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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개발' 한마디에 수억원 급등한 여의도, 나홀로 역주행?

조회수 2019. 5. 27. 10: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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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개발’ 한마디에 수억원 급등한 여의도?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겠다”


지난해 7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하고자 싱가포르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를 통째로 개발하려는 청사진을 밝히자 여의도 집값이 요동쳤습니다. 잠잠하던 여의도 집값이 몇 개월 새 수억 원이 뛴 것이 그것입니다.

국토부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7억1000만원에 거래됐던 여의도시범아파트 전용 156㎡는 여의도 개발 이슈 직후인 8월, 21억2000만원에 실거래됐습니다.


여의도 리딩 아파트로 꼽히는 서울아파트도 전용 139㎡기준 지난해 6월 23억원에서 개발 발표 직후인 8월에는 26억9000만원에 팔렸습니다.


이는 비단 개발 호재를 품고 재건축 단지에만 국한되지 않아 입주 10년 차인 여의도자이 전용 148㎡ 역시 지난해 4월 15억6000만원에서 10월에는 18억2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습니다.


개발 청사진 발표 후, 수개월 새 2~3억원이 급등한 것입니다. 이후 약 9개월이 지난 현재,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여의도 개발이 보류됐지만 한번 지펴진 여의도 개발 불씨는 좀처럼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 여타 서울 부동산 시장과는 달리 나홀로 역주행 중인 여의도 집값이 이를 방증하는데요. 리얼캐스트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확인한 결과 여의도동 수정아파트 전용 74㎡가 올해 4월 13억원에 팔렸습니다.


이 단지는 지난해 7월 11억~12억5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정부의 강도 높은 집값 안정화 정책도 한번 지펴진 여의도의 가치를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실제 리얼캐스트가 시장 분위기를 알아보고자 여의도 일대를 방문했는데요.


여의도 시범아파트 인근 S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의 정비계획 수정이 불가피해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더 오르리라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그래서인지 이제 막 철거에 들어간 여의도 MBC부지 개발에 대한 기대가 상당해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단 한번 이슈로 집값 폭등한 것 아니야

사실 여의도 개발 계획이 유보됐지만 그 가능성은 훨씬 이전부터 점쳐져 왔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여의도를 국제 금융허브로 탈바꿈 시키려는 안을 시도했었고요.


2011년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핵심 개발 일환으로 여의도 11개 아파트단지를 전략정비구역 개발로 땅 용도를 상향조정하고, 70층 복합빌딩 3개 동과 평균 40층 초고층 주상복합을 건설하는 내용의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통합개발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여의도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여의도가 지닌 상징성 때문입니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증권사들의 기세가 꺾여 성장동력이 약해졌고, 2010년 전후로 종로·을지로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업무 중심지에서 다소 밀리는 한편, KBS와 함께 오랜 세월 양대 주축을 이루던 MBC가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로 이사하면서 방송 중심지로서의 이미지도 다소 퇴색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의도는 40년간 한국 정치·경제의 핵심지로서 종로권이 속한 도심, 강남권과 함께 서울 3대 업무 지구로 손꼽힙니다.


서쪽으로 한국 정치를 일면 상징하는 국회의사당과 국내 최대 방송사인 KBS가 있고, 중앙에는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서울국제금융센터, 전국경제인연합회관을 비롯해 다수의 금융기관이 포진해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2000년대 초까지 초고층빌딩 기록을 갖고 있던 63스퀘어(옛 63빌딩)와 50년이 다 돼 가는 아파트들이 자리하죠.

1971년부터 1978년까지 여의도에 자리하고 있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만 시범, 목화, 광장, 미성, 대교, 장미 등 12개 단지입니다.


단지 규모는 작지만 여의도서울, 공작, 수정 아파트는 이미 상업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입주민의 동의만 있으면 50층 높이로 재건축이 가능합니다.


금융·정치 기반의 업무중심지에서 더 나아가 주거시설까지 갖춘 콤팩트한 입체도시로서의 위상을드러낼 날이 머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죠. 실제 한강변이 가장 가까운 여의도 서울아파트(1976년 입주, 192세대)의 3.3㎡당 가격은 5,133만원으로 대치동 은마아파트(평당 5,171만원)와 잠실주공5단지(5,165만원)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인근 지역 공인중개사 A씨는 “입주민들이 대부분 40년 이상 거주한 터줏대감들이라 쉽게 매물이 나오지는 않고 매물이 나와도 바로 소진되고 있다”며 “몇몇의 대기업들이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해당 부지에 50층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모래벌판에서 서울 맨해튼으로

현재 여의도 통합개발 문제를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개발 청사진에 대한 빛이 바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강과 샛강 사이 모래벌판으로 불리며 쓸모 없는 땅으로 치부되던 여의도가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로 거듭났듯 서울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도시로 발돋움할 날도 머지 않아 도래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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