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와 프로스펙스가 다시 유행하는 이유

조회수 2019. 1. 7. 11: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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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F/W 헤라 서울패션위크에서는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가 흘러나왔다. 디자이너 박환성이 이끄는 디앤티도트가 패션 브랜드 휠라와의 콜라보 제품들을 선보이며 추억을 소환한 것이다. 그런데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10대였다. 해당 기업의 브랜드 로고도 제대로 본 적 없는 10대들 사이에서 새로운 유행이 된 휠라 의 복고풍 운동화, ‘디스럽터2’는 50만 켤레의 판매를 돌파했다. 

디스럽터2 pink / white

프로스펙스 역시 반가운 오리지널 라인을 재등장시켰다. 2018년 5월에 출시한 테니스화가 1년 만에 3만 켤레가 팔리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자 오리지널 라인에의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1981년 론칭 후 90년대까지 인기를 끌었던 디자인의 제품이 재출시되어 2000년대 출생인 10대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80년대의 복고풍 패션의 귀환!

다소 촌스러워 보이는 빅로고 디자인의 티셔츠, 90년대 스타일의 수영복 스윔슈트 등 패션계에도 복고 코드가 화려하게 귀환했다. 2018년 2월 뉴욕 패션위크가 끝나자마자 패션잡지 〈보그〉와 〈엘르〉, 〈하퍼스바자〉 미국판은 일제히 올해의 트렌드를 ‘80년대 복고’라고 전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복고는 다르다. 기존의 복고 콘텐츠에 반응하던 중장년층이 아닌 1020 세대를 공략하는 새로운 복고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던 복고 열풍과 달리 뉴트로는 과거를 모르는 젊은 층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렌드코리아 2019』에서는 이 흐름을 단순한 복고, 즉 레트로 Retro가 아니라, 새로운 복고인 뉴트로New-tro라고 이름 붙였다. 이제 복고는 장노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눈에 봐도 오래된, 촌스러워 보이는 물품들을 ‘레어템’으로 여기며 모으고 인증 사진을 찍기에 바쁜 젊은이들이 이 새로운 복고, 뉴트로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주인공들이다.

1992년 국제 요트대회의 미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이 2018년 백화점 쇼윈도에 걸렸다. 폴로 랄프로렌이 발표한 ‘CP-93 컬렉션’은 1992년 미국에서 열린 국제 요트대회의 미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이었던 것을 이듬해 정식 발매한 제품들이다. 25년 전 발매된 오리지 널 컬렉션을 1020 세대가 알 리 만무했지만 90년대 로고를 그대로 가져온 이 컬렉션은 큰 인기를 끌며 이른바 복각 트렌드의 힘을 잘 보여줬다. 

CP-93의 CP는 Polo Cup 을 의미!

럭셔리 시계 시장은 복각 열풍이 유독 거세게 불고 있다. 전 세계 시계 브랜드의 최대 집결지이자 박람회장 2018 바젤월드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복각판들의 대거 등장이었다. 수십 수백 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이미 검증받은 모델을 복각시킨다는 것은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의 혁신적인 성과와 이야기를 자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소비자들 또한 과거의 위대한 유산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매력에 복각 판을 구매한다. 


복각復刻 

‘원형을 모방해 다시 판각한 것’이란 뜻으로 예전 제품을 재현하는 작업을 복각이라 한다. 복제품을 뜻하는 ‘레플리카 replica’와 결과는 유사하지만 목적이 다르다. 소비자들에게 기념비적인 모델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한다는 명목으로 비교적 역사가 긴 브랜드들 이 마케팅에 활용한다. 


유서 깊은 시계 브랜드 브레게는 무려 1794년에 완성한 회중시계 ‘No.5’를 복각했고, 파일럿 워치로 유명한 IWC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IWC의 최초 손목시계였던 폴베버의 150주년 에 디션을 복각판으로 선보였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피프티식스 컬렉션을, 예거 르쿨트르는 폴라리스 컬렉션을 복각판으로 출시했으며 이 외에도 브라이틀링·해밀턴·세이코·미도·론진 등 다수 브랜드들의 복각판이 바젤월드를 장식했다. 최첨단 스마트 워치의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시대에, 백 년 전의 기술로 만들어진 전통 시계의 재 현이 더 주목받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어쩌면 디지털에 맞서야 하는 오랜 기계식 시계의 필연적인 전략이었을 수도 있다. 

출처: 브레게의 No.5

디지털 네이티브로 통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아날로그 디자인은 경이로움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요즘 뉴트로 컬렉터들에게 가장 핫한 아이템은 어느 집에나 있었을 법한 음료 브랜드가 찍힌 판촉용 유리컵이다. 서울우유·델몬트·썬키스트·비락우유 등의 로고가 찍 힌 옛날 음료 컵들이 중고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에 본 적 없는 투박한 디자인에 본인 나이보다 더 된 컵을 중고품 거래 채널에서 수집하는 이들은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옛 물건을 발굴하는 중이다. 

복고가 트렌드의 주제가 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그러나 최근의 뉴트로 현상이 대두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싫증, 새로움의 나선이론 

늘 새로운 것을 찾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싫증은 지루함을 넘어 ‘싫은 느낌’ 그 자체다. 뉴트로는 보다 강력한 자극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움을 경쟁하는 차원을 넘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색 경험을 추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 1020 세대에게 과거로의 회귀는 퇴보가 아니라, 새로움을 찾는 그들만의 ‘놀이’가 된 것이다. 

‘잇스토리’, 상품의 역사를 증언하다 

복각 마케팅의 핵심은 헤리티지 heritage, 즉 전통이다. 꽁꽁 숨겨져 있던 헤리티지가 눈에 보일 때 소비자들은 반응한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하지 않았던 때는 없었지만, 뉴트로 열풍 속 스토리는 유난히 특별하다. 작위적이고 두루뭉술한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하게 그 제품이 탄생한 배경과 이유, 즉 잇스토리를 표방한다. ‘상품의 오랜 이야기’에 대한 1020 세대의 호기심이 그들을 뉴트로의 세계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그 좋았던 옛날

과거는 늘 미화된다. 특히 현재가 힘들수록 그렇다. 실제로 불경기에 복고 트렌드가 자주 나타난다. 경기가 어려 울수록 사람들이 과거로 회귀하려고 하는 것은 불안할수록 스트레스를 풀고 위로받을 안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회고 절정’이라고 한다. 지나간 과거, 특히 청소년기와 젊었던 시절은 당시 힘든 일이 많았어도 늘 순수하게 기억되고, 그것이 착각이라 할지라도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부터 30년 전인 1988년은 올림픽 특수로 11.7%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었다. 실업률은 2.5%였지만 물가상승률은 자그마치 7.1%였다. 엄청난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성장의 부작용에 따른 그림자도 그만큼 짙었던 때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응답하라 1988〉 을 보며 말한다. “그때가 좋았다”고. 그때는 지금과 달리 누구에게나 기회와 희망이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기대는 열심히 살아갈 원동력이 되었다. 이처럼 지속되는 불황 탓에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과거에서 안식을 찾으려는 회귀 본능이 뉴트로 트렌드가 확산되는 세 번째 배경이라 할 수 있다. 

도시락속의 분홍소세지가 그리워지는 이유

뉴트로는 과거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빌려 ‘현재’를 파는 것이다. 본질은 유지하되 재해석을 통해 현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즉, 재현이 아니라 해석이다.


이 내용은 『트렌드코리아 2019』 의 일부입니다. 책읽찌라 영상에서 2019년의 다른 트렌드도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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