정을 리얼캐스트가 알아봤습니다.

서울 정비사업 ‘핫 이슈’, HUG와 분양가 상한제

이주를 마치고 철거까지 마무리된 강동구 대장주,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내홍에 휩싸였습니다. 8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분양가 책정을 둘러싼 이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단지 청약만 손꼽아 기다리던 실수요자들의 마음이 요즘 싱숭생숭한데요.


지난 2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은 3.3㎡ 당 2,987만원이라는 분양가로 분양 보증서를 내놨지만, 해당 분양가가 기존에 조합에서 요구했던 3,550만원을 크게 밑돌면서 논란이 된 것이죠.


이미 조합 집행부에선 HUG에서 제시한 분양가로 강동구청에 분양신청을 해 놓은 상태인데요. 조합원 3,900여 명이 가입한 ‘둔촌주공조합원모임’은 분양가 상한제 이후 분양으로 HUG가 제시한 분양가를 빗겨갈 수 있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단군이래 최대 규모(1만 2,000여세대) 재건축 사업인 동시에 향후 정비사업 방식의 분수령이 될 선택이기에, 조합원들이 2,987만원에 타협할지 아니면 분양가 상한제 이후 책정된 분양가에 만족할 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결국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조합원들이 후분양을 택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명과 암’ 분명한 선분양, 조합원들 고민↑

선분양과 후분양은 단순히 건물을 짓기 전, 지은 후 분양하는 차원을 넘어 정부 정책기조와 이해관계자들의 상황이 얽힌 복잡한 문제입니다.


선분양은 소비자에게 아파트에 입주하는 권리를 주는 대신, 공사비용을 미리 조달해 시공사의 공사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널리 이용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공사에 따른 금융비용이 덜 들어 분양가가 낮아지는 효과를 내기도 했죠. 그러나 일부 시공사가 부실시공 문제를 일으키거나, 공사 단계에서 부도를 낼 경우 이미 비용을 지불한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보기도 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정부는 건설업체 도산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1996년 5월, 일반분양 30가구(도시형생활주택 50가구) 이상 단지는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HUG로부터 분양보증을 받도록 의무화하였습니다. 이 분양보증제에 따라 현재까지 HUG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수 있죠.

일부지역에선 주택 공급 금액, 즉 분양가도 중요한 분양보증 심사기준에 들어갑니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지정해, 분양보증 발급 시 고분양가 심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정비사업 조합과 HUG의 분양가 줄다리기가 발생하게 됩니다. 6월 18일 HUG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 인천은 물론 지방광역시 주요 지역까지 주거 선호지역 대부분이 고분양가 관리 지역에 포함되었습니다.  


HUG는 부동산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보증리스크 관리를 위한 취지에서 고분양가 심사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분양가 및 매매가 상승이 지속되어 고분양가 사업장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이 포함되는 만큼, 청약신청을 하는 실수요자 입장에선 집값이 오르는 지역에서 저렴한 분양가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로또 청약’의 기회가 되는 것이죠. 


하지만 분양단지가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일 경우 기존 조합원의 이익과 분양가 심사의 목적이 충돌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일반 분양가보다 높은 조합원 분양가나 추가분담금을 내야 할 경우 더더욱 ‘남 좋은 일만 했다’는 불만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29일 유예기간이 끝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조합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택지비와 건축비에 적절한 마진을 더해서 원가 수준의 분양 가격을 산정하라는 것이 분양가 상한제입니다. 정부는 각 지자체의 분양가 상한제 심사위원회를 통해 일반 분양가를 지금보다 20~30% 낮추겠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택지비가 토지 시세가 아닌 감정가로 책정되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보고 있는데요. 


이에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급하게 분양신청을 하는 조합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시 내 정비사업 조합 중에서 주변 시세보다 낮은 HUG 분양가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죠. 분양가 상한제 하에서 분양가가 더욱 낮아질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수색증산뉴타운 중 가장 알짜 사업지로 알려진 증산2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은 HUG가 주변 시세는 물론, 경기도 고양시 덕은지구보다 낮은 분양가를 강요한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HUG가 제시한 3.3㎡당 1,992만원 일반분양가는 2018년 공급된 수색9구역 DMC SK뷰(1,965만원)보다 불과 27만원 높아진 수준입니다.


그러나 증산2구역뿐 아니라 1,900만원대 분양가를 통보 받은 수색6구역, 수색7구역, 수색 13구역 역시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공급가격이 이보다 높을 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결국 HUG 분양가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분양가 규제 피하는 후분양, 고급 아파트 상징으로

한편 오래 전부터 일부 건설사의 아파트 부실시공이 이슈가 되면서 후분양제가 대안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소비자 입장에서 내가 살 집을 직접 보고 선택하거나, 시공 상황을 확인하고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시 조합 또는 건설업체가 대규모 금융비용을 직접 조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활성화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단지는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과 나인원한남입니다. 이 지역은 토지 시세가 비싼데다 남산경관지구에 속해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시행사 입장에선 세대 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고급화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이에 따라 선정한 방식이 임대 후 분양입니다. 임대 후 분양은 이미 다 지어진 주택을 분양하기에 HUG 분양보증을 받을 필요가 없을 뿐 더러, 수년간 시세 상승으로 인해 사업자가 원하는 높은 가격에 주택을 분양할 수 있습니다.


대신 분양이 끝날 때까지 모든 금융비용을 사업자가 댈 뿐 아니라 완공 후 주택을 임대하는 과정에서 매년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감당해야 합니다. 때문에 수익이 보장된 ‘황금 입지’에, 대형 업체가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면 후분양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하죠. 게다가 보유세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임대 후 분양 단지가 다시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과천주공1단지아파트를 재건축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 또한 대표적인 후분양 단지입니다. 해당 단지는 ‘준강남’이라 불리는 과천시에 자리해 경기도 최고의 입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공사가 60~70% 진행된 상태에서 모집공고를 하게 되었는데요. 이는 HUG가 아닌 시공사 연대보증을 한 첫 번째 사례이며, 3.3㎡ 당 3,998만원 분양가로 주변 아파트 시세를 상당부분 반영하였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일부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도 후분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후분양 단지에 대해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이주까지 앞둔 조합에선 “일단 될 수 있는 한 시간을 끌어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분양가에 반영되는 수도권 토지의 시세 및 감정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에 한 몫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사규모가 클수록 금융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선뜻 후분양을 택하는 단지는 많지 않을 전망입니다.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지 못한 사업 초기 단계 조합은 아예 일반분양이 없는 1대1 재건축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용산구이촌동에 자리한 래미안 첼리투스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가운데, 바로 옆 왕궁아파트를 비롯 강남 주요지역 재건축 단지들 또한 잇달아 1대1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일반분양을 해서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생겨도 어차피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라면, 이익을 안내고 세대수가 적은 쾌적한 단지를 만드는 것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공급 절벽 앞둔 실수요자, ‘밀어내기’ 단지 노려야

안전진단 기준 강화, 재건축ㆍ재개발 일몰제, 조합원 실거주 2년 요건 등 최근 3년간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달 분양가 상한제까지 시행되면서 정비사업을 통한 아파트 공급은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공급 예정 물량(임대 제외)은 2020년 8월 8,387세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급감하게 되는데요.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이 분양가 상한제 이후를 기다리기보다 시행 전 분양신청을 마친 ‘밀어내기’ 단지를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습니다.


한 분양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에 후분양 또는 1대1 재건축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수색 증산 뉴타운 및 상계뉴타운을 제외하면 서울 뉴타운 공급도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HUG 분양가도 시세에 비해 충분히 저렴하므로 지금처럼 밀어내기 공급이 많을 때 당첨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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