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사주는 예쁜 엄마

조회수 2019. 1. 12. 21: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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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변한다. 밥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주고, 남는 시간은 자기계발에 투자한다. 가정 간편식인 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2년 1조 원 아래에 머물던 HMR 시장 규모가, 2018년에는 라면을 제외하고도 약 4조원을 넘을 것으로예상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HMR 시장의 급성장을 이끈 주역이 1인 가구가 아니라 주부라는 점이다. 주부들은 간편식은 꺼리고 직접 요리한 밥과 국을 선호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말 그대로 ‘밥 잘 사주는 엄마’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밀키트(Mealkit)와 새벽배송으로 사랑 받는 '마켓컬리'

가정 간편식이 집밥 시장의 주연을 당당히 꿰차게 된 이유는 그 맛과 품질이 집밥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성장하고 있는 것은 재료 손질이 모두 다 되어 있는 밀키트(Mealkit)를 배송해주는 서비스들이다. 전날 밤에 주문하면 몇 시간 후 새벽에 주문한 음식을 배송해주는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가 밀레니얼 가족 의 식탁을 바꾸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19』의 주요 키워드는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도 가족과 관련된 #밀레니얼가족 의 변화에 집중한다. 과연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집안일도 가성비 있게 


가사 노동이 숭고한 노동이란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다. 과거처럼 아내, 남편의 희생 위에 가정의 평화를 세우고자 애쓰지 않는다. 가족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자기 자신도 중요시한다. 이들에게 가사 노동이란 그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일, 안 할수록 좋은 일일 뿐이다. 따라서 집안일을 할 때 완벽함보다는 효율성을 추구한다. 가사 노동에서도 가성비가 대단히 중요해졌다.

집안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도우미 경제’도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에서만 해도 청소연구소·대리주부·미소·홈마스터 등 수십 개의 앱이 있다. 주1회· 반나절에 5만원이면 청소 때문에 발생하는 가족 간의 갈등도 막을 수 있다. 최근에는 도우미 시장의 형태도 밀레니얼 가족의 입맛에 맞게 진화하면서, 소비자와 가사도우미를 연결하는 방식이 O2O화되고 이용자의 환경과 성향, 가사도우미의 특징 등을 분석해 최적의 조합을 제안하는 서비스도 출시되고 있다. 

부부는 “동반자”, 자녀는 “친구” 

밀레니얼 부부의 역할 분담 역시 진화하고 있다. 남편은 경제를 책임지고, 아내는 집안일을 도맡는 식의 이분법적 역할분담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오히려 부부가 함께 집안일도 회사일 하듯 운영한다. 저녁 시간 아빠가 자녀를 목욕시키는 동안 엄마는 집안을 정리하고, 엄마가 자녀를 재울 때는 아빠가 식기 세척기를 돌리는 식이다. 이번 주에 누가 몇 번 야근할지, 유치원에서 자녀를 데려오는 사람은 누구일지 미리 의논하고 정한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변한다. 엄마라면 아이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헌신해야 한다는 ‘모성 신화’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엄마는 이제 미안하지 않아』,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등 자녀 양육에 대한 엄마의 심리 적 부담감을 줄여주는 책의 출간도 잇따르고 있다. 

아빠의 역할도 급변한다. 한 초등학교 선생님은 요즘 학생들의 일기장에 드디어 ‘아빠’가 등장했다고 말한다. 그동안 아빠가 부재했던 일기장에 “아빠와 놀이공원에 다녀왔다”, “영화를 봤다”는 이야기가 채워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일컬어 ‘2인자 남편’이란 신조어도 출현했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아내를 대신해 집안일을 전담하는 남편을 일컫는다. 2인자라고 해서 무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남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회생활을 전담할 필요는 없으며, 남자들도 적성만 맞는다면 집 안에서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개인 시간과 공간 존중하기 


밀레니얼 부부는 개인의 시간과 공간을 상당히 중시한다.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집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경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배우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기혼자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 역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자신만의 온전한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욕구가 심화된 것이다. 


서로의 취미활동을 존중하는 것은 기본이다. 가사와 육아로 주중 시간을 많이 할애한 배우자에게는 주말 반나절 동안이라도 혼자 외출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남편과 아내가 각자 영화를 즐기는 ‘혼영족’이 등장하기도 한다. 2018년 여름 개봉작 관객 분포에 따르면,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과 <공작〉은 주로 남편 혼영족이, 〈맘마미아!2〉는 아내 혼영족이 즐긴 영화로 나타났다.


휴가를 즐기는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어렵게 날짜를 맞춰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휴가에서 벗어나,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족이 각자의 휴가를 즐기는 형태가 최근 유행 중이다. 전업주부인 아내가 자녀없이 혼자 휴가를 보내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전의 가족들처럼 천편일률적인 휴가를 즐기기보다는 각자의 상황에 맞추되, 가정으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는 약간의 자유를 보상해주는 것이다. 


밀레니얼 가족이 만드는 새로운 시장은 지금이 그 태동기다. 기업에서, 사회에서, 정부에서 이들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 제도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밀레니얼 세대는 21세기형 욕망과 20세기형 현실 사이에서 줄다리기하고 있다. 기억하라. 당신의 주요 고객층으로 성장하고 있는 밀레니얼 가족은 웬만한 물건이라면 모자람 없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단지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무언가를 제시해야 한다. 

이 글은 『트렌드 코리아 2019』 #밀레니얼가족 의 일부입니다. 책읽찌라 영상에서 다른 키워드도 살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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